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일어나 아침식사를 대충하고 예정된 골프장으로 동반자와 함께 한대의 차량으로 이동해 30분전에 클럽하우스에 도착했다. 등록을 마치고 라커룸에서 옷을 갈아입고 얼굴에 썬크림도 바르고 지정된 코스에 서서 캐디와 인사를 나누고 준비 운동도 하고 1번 홀 티잉 그라운드에 섰다.

예측불허 공의 행방, 인생과 닮아

나는 말 그대로 왕초보다. 정식레슨을 받지 않은 독학 검정고시 출신이랄까? 뒤늦게 시작해 구력이랄 것도 없고 핸디캡은 아예 계산이 안 된다. 이 산 저 산 뛰어다니다 보면 그린에 도달하기 전에 트리플 아니면 양파로 OK를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라운드가 모두 끝난 뒤 스코어는 세 자리를 육박한다. 허탈과 아쉬움뿐이다. 그러나 동반자와 함께 친교를 나누며 싱그러운 자연에서 세상의 잡념을 잊게 해 주는 더없는 시간이다. 그늘 집에서 막걸리와 사이다를 섞은 막사 한 사발에 더위가 싹 가신다.

18홀을 돌면서 3∼4km는 족히 걷게 되니 건강을 위한 산림욕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골프 실력이 조금 모자라면 어떤가. 느림의 미학을 터득한 걸로 만족할 일이다. 20세기 초 영국의 작가이자 골프 평론가였던 헨리 롱허스트는 ‘골프 속에서 인생을 생각하고 인생 속에서 골프를 배운다’고 말했다. 또 세익스피어도 골프는 인생의 반사경 티샷해 퍼팅으로 끝내기까지의 과정이 바로 인생항로라고 했다.

골프게임은 마치 삶의 닮은꼴 같다. 공의 행방에 따라 게임이 결정되듯이 인생도 예측 불허의 행로를 따라간다. 일생을 큰 과오 없이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는 불행한 운명을 지닌 사람도 우리 주위에 많이 있다.

골프는 어디로 날아갈지 모르는 공의 행방이 가져다주는 기쁨을 만끽하는 운동이다. 그만큼 정교하게 공을 처서 홀인 하는 바램을 즐긴다. 골프에서 인생을 음미하는 것은 공이 날아가는 예측불허의 상황이 같기 때문일 것이다. 버디, 이글도 어려운데 홀인원의 행운은 로또 대박에 비할 바 아니다. 골프장마다 홀인원 기념식수와 오석에 새겨진 이름이 마치 승전비처럼 자리 잡고 있다.

그린의 들판에서 자연과 더불어 호흡하며 라운딩하는 행복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일이다. 행복한 삶을 기대하는 것은 그린에 공을 올리듯 그렇게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평탄하고 완만한 푸른 잔디 위를 평화롭게 걷기도하고 때로는 깔딱 고개처럼 가파른 언덕을 올라가기도 하고 내리막을 향해 볼을 치기도 한다. 어떤 홀은 오른쪽 왼쪽으로 돌아가는 도그 랙 홀을 만나기도 한다.

18홀을 돌다 보면 때로는 아주 치명적인 OB가 나기도하고 해저드에 빠지기도 한다. 큰 웅덩이 같은 벙커도 만나며 그린에 가까스로 도착하지만 굴곡이 심하여 볼을 홀 컵에 넣기가 만만치 않다.

골프에서 티샷한방 잘 날려도 소용이 없다. 거리는 숫자에 불과하다.

티샷 잘되고 세컨 샷이 잘 안돼 망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천천히 리듬 있게 힘을 빼고 부드럽게 머리 들지 말고 공을 끝까지 보는 신중함이 있어야 한다고 코치들은 이야기한다. 인생에서 건너뛰는 법은 없다. 대박 일확천금을 노리지 말고 욕심 부리지 말고 자기 실력과 능력 범위 내에서 전략을 잘 세워 삶에 여정을 한 단계씩 넘어가야 한다. 세상사 아무리 노력해도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상황도 있다. 이때에는 다시 기본에서 시작하고 좀 먼 길로 돌아가며 기회를 기다리면서 반성하고 성찰하는 여유의 삶도 필요한 일이다.

욕심을 부리면 결과 좋지 않아

큰 욕심을 부리거나 힘이 들어가면 샷의 결과가 좋지 않다. 늘 사심을 버리고 동반자를 배려하며 도움을 주며 함께 즐길 때 골프도 순탄하게 풀리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골프의 게임은 우리의 삶처럼 늘 희비가 교차된다. 오늘보다 좀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는 마음을 가지고 다시 시작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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