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발달과 함께 오염돼 가고 있는 세상을 보며 걱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늘어가는 쓰레기도 여기에 한 몫을 하고 있다. 각종 버려지는 것들을 보면 때론 너무 아까워서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돌아보고 또 돌아보며 떼놓는 발걸음이 무겁기만 하다.

아까움을 모르는 잘못된 습관

나의 유년시절에는 모든 물자가 부족한 시대였다. 먹을 것, 입을 것 무엇 하나 흔한 것이 없었다. 종이도 흔하지 않았고, 의복 또한 내려 입히거나 큰 것을 줄여 입히기까지 하다 보니 버릴 것이 없었다. 학용품도 그랬다. 손에 잡히지 않는 몽당연필을 볼펜 통에 끼워 쓰기도 하고, 노트며 연습장은 쓴 위에 쓰고 또 써가며 공부를 했던 그 시절에 버릴 것이 뭐가 있었겠는가? 오랜 세월이 지나고 나니 어른들조차도 언제 그렇게 산 날들이 있었는지 과거의 일들은 잊어버리며 살아가고 있다. 용변을 본 후 책이나 종이를 찢어 쓰거나 종이도 없어 지푸라기를 비벼 부드럽게 해서 쓰기도 했다. 두루마리 화장지를 아까운 줄 모르고 둘둘 말아 쓰는 요즈음 아이들이 믿어지기나 하겠는가.

많은 문화의 발달과 넉넉해진 경제력 어찌 옛날과 비교 할 수 있으랴. 편하고 살기 좋은 세상 물자가 흔해지고 보니 정들고 손 때 묻은 멀쩡한 물건들도 이사만 가려면 버리고 다시 구매를 하는 우리들의 생활습관, 실속보다는 남 보이기 위한 허세와 위선이 때로 마음을 우울하게 만들기도 한다. 물론 다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다. 다듬고 고쳐 쓰며 재활용하는 사람들도 주변엔 많으니 말이다.  

길을 가다보면 고장 난 냉장고며 가구, 잡다한 살림살이까지 술에 취해 망가진 사람마냥 너부러져 전봇대에 기댄 임자 없는 쓰레기들을 흔히 보게 된다. 아까운 물건은 버릴 줄 알면서 거기 들어가는 비용이 아까워 공터나 남의 눈에 잘 띠지 않는 곳에 은근슬쩍 버리다니 참으로 한심스럽다. 오늘도 어김없이 우리 집 담 옆 전봇대 앞에 쓰레기가 놓여있다. 저렇게 남의 집 담에 기대 놓고 가는 저 쓰레기의 임자는 누굴까? 자기 집 앞은 놓기 싫고 남의 집 앞에 놓는 저 심보를 정말 이해 할 수가 없다. 모형 카메라도 부착해 봤다. 그들의 양심은 어디로 간 것일까? 오늘은 아주 큰 대형 비닐봉지에 싸인 피티병과 플라스틱류, 뽑힌 상추 대와 가지치기된 꽃가지들이 나일론 끈에 묶여진 채 흉물스런 모습으로 서 있고 작은 쓰레기봉투까지 전봇대에 기대 놓았다.

누구 짓 일까? 우리 동네 사람일까? 25년을 살아 온 이 동네의 사정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으니 분명 이 쓰레기는 다른 동네서 온 것이리라. 오늘따라 유난히 눈에 거슬린다. 어떻게 할까? 어떻게 하면 자기네 쓰레기는 자기 집 앞에 놓을까? 궁리를 하다가 컴퓨터 앞에 앉았다. ‘남의 집 앞에 쓰레기 놓는 사람, 그 집 안방 그 사람 가슴 속까지 쓰레기로 가득 채워지리라.’ 이런 문구를 커다랗게 써서 우리 집 담과 전봇대에 눈에 잘 띄도록 꼭 붙여 놓았다. 좀 심했나? 그러는 내게 아무 곳에나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 이글을 봤다면 그는 이런 답을 보내지 않을까. ‘저는요, 집 안과 가슴 속이 쓰레기로 꽉 차서 넘치는 것만 여기에 놓고 갑니다.’ 친구의 농담에 우린 함께 웃고 말았다. 그래도 일말의 양심은 있었던가 아니면 자기 집 안방, 가슴에 쓰레기로 채워질까 겁이 났던가 많이 줄기는 했지만 전봇대에 기대어 놓는 습관은 여전했다. 쓰레기는 분리수거 해 정해진 요일에 종량 봉투에 담아서 해가 진후 내 집 앞에 내 놓으라는 문구가 보인다.

구청이나 주민 센터에서 커다랗게 써 전봇대에 걸어 놓은 이 양심 경고가 무색하기만 하다.

전봇대에 몰래 버려지는 양심

구청에서 알아서 다 처리를 해 준다. 그대로만 해 준다면 활동하는 낮 시간에는 쓰레기봉투가 보이지 않을 것이다. 새벽부터 수거해 가는 쓰레기차를 보면 늘 감사하단 생각이 들곤 했다. 뒤돌아보면 바로 내가 한 것 같이 부끄러운 쓰레기! 사람들의 마음이 다 같지 않을까?

왜 그렇게 전봇대 있는 곳이면 쓰레기를 갖다 놓을까? 전봇대에게도 생명이 있고 생각을 표현할 수 있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여긴 너희들 자리가 아니야 나도 싫다고’라고 소리라도 지르고 싶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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