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진 기자

“몸싸움이 무서워서 공권력을 행사하지 않는 게 공무원 입니까.”

기자에게 한통의 전화가 왔다.

기사를 본 한 시민이 불법행위에 대응하는 일부 공무원들의 안일한 태도를 지적했다. 

용정동 일원 불법야시장을 보도한 각 언론사의 내용 중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

‘행정당국이 마찰을 우려해 강력한 법집행을 펼치지 못하는 사이 불법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내용이다.

청주시 상당구청의 미온적 행태를 지적한 것이다.

행정대집행법의 절차나 과정이 까다롭기 때문에 계도 후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겠다는 이들의 해명도 상당부분 이해가 간다. 

하지만 청주시 흥덕구청의 경우 불과 20일전 비슷한 상황에 놓였던 성화지구 불법야시장을 설치 다음날 강제철거 했다.

흥덕구청 공무원들이 행정대집행법을 잘 모르고 무조건 대집행을 진행한 건 아닐 것이다.

유사한 조건에 대한 두 기관의 극명한 차이점이 시민들 눈앞에 여실히 드러났다.

흔히들 여성의 외적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방법 중 “나올 때 나오고 들어갈 때 들어가야 한다”는 말들을 한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이 말이 비단 여성의 외적 아름다움에만 해당하는 표현이 아니란 사실을 알았다.

지자체들도 나올 상황에선 적극적으로 나와야 올곧은 아름다움을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청주시의 한 구청은 나와야 할 때 나왔기 때문에 아름다웠던 반면 다른 한 구청의 경우 나와야 할 때인데도 움츠리며 기어들어가는 대조적인 모습이 왠지 패잔병처럼 초라해 보였다.

물리력 앞에 지레 겁먹은 몇몇 공무원들이 공권력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건 아닌지 씁쓸한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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