우리의 정서에 사기 친 놈은 죽일 놈이요, 사기당한 사람은 바보로 생각한다. 그렇다고 사기를 친 사람을 죽이지는 않으니 사기당한 사람만 멍청해진다. M 매카시는 국회의원은 대부분 무식한 사기꾼이라고 하고 있다. 그렇듯 사기와 정치의 관계는 오랜 밀착관계로 고착돼 떨어뜨릴 수 없다.

세상에 정치인들이 정권을 쟁취하기 위해서 제시하는 공약이 모두 지켜지는 경우는 없다.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특권을 버리겠다고 소리친 메아리가 사라지기도 전에 19대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의 세비를 20.3% 높이는 일부터 시작하고 있다. 이러한 사기에도 도가 있어야 한다고 한다. 장자(莊子)에서 공자(孔子)를 조롱하고 있는 대도(大盜) 도척은 큰 도둑과 큰 사기꾼이 지켜야 할 도를 이야기 하고 있다.

그 가운데 사기꾼이 지켜야 할 기도(欺道)로 ‘남을 속이고자 할 때 자신을 낮추는 것이 예(禮)요, 속임이 들통 나면 깨끗이 인정하는 것이 용(勇)이요, 속이고 취한 것이 적으면 부지런히 더 벌라고 훈계함이 지(智)요, 과부나 외로운 사람은 속이지 않는 것이 인(仁)이요, 우환을 겪고 있는 사람을 속이지 않는 것이 의(義)다’라고 하고 있다.

지금 국회의원들이 도척이 이야기하는 기도를 지켜가면서 국민에게 사기를 치고 있는가? 정의나 민주를 외치는 통합진보당이 비례대표 박원석, 서기호, 정진후, 김제남 의원에 대해 스스로 제명을 의결하고 있다. 비례대표 의원들이 탈당하면 의원직을 잃지만, 제명 조치를 당하면 의원직을 유지하기 때문에 선택한 사기 정치이다. 사기성이 의심되는 이석기, 김재연 의원에 대해 기존 정치권이 국회 개원 뒤에 바로 공론화해 결정한다는 이야기도 사기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금 19대 국회는 국민을 우롱함에 있어서 예를 지키며 자신을 낮추고 있는가. 이미 명백한 사기성을 가지고 있는 것을 용감하게 정당화하고 있을 뿐이다. 예(禮)도 용(勇)도 없다. 그렇다고 서민을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는 지(智)를 보여주지도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어렵고, 부동산 가격은 내려가서 은퇴 노령자의 걱정은 커지고, 전세금은 올라 서민을 괴롭히는 데 국회의원들은 합법을 가장해 세비를 올리고, 스스로 제명을 해 국회의원 직위를 유지하고, 국민의 세금으로 정당 지원비를 확보하고자 한다. 사기를 치는 데 인(仁)과 의(義)도 찾아볼 수 없다.

인간은 속는 동물이다. 정치계의 사기꾼들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고, 사기를 쳐야만 의원직이나 정권을 얻을 수 있고, 유지할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그리고 이 사실을 이용해 국민을 멍청하게 만들고 있다.

희망이나 비전은 대단한 사기꾼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사람들을 즐거운 길로 인도해준다. 정치가 해야 할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나는 국민에게 희망과 꿈을 주는 것이다. 꿈과 희망이 있는 사기는 사기를 당한 사람도 즐겁다. 그렇지만 국민의 사기(士氣)를 꺾고, 희망을 무너뜨리는 사기는 국민을 더욱 무기력하게 만들고, 정치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며, 서로를 불신하게 한다. 정치는 사기지만 도가 있는 사기 정치는 때로 국민에게 희망과 즐거움을 주게 된다. 큰 정치는 기도(欺道)가 있는 정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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