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구 기자

세계 최초의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컴퓨팅 역사상 가장 위대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는 그레이스 호퍼. 그녀가 성공한 이유는 단순하다. 통념에 순응하지 않았다. 늘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그동안 우리에게 가장 큰 피해를 끼친 말은 ‘지금껏 항상 그렇게 해왔어’라는 말이다”고 강조했다.

일선 자치단체의 행정을 바라보면 그녀의 말이 더욱 선명해진다.

행정은 변화를 두려워한다.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는 정도도 지나치다. ‘지금껏 항상 그렇게 해왔다’는 통념 때문이다.

1997년 신축한 충주시 청사가 그렇다. 겉으로 보면 화려하지는 않아도 충주시의 위상에 손색이 없을 만큼 큰 건물이다.

하지만 청사 구조는 직원들은 물론 민원인들에게 적지 않은 불편을 주고 있다.

사무실 크기에 비해 작은 창문, 복도식 구조로 인해 남쪽은 늘 뜨거운 햇빛과 싸워야 하는 반면 북쪽은 늘 한랭지대다. 요즘처럼 연일 30도를 웃도는 폭염이 이어지는 날이면 남쪽 사무실은 말 그대로 사우나다. 에너지 절약 시책에 따라 에어컨도 마음대로 틀지 못하니, 죽을 맛이다. 일이 제대로 될 리 없다. 짜증만 나는 데 민원인들에게 마냥 친절할 수도 없다.

민원인들의 불평도 마찬가지다. 일을 보기 위해 충주시청을 방문하면 찜통같은 사무실 온도로 인해 짜증만 더한다.

겨울이면 정반대다. 북쪽 사무실 직원들은 두터운 점퍼을 입고 양말을 겹쳐 신어도 추워서 일을 제대로 볼 수 없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공직 내부는 물론 청사를 방문하는 민원인들 사이에서도 청사 구조 개선을 통해 효율적인 업무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문제는 예산이다. 청사 구조를 개선하려면 적잖은 예산이 필요하다. 공무원들이 편하게 근무하려고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다는 비난을 들을까 두려워 엄두도 내지 못한다.

“지난 15년 동안 항상 그렇게 지내왔는데 뭘 그러냐”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여기저기 눈치보는 일보다 업무환경 개선이 가져올 실익을 생각해야 한다.

예산이 많이 들어도 효과가 크다면 자치단체는 물론 시민 모두에게 유익한 일이다. 유·무형의 가치 또한 크다.

‘지금껏 항상 그렇게 해왔다’는 변화에 대한 두려움과 자조섞인 의식이 충주시 행정에 그대로 반영된다면 충주시의 새로운 발전과 도약은 기대하기 어렵다.

창의적인 충주시 행정을 펴나가려면, 공무원들이 창의적인 발상과 업무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당연하다.

또 청사 구조 개선을 통해 민원인들은 물론 시민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문화 휴식공간을 제공한다면 충주시민들에게도 유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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