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도끼다 <51>]-김주란 <청주남부도서관>

나에게는 여러권의 책을 동시에 산발적으로 읽는 습관이 있다. 거실에서 보는 책, 화장실에서, 차에서 등 장소마다 두고 잡지를 넘기듯 빨리 빨리 스캔한다. 그것이 밀독을 해야할 책임에도 불구하고 마음은 늘 바쁘다.

이런 독서가 의미 있는 독서 흔적을 남기지 못한다는 것을 체험상 알지만 이상하게 양적인 독서스펙에 대한 욕심을 버릴 수가 없었다.

하지만 박웅현의 책읽기에 대한 ‘책은 도끼다’ 를 읽고 나는 이런 수박 겉핥기식 독서습관을 당장 그만두리라 결심했다.

이 책의 저자 박웅현의 이름은 어쩌면 낯설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그를 잘 알고 있다.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속으로 들어왔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넥타이와 청바지는 평등하다’, ‘현대생활백서’, ‘사람을 향합니다’, ‘생각이 에너지다’, ‘진심이 짓는다’ 등 그가 만든 광고 문구에 너무나 친숙하기 때문이다.

그가 2009년 ‘인문학으로 광고하다’ 라는 책을 펴내며 잘나가는 자신의 광고 창의성은 인문학에서 나온다라고 밝힌바 있지만 연이어 인문학 강독회라는 이름으로 또 다시 그의 책읽기에 대한 책을 펴냈다. 도대체 치열한 현대의 광고쟁이에게 인문학 책읽기는 과연 어떤 것일까.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 (1904년 카프카 ‘변신’)

카프카의 말을 제목으로 정했듯이 그는 책읽기가 인식을 깨는 강한 울림을 주는 것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이 읽는 것보다 깊이 있게 읽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들여다봄으로써 ‘보는 눈’을 가지게 되고, 사고의 확장을 이룰 수 있으며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책이 좋은 책, 내면의 얼어붙은 감성을 부수는 도끼와 같은 책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아이디어의 밑바탕이 되어준 책들을 반복적으로 읽고, 감동을 준 문장에 줄을 치고 옮겨 적는 자신만의 독법을 실제적인 작품의 문장 하나하나를 소개하며 흥미롭게 설명한다.

인문학적 내공이 가득 쌓인 저자의 쉬운 설명과 강렬한 감동을 주는 문장을 보고 있으면 어려운 고전이라고 들쳐보지 않았던 책들을 읽고 싶다는 욕망이 불현 듯 일어난다.

“이 세상에서 부유한 사람은 상인이나 지주가 아니라, 밤에 별 밑에서 강렬한 경이감을 맛보거나 다른 사람의 고통을 해석하고 덜어줄 수 있는 사람이다.” 라는 알랭 드 보통의 말이 가슴에 새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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