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의 뜨거운 태양빛을 받으며 들어간 그곳은 조용했다.

좀 이른 시간에 도착했기에 대기실의 무더위를 피하고 싶어 의자가 있는 나무 그늘에서 잠시 쉬었다. 우리들의 마음을 헤아리기라도 하듯 시원하게 바람이 불어주었고, 하늘도 구름한 점 없이 밝고 환한 미소로 오늘을 축복한다. 글 공모전 시상식, 벌써 아홉 번째의 행사다.

그들만의 진솔한 마음 담겨

주민등록증과 소지품을 맡기고 팔목에 하나하나 도장을 찍으며 들어갔다. 자유롭게 들어 갈수 있는 문이 아니다.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같은 하늘 아래, 문하나 사이의 짧은 공간이 너무 다르고 아득히 멀다는 생각을 했다. 그들의 글 속에는 그들만의 진솔한 마음을 간직하고 있었다. 읽어가며 함께 눈물짓고 감동하고, 가족 사랑을 뼈저리게 느끼기도 했다. 지난 일들에 대한 후회를 읽을 수 있었기에 그들만의 삶을 조금은 이해 할 수도 있었다.

‘사랑’을 가슴속에 간직하고, 삶의 의미를 되새기는 아름다운 시간이 되기를 기도하고 그들의 삶에 희망과 사랑이 싹트길 바라며 함께 한 시간이었다.

이 분들이 어찌 죄라는 명목에 엮여 이곳에 머무르게 됐는가. 순간적으로 저질러진 일이거나, 오염된 이 사회가 죄를 짓게 만들지나 않았는지 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함께 책임져야 할 일은 아닌지 자신을 뒤돌아보게도 됐다.

편지글, 산문, 운문, 독후감 등 보내 온 글을 읽어 가며 함께 안타까워했고, 함께 가슴 아파 했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에 참으로 동감이 갔다.

글로 표현하면서 어쩌면 가슴 속에 응어리진 마음과 그리움을 그려내며 한 올, 한 올 얽힌 실타래가 풀어져 나가듯 가슴이 후련해지는 느낌도 들었을 것이다. 허나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으랴. 못다 한 표현이 더 가슴 아프게 하고 아쉬웠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저는 죄인입니다. 하루를 살면 하루가, 하루를 더 살면 하루를 더 죄 지으며 살게 됩니다. 기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글을 알지도 못합니다. 죄인을 용서 해 주십시오.’ 글도 모르고 배운 것도 없는 어느 할머니의 기도다. 간결하고 진실한 그 기도 속에는 얼마나 많은 할머니의 마음이 들어있는가. 우리는 살아가면서 알게 모르게 죄를 지으며 산다. 그래서 할머니는 하루를 살면 그 하루가 죄라 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모두가 죄인이다. 이웃 사랑하기를 내 몸과 같이 하고 왼쪽 뺨을 때리면 오른쪽마저 내 놓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예수님처럼 살아 갈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렇게 큰 사랑을 나눌 수만 있다면 이 세상은 사랑의 꽃으로 장식 됐으리라. 세상 이쪽이나 그 안이나 사람 사는 것은 매 한 가지가 아닌가. 자식을 그리워하고, 부모형제를 사랑하는 마음이 어찌 다르며, 부부간의 사랑이 어찌 다르겠는가. 구구절절이 애닮은 마음들을 지울 수가 없다. 그립고 보고 싶고, 가슴 속에 품고 사는 어미의 마음을 어떻게 위로 해 주고 보듬어 상처를 치유 해 주겠는가.

대상을 받은 어느 수인이 아들에게 쓴 편지를 눈물을 감추고 낭송하다가 끝내 오열하고 만다. 뼈를 깎는 아픔으로 자식을 떠나보내고, 살아오면서 가장 잘 한 일이 있다면 자식을 만나지 않고 떠나보낸 거라며 끝내 자신의 소식을 몰라주기를 갈망한다. 얼마나 자식을 보고 싶었을까 얼마나 가슴에 안고 싶었을까.   참고 또 참으며 이역만리 타국에서 온 아들을 만나지 않겠다며 엄마는 이곳에 머물지 않는다고 말 해 달라는 대목을 읽으며 목이 메어 더듬거리던 그 떨리는 목소리를 잊을 수가 없다.

자신을 뒤돌아보게 된 시간

간암 판정을 받고 아픈 모습 보이지 않으려고 사력을 다 한 남편, 출소 후 지금 이 모습으로 못 올린 결혼식을 올리자며 출소할 때까지 기다리겠다던 남편이었다. 내내 오지 않던 남편이 신사복을 말쑥하게 차려입고 양복주머니에 꽃을 꽂고 단정하게 이발을 하고 면회를 왔다. 눈치도 없이 ‘누구 염장 지르느냐, 바람이라도 난거냐’고 억지소리만 해 댄  자신을 용서 할 수가 없다는 절규의 글이다. 한 달을 채 넘기지 못하고 약속을 지키지 못해 미안하다며 울음으로 세상을 하직했다는 유언을 전해 들었다. 꽃을 달고 면회 올 때 입은 옷 그대로 찍은 영정사진을 품에 안고 몸부림 쳤을 그녀의 아픔이 전달돼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의 가슴에 오래오래 머물러 떠나지 않는 것은 아직 못다 준 사랑이 남아있기 때문이며 바닷물처럼 짠 눈물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라는 글을 읽는 여인의 가슴속에 담긴 그 분은 그래도 행복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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