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서울의 한 고등학교 1학년 여학생이 자신이 살던 아파트 11층에서 스스로 몸을 던져 목숨을 끊었다.

유족들은 숨진 이유로 스마트폰 메신저인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친구들에게 집단 괴롭힘을 당해서 자살하였다고 한다. 왕따와 IT가 결합한 새로운 모습이다.

사회생태학자 로버트 파크(Robert Park)는 인간 사이에 나타나는 이러한 갈등을 사회적 거리란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란 집단 또는 개인 간에 존재하는 감정적 친밀성의 정도를 의미한다.

이 사회적 거리는 정도에 따라서 가까운 사회적 관계인 절친에서부터 무관심, 혐오, 적대감에 이르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오늘날 청소년들은 공동체 문화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공동체 문화에 적응하거나 공동체 문화에 편입되는 방식에서도 익숙하지 않다. 이에 의하여 집단 따돌림이나 왕따를 당하였을 때 이에 대응하는 능력도 떨어져서 극단적인 돌파구를 찾게 되는 것이다.

사회적 거리는 크게 수직적 사회적 거리와 수평적 사회적 거리로 구분된다.

종래 청소년 사이에 사회적 거리는 주로 신체적 특성, 이름 등으로 별명을 지어 부르거나, 놀리는 수평적 사회적 거리가 주를 이루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이러한 수평적 사회적 거리 이외에 수직적 사회적 거리까지 추가되어 또래 집단을 형성하기 때문에 개인차원에서는 극복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겨울 40만~50만원이 넘는 노스페이스라는 고가의 등산복 브랜드 점퍼가 유행하였다. 1980~1990년대에는 나이키나 조다쉬 청바지와 같은 외제에 대한 동경이나 과시욕은 커다란 사회적 거리를 형성하지 않았다.

그러나 노스페이스 열풍은 유행에 낙오되지 않거나 따돌림 당하지 않고자 하는 절박한 소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즉 또래 집단 다수가 소비하는 고가의 제품을 동조 소비함으로써 같은 집단에 포함되고자 하는 욕구의 표현이다.

그러나 빈부 격차가 심하여지는 사회 현실에서 수직적 사회적 거리를 좁힌다는 것은 개인차원의 능력을 벗어나는 것이 대부분이다.

파크는 이러한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고자 하는 것은 병리적인 현상이 아니고 하나의 보편적 인간 현상이라고 한다.

즉 인간 사이에 나타나는 사회적 거리를 사회질서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질서를 유지하는 보수적인 힘이라고 한다.

파크의 주장대로 일정한 형태의 사회적 거리가 사회질서 유지의 힘이 된다고 할지라도 그것은 공동체 사회를 저해하고 평등하고 신축적인 사회구조 발전에 걸림돌이 된다.

건전한 사회는 사회적 거리가 좁아지는 사회이고, 함께하는 것이 아름다운 사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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