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쯤 풍요롭고 고급스러운 식탁 앞에 앉아 차례로 나오는 음식을 ‘감상’할 기회를 가져볼만 하다.
그러나 마음 단단히 먹고 찾아나서도 적당한 곳을 찾지 못해 고민한 경험을 누구나 갖고 있다. 특히 양식의 경우 지방에서 이렇다할 전문성을 가진 음식점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지난 3월 충주에서 문을 연 ‘화이트 크리스마스’(대표 전두호·49)는 인구 30만명이 채 되지 않는 소도시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정통 프렌치 레스토랑을 고집하고 있다.
이 곳의 식단과 서비스는 지역 정서와 어울리지 않는 사치로움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그러나 개업 당시부터 고집하고 있는 ‘특별한 사람을 위한 특별한 식사’라는 컨셉을 이해한다면 그리 큰 거부감을 갖지 않게 된다.
주말이나 각종 개인적인 기념일에 맞춰 나들이를 겸해 찾는 것도 일상의 탈출구를 마련하는 일이다.
좁게 보이는 실내에 불과 6개의 테이블이 놓여있지만 의자 하나하나가 유럽에서 직수입한 골동품이고 높은 천장에 흰 벽을 장식한 여러 소품도 시중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것들이다.
지방에서 정통 양식은 식재료 확보와 이에 따른 높은 가격 등으로 대중화되지 못했다.
미국의 한 문화인류학자는 고급음식과 보통음식을 구별하는 첫째 조건으로 식재료의 희귀성을 꼽았다.

-포크,나이프 17개에 접시만 27개-

프랑스 요리의 독특한 풍미는 고기와 생선, 야채 등 주재료가 특별한 것보다 맛을 완성시키는 소스재료의 특별함에서 얻을 수 있다.
각각 코스로 제공되는 화이트 크리스마스의 점심과 저녁 메뉴는 보통 12∼24가지에 이르는 소스재료를 사용해 즉석에서 조리해 신선도와 풍미를 살린다.
음식을 먹는 순서와 격식을 굳이 강요하지는 않지만 식탁에 차려진 용도별 포크와 나이프가 17개에 이르고 정찬의 경우 모두 27개의 접시가 식탁에 오른다.
1인분에 필요한 그릇 가격만 20여만원을 훌쩍 넘는 사치를 부렸다.

-빨리 먹어도 1시간30분 소요 -

정찬을 이루는 메뉴는 ‘마늘과 버터를 발라 구운 빵’으로부터 ‘브로콘뉴식 달팽이 요리’, ‘사과를 이용한 거위간 크로스무슈’와 ‘연어크림 수프’, ‘프랑쉬빌 드레싱의 망고 샐러드’, ‘백포도주와 체리로 맛을 낸 왕새우’, ‘버섯과 마죠향 소스를 곁들인 연한 송아지스테이크’, ‘레몬향 콜덴 사과다트’ 등 다소 생소한 음식들이 차례로 나온다.
아무리 빨리 먹어도 최소한 1시간 30분이 걸리는 만찬이다.
여기에 검정색 턱시도와 나비넥타이로 정장을 차려입은 주인 전두호씨가 음식 하나하나에 대해 자상한 설명을 곁들이고 덩어리째 나오는 고기 요리는 주방에서 카트에 실어와 일일이 ‘카빙’(긴 나이프와 포크로 먹기 좋게 잘라주는 것)을 해준다.
식사외에 저녁시간 마련되는 와인과 위스키, 코냑 코스도 인기품목.
술 한병에 3∼4가지 요리가 기본적으로 제공된다.
모험적인 개업을 강행한 전씨는 지난 70년대 초부터 패션계에 입문한 디자이너 출신으로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숙녀복 브랜드인 ‘바인’과 신사복 브랜드 ‘네드웍스’, ‘뼝뼝’ 등 패션업계의 수석 디자이너로 일했고 일본까지 스카우트된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그러나 지난 98년 외환위기 당시 보증 등의 문제가 얽혀 무일푼이 된 뒤 전원생활을 위해 충주에 내려왔다가 허름한 빈 창고를 빌려 테이블 두 개에 화장실조차 없는 양주전문점 ‘1960년, 겨울’을 개업했다.

-거위간 크로스무슈 등 別食도 -

단돈 200만원으로 시작한 이 업소는 지난해 11월까지 충주의 유명 업소로 자리잡았고 현재 서울 대치동과 방배동, 양재동의 업소들이 전씨로부터 컨셉을 사들여 똑같은 아이템으로 영업중이다.
전씨는 “슬리퍼 등을 신고 오지만 않는다면 자유로운 복장을 해도 좋지만 손님들이 굳이 정장을 차려입고 오신다”며 “가끔 최상의 서비스를 받으며 고급요리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싶어 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낮 12시부터 3시까지 점심. 오후 6시부터 정찬을 시작하기 때문에 예약하는 것이 좋다.
9세 이하 어린이는 동반할 수 없다. 점심 메뉴 4만5천원∼5만5천원. 저녁은 5만5천원∼6만5천원이다. (☏043-856-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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