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가 저에겐 힘이 됐죠”
“장애가 저에겐 힘이 됐죠”
  • 선치영 기자
  • 승인 2012.07.12 17: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남 부여 지체장애2급 하보현씨 세번째 시집 발간

‘내가 널 못 만난 것도 인연이다. 내가 당신을 만나 사랑하게 된 것도 인연이다. 아쉬움도 미련도 이 순간 떨쳐 버릴 수 있는 것도 인연이다’

지체장애 2급 하보현 시인(42·충남 부여군 쌍북리)의 세번째 시집 ‘인연’에 소개된 자작시다.
장애란 결코 힘든 것이 아닌 다만 불편할 뿐이다. 그러나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장애를 극복하고 넘어서기란 그리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가난한 집안사정 때문에 일자리를 얻기 위해 동분서주 했지만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번번이 거부당한 하 시인.

허나 하 시인은 낙심하지 않고 몸에서 솟구치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무수한 감정들을 글로 표현하고자 할머니에게 100원을 얻어 공책을 사서 누구 하나 알아주는 이 없어도 시를 쓰고 또 쓰기 시작했다.
이것이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지체장애인 하보현’에서 본인은 물론 남의 삶도 풍요롭게 해주는 ‘시인 하보현’의 삶으로 바꾸게 된 전환점이 됐다.

첫번째 시집 ‘똥’, 두번째 시집 ‘영웅’에 이어 벌써 세번째 시집 ‘인연’을 발간한 하 시인은 “시를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모든 일에 자신감이 넘칩니다. 불안하고 부정적으로만 보이던 세상이 어쩌면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죠?”라며 환하게 웃는다.

어눌한 말투와 부자연스러운 동작과는 달리 강렬하고 선한 눈망울을 소유한 하 시인은 지난해 태권도 국가공인 1단 자격증을 취득해 올해 전국장애인 태권도대회에 참가, 3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적극적인 삶을 살고 있다.

“세상이 힘들고 어려울 때면 항상 하 시인을 바라보며 의지를 다진다”는 지철승 시인은 “하 시인은 지체장애인 이지만 항상 밝은 미래를 꿈꾼다. 그 꿈의 실타래엔 달콤 새콤한 시가 매달려 있어 읽는 순간 마음이 깨끗해지고 세상 시름마저 잠시 빗겨간다”고 하 시인을 평했다.

그는 또 “태권도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하 시인의 얼굴이 행복으로 상기돼 있음에 지켜보는 나도 행복하기만 하다”고 하 시인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하 시인 앞에 서면 같은 시인으로서 한없이 작아짐을 느낀다”는 최현숙 시인은 “우리는 누구나 장애를 안고 살아간다. 하 시인의 시를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하 시인의 세계로 빠져 든다. 비장애인 보다 더욱 더 절실한 경험 때문이 아닐까요?”라며 국가대표가 되겠다는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하 시인에게 힘찬 박수를 보냈다.

하 시인은 “모든 것은 본인이 마음먹기에 달린 것 같아요. 나보다 더 몸이 불편한 사람들도 긍정적이고 밝게 살아가고 있지 않습니까. 지금도 장애 때문에 고민하고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젊은 장애인 친구들이 있다면 눈을 크게 뜨고 세상을 다시 보세요. 진취적이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바꾸면 살아갈만한 세상으로 만들 수 있다”며 “태권도 국가대표의 꿈도 꼭 이룰 것이다”고 말했다.

현실을 직시하고 오늘도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는 하 시인을 보면서 장애인에 대한 비장애인으로서의 부끄러움이 밀려 오는 것을 감출 수가 없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