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구경한 지가 언제인지 모르는 데 전국은 연일 30도를 넘어서는 불볕더위이다. 기상청에 의하면 올해의 가뭄은 1908년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로 처음이라고 한다. 그동안 수리시설 정비와 확충으로 논농사의 피해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아직도 모내기하지 못한 곳이 많다고 한다. 올 농사는 지나간 것이다.

밭농사의 피해는 아직 집계도 되지 못한 듯하다. 과수의 잎은 말라가고, 수확기에 접어든 양파, 마늘의 작황은 최악의 상태이고, 잎이 무성해야 할 고추는 성장을 중단하고, 수수는 말라 죽어가고 있다. 더욱이 상수도 시설이 돼 있지 않은 농촌 지역은 농사도 농사이지만 식수가 걱정이다. 지하수가 말라서 급수차가 물을 공급하고, 생수를 사서 먹고 있다. 극심한 가뭄으로 논바닥이 갈라지고 타들어 가고, 농민들의 가슴이 타고 있지만, 그 심정을 공감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듯 하다. 지면이나 인터넷에서는 서울의 가로수에 물주머니 달아놓은 것이 화제이고, 가뭄으로 물가 걱정만 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주에서야 가뭄 피해를 막기 위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고 예산을 집행하겠다고 하고 있다. 작물이 말라죽고, 모심을 시기가 지난 뒤에 장구 치고 북 치고 있다.   

예로부터 가뭄이나 홍수와 같은 물 문제는 국가의 대사로 다뤘다. 가뭄이 극심하면 왕은 사직단에서 기우제를 지내면서 하늘에 빌었고, 장마가 끊이지 않으면 조정이나 각 고을에서는 비를 멎게 해달라는 기청제를 올렸다. 가뭄 지역의 수령은 집무처인 동헌의 가운데 기둥에다 머리를 찧거나 자신의 등짝을 가죽 회초리로 쳐서 비를 빌어 민심을 수습하고자 했다. 태종(太宗)이 죽기 전에 왕위를 내놓은 것도 가뭄을 둔 자책에 의한 것이라고도 한다.

‘뿌리 깊은 나무는 가뭄 타지 않는다.’,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다.’ 라고 한다. 우리의 치산치수 정책은 아직도 그 뿌리가 깊지 않고, 샘이 깊지 않다. 그 논란 많은 4대강 사업도 100년 만의 가뭄을 해갈하는 데 어떠한 도움도 주지 못하고 있다. 다목적 댐이 옆에 있으면서도 식수 걱정을 하는 나라가 우리이고, 타들어 가는 농심의 마음을 함께하지 못하는 것도 우리의 실정이다. 천정(天政) 사상이 지배해 온 우리나라에서는 심한 가뭄이나 심한 장마를 하늘이 정치 잘못하는 위정자에게 내리는 벌로 생각해 위정자들은 몸가짐을 조심하면서 범연하게 보아 넘기지 않았다. 하다못해 고을 원님은 그 고을에 가뭄이 혹심하면 과년한대도 시집 못 가고 있는 노처녀가 있나 없나 살폈다고 한다.

2달 전 민생을 외치며 국회의원 자리를 달라고 소리쳤던 사람들은 가뭄에 대하여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다. 개원도 하지 못하고 휴원 상태를 공전하고, 자신들의 연금 이야기만 한다. 자기 지역 농사가 타들어가도 정부에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요구하는 국회의원 한 명이 없는 실정이다. 지금의 가뭄을 100년 만의 기상 이변으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 도시 지역에 수돗물이 펑펑 나온다고 무관심할 일이 아니다. 4대강 개발 덕분에 홍수 해와 가뭄을 이겼다고 선전해서 밭에 물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가뭄이 천재라 하더라도 모두가 함께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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