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폭염 경보가 내려질 만큼 무더위의 연속이다. 여름이라고는 하나 지금의 더위는 지구온난화의 영향 때문인지 예년보다 훨씬 더 심해진 것 같다. 혹서기에 그 흔한 소나기 한번 없이 강렬히 내리쬐는 햇빛은 대지위에 모든 동·식물들을 지치고 갈증 나게 하기 충분하고, 더위를 인내 할 수 있는 한계점은 벌써 정점에 다다르거나 지난 지 오래일 듯싶다.

여름 힘의 원천은 연꽃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는 옛말도 지금의 계절변화에는 어쩌면 약보다 병이 더 커질 말이 돼버린 것은 아닐는지. 그래도 여름은 모름지기 뜨거워야 좋은 것들도 있다. 한창 붉게 익어갈 고추를 비롯한 농작물이 그러할 것이며, 형형색색의 여름과일들 또한 그러하겠다. 농사일에 수고로울 농민들 심신(心身)의 고달픔이 배가되겠지만 말이다.

필자도 땀 흘리며 답답한 공기의 여름이 어느 계절보다 달갑지 않으나, 오직 하나 여름하면 떠오르는 꽃이 있어 이 여름이 가까이와도 기꺼이 이겨 낼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 내 여름 힘의 원천은 온통 초록에 둘러싸여 피어오르는 연(蓮)꽃이다. 한창 뜨거울 7~8월에 절정을 이루는 연꽃이야말로 한여름을 대표하는 꽃일 것이다. 뜨거운 태양빛을 자양삼아 곱게 피어오른 연꽃이기에 여름을 인내하고 이겨나갈 수 있는 힘을 간직하게 된 것 이리라.

그래선지 연(蓮)은 약재나 식재료로서 그 이용가치가 높은 식물이며, 꽃, 잎, 뿌리, 씨앗 등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이 이용이 가능한 약용식물이다.

한방에서는 연(蓮)을 비장(脾臟)의 기능을 튼튼하게 해서 설사를 멎게 하고, 신장(腎臟)의 기능을 북돋아 주며, 열을 내려주는 작용이 있어서 지친 심장(心臟)의 안정에 도움을 주는 약재로 활용하고 있다. 더위에 지쳐 불면(不眠)에 시달리고, 체력저하로 인한 소화기 질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요즘 더없이 귀한 식재료로 활용이 가능한 약용식물이다. 연근(蓮根)은 더위에 지친 속을 달래서 입맛을 돋게 할 뿐만 아니라 임산부의 입덧을 진정시키는 효능도 있으며, 연잎 차, 연 씨-연자육(蓮子肉) 차는 마음의 안정을 얻는데 더없이 좋은 효능을 갖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연(蓮)은 보기만 해도 마음의 평안을 주기에 충분한 그런 존재다. 꽃이든 잎이든 한참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어느덧 연(蓮)을 닮아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마음이 무겁거든 비오는 날 연(蓮)을 만나보라 권하고 싶다.

연잎은 그 생김새가 마치 우산을 뒤집어 놓은 것처럼 아주 넓게 하늘을 떠받치고 자라는 특성이 있다. 그 잎에 떨어진 물방울은 하나하나 모여들어 마치 작은 연못을 이고 서있는 듯하다. 잎에 비하면 한줄 연약한 줄기는 물을 가득품은 연잎을 받들고 서있어도 어느 것 하나 부러지거나 치우침이 없다.

그건 연(蓮)의 비움의 미학 때문일 게다. 자신이 감당할 만큼의 물만 담아들고 서있는 연(蓮)이기 때문이다. 넘치거든 자연스레 휘어져서 버리면 그뿐 다시 우뚝 하늘 향해 서있는 연(蓮)을 보면서 우리네 삶도 어쩌면 저 연(蓮)을 닮아가야 하지 않을까 싶어지더라.

다행히 주위 가까운 곳에 예쁜 연(蓮)을 만날 수 있는 곳이 많다. 필자가 자주 찾는 곳이라도 소개를 하자면, 청주시 흥덕구 장암동에 위치한 연꽃방죽에 가면 연분홍의 연꽃을 만날 수 있고, 청원군 강내면 연정리 연꽃마을에 가면 순백의 백련을 만날 수도 있다.

용기와 지혜 얻어라

이렇게 연(蓮)은 은은한 향취와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며 지친 사람들의 심신(心身)을 달래준 고마운 존재이기에 여름을 이겨낼 약선(藥膳)으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 하겠다. 연향(蓮香)과 함께 하면서 흐린 흙탕물 속에서도 세상 어느 것 보다 더 깨끗하고 고운 꽃을 피워내는 연(蓮)처럼 살아가기를 바라고, 한여름 뜨거운 태양도 기꺼이 받아들이며 이겨내는 용기와, 삶의 무거운 짐으로부터 나를 지켜낼 수 있는 지혜를 얻을 수 있기를 소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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