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년 동안 시도하고 있는 청주·청원 통합이 이달 27일 주민투표로 결정될 예정이다. 그러나 선진통일당 이나 청원군 공무원 노조 등의 반대 목소리와 주민투표율이 걸림돌로 남아있다. 시·군·구 통합은 청주 청원의 사례에서 보듯이 쉬운 일이 아니다. 

대통령 직속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는 통합 건의서가 제출된 전국 36개 시·군을 대상으로 4월 말부터 지난달 중순까지 전화 여론조사를 했다. 충북지역에서도 괴산·증평과 음성·진천이 대상이다. 이에 대상지역은 통합에 대한 찬성과 반대라는 명분에 의해서 갈등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통합에 찬성하고 정당성을 주장하는 시각은 주로 행정의 능률성 차원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편다. 현재 우리나라 자치단체의 규모를 보면 시 단위 평균 인구는 약 30만명이고, 군 단위는 5만5천 명이다. 5만명 이하의 규모를 가지고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전체의 51%이다. 전국 자치단체의 80%가 50% 미만의 재정자립도를 갖고 있고, 70% 정도가 자체 지방세 수입으로 인건비도 충당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규모의 경제에 의해서 해결하여야 한다고 한다.

한편 행정권과 생활권이 분리된 현재의 행정구역을 주민 중심의 생활권 중심으로 개편하기 위해서 통합이 필요하고, 근접 지역이면서 한 지역은 초등학교까지만 무상급식을, 다른 지역은 중학교까지 무상급식을 하는 등 행정 서비스의 불균형을 사회적 형평성 차원에서 개선하기 위해서 통합이 필요하다고 한다. 정부에서는 악화되고 있는 지방정부의 재정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통합을 주장한다. 인구 3만명도 안 되는 자치단체들이 각각 공설운동장을 지어서 1개월도 사용하지 않는 등의 중복 투자로 지역과 국가의 재정낭비를 가속화 시키고 있다.

한편 통합에 반대하는 측에서는 행정구역을 광역화하는 것은 지방자치를 말살하는 것이고, 지방분권에 역행하는 것이며, 지역주민의 의사를 반영하지 않은 중앙집권적인 발상이라고 한다. 즉 자치권과 행정의 민주화라는 논리에서 반대의 명분을 찾고 있다.

정부 운영에서 민주성의 이념과 효율성과 같은 경제성의 이념은 상호 보완적 성격도 있지만 서로 갈등을 가지는 이념이다. 어떠한 이념을 선호하느냐는 주민의 의견에 따라서 결정돼야 할 사항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통합이 무산된 요인을 보면 세분된 행정구역에 의해서 형성된 기득권층의 소지역주의가 통합의 방법, 통합 행정기관의 위치 등의 각론을 명분으로 우세했기 때문이다.

일반 주민은 1년에 한 번 시청이나 군청에 갈 기회도 없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면사무소나 동사무소가 중요하고, 행정구역이 나눠져서 비싼 대중교통 요금을 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러나 시청과 군청을 내 집 안방처럼 들락거리는 기득권층에게는 의원의 수가 줄고 지역사회 단체 회장의 자리가 주는 것에 더 관심을 둔다. 사회의 변화에 적합하게 행정구역을 개편하여야 한다는 원론은 있지만, 정치권은 자신들의 득실로 방관자가 되고, 정부는 경제성의 논리로 통합을 주장하고, 지역의 기득권층은 자치권을 명분으로 통합에 반대한다. 그 주체가 돼야 하는 주민은 없다.

지금과 같이 통합에 대한 기준도 없이 단순히 자율통합원칙만 있는 상황에서 시·군 통합은 사회적 갈등만 확대할 뿐이다. 사회적 갈등을 줄이기 위해 행정구역 개편에 대한 범국민적인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국민투표라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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