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F 케네디는 “모든 어머니는 자기 아들이 대통령이 되기를 바라지만 그 과정에서 그가 정치가가 되는 것을 바라지는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즉 반(反) 정치의 정치라는 역설적인 논리이다. 이 논리에 의해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그러나 당선된 뒤, 지난 2월 23일 민주당에 입당했다.

똑같은 논리가 안철수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 원장에게 적용되고 있다. 안 원장에 대한 지지는 안 원장의 능력보다는 기존의 정치를 불신한 결과라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그렇지만 앞으로 야권의 대선주자를 선출함에 있어서 현재의 민주당 주자와 최종적으로 대권 주자 경선에 나설 것이라는 주장이 우세하다. 반정치가 정치화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혹자는 안 원장이 추구하는 반정치 논리가 고도의 정치적 전략이라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토마스 만은 “모든 지성적 태도는 잠재적으로 정치적이다”라고 한다. 이러한 논리에 의하면 안 원장의 태도도 정치적 성격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많은 지지자는 안 원장이 대권 도전에서 성공한다면 기존의 정치와 다른 모습을 보여 줄 것으로 생각한다.

이들의 내면에는 탈 정치인이나 반 정치인이 정치인이 되면 정치인이 정치를 하는 것보다는 올바른 정치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내재해 있다. 그렇다면 올바른 정치란 무엇인가? 우리의 표준 국어대사전에 의하면 정치란 “나라를 다스리는 일.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으로,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역할을 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학문적으로 데이비드 이스턴은 “정치란 사회를 위해 가치를 권위적으로 배분하는 활동”으로 정의하고 있다. 올바른 정치는 인간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행복하게 하는 수단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에서 정치란 사전이나 학문적 정의보다는 정치의 역기능적 부정적인 개념이 전제되고 있다. 정치의 핵심인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국민을 위하기보다는 사리사욕에 사로잡혀 부정과 부패의 덫에 걸려 있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기보다는 자신의 아집과 고집으로 일관하고, 서민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권력을 창출하는 데 혈안이 돼 있는 집단으로 생각한다.

지금 많은 사람이 정치를 개혁하고자 정치를 반대하고 있다. 그렇지만 개혁된 정치가 어떠한 모습이어야 하는가에 대하여는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도록 정리돼 있지 못하다.

올바른 정치에 대한 합의가 없이 단순히 기성 정치에 대한 반대만이 존재하고, 정치의 속성인 권력을 배제하는 정치를 원한다면, 사회는 무질서의 혼돈 속으로 들어가서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의 장이 될 위험이 있다.

정치에서 권력을 배제한다면 그것은 정치가 아니다. 반 정치의 논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시민이 더욱 정치화 돼야 한다. 반(反) 정치를 부르짖으면서 정치에 무관심하고, 정치 참여에 적극적이지 않다면, 정치가 반(半)정치가 돼 시민이 없는 정치인들만의 정치가 될 위험이 있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대권의 주자를 선택하는 것에 앞서 반 정치화돼 있는 국민 개인이 정치화돼 참여와 정치적 의무를 다하는 것이다. 이것이 정치개혁의 논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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