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더 자도 들어가는 아파트”라더라. 엄마는 누굴 찾아가야 하는데 아파트 이름을 떠올리지 못하신다. 우스갯소리로 하는 시부모님이 집 못 찾아오게 하려고 어려운 이름을 지었다는 말에 꼭 맞는 상황이다.

요즘은 아파트 이름을 외래어로 써야만 근사하고 비싸 보이는 것이 일반화 되어 있다. 가령 촌스러운 이름인 나리아파트나 비둘기아파트에 산다고 하면 빈곤층이구나라고 단번에 규정지어버린다. 나 역시도 신 거주지로 입성하지 못한 촌스러운 서민이다.

대장금 주제곡이 중국문화라니

인터넷을 뒤적이다 대장금 주제곡이 중국문화라는 기사를 보았다. 온 가족이 정신없이 빠져서 보았던 드라마이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흥얼거렸던 ‘오나라’ 라는 주제곡이 중국 것이라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 정부가 후원하는 중국 소수민족의 문화를 소개하는 Colorful china라는 프로그램에 ‘오나라’도 들어 있고 아리랑, 널뛰기, 가야금, 전통한복에 한글까지 들어 있다니 이게 무슨 일인가. 가만히 앉아 있다가 주머니를 털린 기분이다.

우리는 수없이 외세의 침입을 받았고 전쟁을 치러야 했던 나라다. 이 작은 나라가 다른 나라에 흡수되지 않고 면면히 잘 버텨왔던 것은 조상의 슬기와 민족의 자긍심을 지켜왔기 때문일 것이다.

유명메이커 의류나 신발, 레스토랑 등 어디 한글 명칭을 찾아볼 수 있는가. 이름이 어려울수록 최상의 품질은 아닐진대 거리로 나가서 간판을 볼 때마다 어지럽다. 떠듬떠듬 읽기도 어렵다.

한술 더 떠 어째서 냉면이 Cold Noodle이 돼야 하는가. 갈비가 그냥 갈비면 되지 Korean BBQ라니 말이 되는가. 장난으로라도 Rice wine이라고 하지 말자. 막걸리라는 말이 얼마나 좋은가. 탁배기 한 잔 생각만 해도 시원하고 탑탑한 맛을 와인에 비하겠는가.

우리 것은 우리고유의 이름 쓰자

개인적인 생각이겠지만 주민센터를 갈 적마다 왜 센터라고 해야 했는지 아리송하다. 영, 입에 붙질 않는다. 권위의식을 버리고 주민들이 쉽게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였을지는 모르지만 동사무소라는 명칭을 가지고서는 안 되는 일이었을까.

언젠가 시청은 시민센터 도청은 도민센터라고 불리는 건 아닐지 모르겠다. 전북 도청에서 새만금 영어 닉네임을 공모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새만금이 외국인들이 발음하기 어려워서란다. 새만금이 Golden Area 또는 Business Paradise로 불릴 뻔 했단다. 외국의 지명을 보면 참으로 발음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다.

우리의 발음을 수월하게 해주려고 어느 나라 어느 도시가 쉽게 발음하도록 닉네임을 붙여주는 것을 보았는가. 울란바타르나 카자흐스탄도 우리는 열심히 혀를 돌려가며 발음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 것은 우리 고유의 이름으로 불리게 하자. 어렵다고 한다면 가르쳐주자. 외국인을 만나면 친절하게도 헬로우 하지 말고 ‘안녕하세요’라고 말하자.

얼마 전 일본 여행을 할 때 나는 관공서에 들어가서 열심히 우리말로 길을 물었다.

한국말을 모르는 것을 그들 스스로 답답해하도록 말이다. 어쭙잖은 외래어를 남발하고 살다가 우리 것을 다 털리고 후회하지 말자. 갈비도 잡채도 냉면도 이 맛나고 귀한 음식을 일본은 벌써 자기네 이름화하여 일식당의 대표음식으로 내놓고 있다는데 우리는 Korean BBQ니 Clear noodle pasta니 Cold noodle이라고 써 붙여놓고 있다니 답답하다.

얼마 전 이름난 신라호텔에서는 한복을 입은 사람은 출입을 금한다고 했다가 된통 혼이 난 기사를 누구나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우리가 입지 않는 우리 옷을 우리 전통의상이라고 주장할 수 있겠는가. 지도층에서부터 대외적인 행사에는 조금 불편해도 우리 옷을 입으면 안 될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 부모님들 자식들 또는 친지들 집 잘 찾아다니도록 아파트 이름도 우리말로 쉽게 붙이면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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