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금품수수 혐의로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 구속되고, 정두원 의원에 대한 구속 영장 청구,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에 대한 검찰 소환에 이어 이 대통령의 초선 국회의원 시절부터 15년을 곁에서 지켜온 김희중 청와대 제1부속실장도 검찰에 소환되었다.

권력가의 집 앞은 항상 문전성시(門前成市)를 이룬다고 한다. 문전성시는 권력가나 부호의 집에 찾아오는 사람이 하도 많아서 그 문밖이 장터와 같다고 해서 붙여진 사자성어이다. 지금의 저축은행 비리는 권력의 힘이 최고조에 달하여 문전성시를 이루던 집권 초기에 발생한 것이다. 반면에 권력이 끊어지면 문전작라(門前雀羅)하게 된다고 한다. 문전작라는 한나라 무제 때 벼슬한 정당시가 파직하고 세인으로 돌아오자 빈객이 하루아침에 발길을 끊어서 문밖에 새그물을 쳐 놓을 정도가 됐다는 데에서 연유한 말이다. 권력의 힘이 줄어들어 레임덕이 발생하는 정권 말기의 모습들이다. 지금 이명박 정부의 대문은 문전작라한 상태가 돼 있다.

예전에는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사회가 변하고 모든 것이 빨라지니 이제는 권불오년(權不五年)도 되지 못하는 듯하다. 사기에 의하면 ‘권력과 이익 때문에 친해진 사람은 권력과 이익이 없어지면 멀어진다’고 했다. 지금 정권 말기이고 새로운 정권의 탄생을 예고하니 가까웠던 사람들이 멀어지고 있다. 시장도 파장되면 이윤을 생각하지 않고, 물건을 떠넘긴다. 지금 권력의 곁에 있던 사람들의 모습이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권력과 금력이 구분되지 못한 후진성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권력을 잡기 위해서는 금력이 필요하고, 금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권력이 요구되는 사회이다. 이처럼 권력과 금력이 연결된 부패의 고리가 제도화 돼 있으니 권력형 비리가 단절되지 못하고 있다.

제도화된 부패의 틀에서는 부패를 비리로 보지 않고, 관행으로 생각한다. 그러하니 검찰 소환을 야당 탄압이라고 하고, 비리 수사를 표적수사라 하며, 권력자로부터 토사구팽 당했다고 자신을 정당화하고 있다. 그리고 죄가 밝혀지면 모두가 공통으로 ‘국민에게 죄송합니다’라고 짧은 답으로 모든 것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문제는 제도화된 부패를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을 아무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제도화된 부패가 권력과 금력을 가진 사람과 집단의 힘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틀이기 때문이다. 자기들의 권력과 금력을 유지하는 제도를 스스로 바꾸려 하지는 않는 것이 지배세력의 공통적인 집단의 논리이다. 이러한 상황이니 저축은행 사건과 관련해 당사자인 청와대나 국회는 자기 식구 감싸기에 바쁘거나, 사안을 축소해 개인 비리로 돌리려는 생각뿐인 듯하다. 이러한 생각이 지속하는 한 권력과 금력이 유착된 권력형 비리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제도화된 권력형 비리는 비리를 저지른 개인을 구속하고, 법적 처벌을 한다고 없어지거나 줄어드는 비리가 아니다.

권력형 비리가 사라지지 않고 대통령의 권한이 무소불위를 유지하는 상태에서 지금 대권 주자들이 외치는 4년 중임의 헌법 개헌이 권불오년을 다시 권불십년으로 바꾸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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