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째 청소로 하루 여는 황길상씨

▲ 청소를 마친 황길상씨가 땀을 닦고 물을 마시며 갈증을 씻어내고 있다.

20일 새벽 5시. 어김없이 중년의 한 남성이 청소도구를 들고 길거리로 나온다.

환경미화원 복장도 아니다. 청소도구를 든 이 남성은 묵묵히 골목 구석구석을 청소하기 시작한다. 부지런히 비질을 하던 남성은 한시간여가 지나서야 겨우 허리를 한번 펴고 숨을 고른다. 땀방울이 흘러 내리는 얼굴에 웃음이 넘친다.

충북 청주시 상당구 서문동 삼겹살 거리. 평생을 이곳에서 생활해 온 황길상씨(66).

황씨가 골목 청소를 시작한 건 2년여전. 옛 서문시장 ‘토박이’인 황씨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청소를 해 왔다. 그만큼 이곳에 대한 애착이 깊다.

청주 중심상권이던 옛 서문시장은 사람들의 발길로 활기가 넘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지속된 경기침체 등으로 시장 기능을 잃으면서 사람들의 발길도 끊겼다.

황씨의 청소는 시장 주변이 쓰레기 등으로 더럽혀지는 것을 본 후로 시작됐다. 시장이 지저분하면 사람들이 더욱 찾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서다.

황씨의 하루는 청소로 시작된다. 새벽 공기를 마시며 삼겹살 거리 청소를 시작으로 손님맞이를 준비한다.

누군가 시켜서 시작한 것도 아니다. 다만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쾌적하고 상쾌한 거리를 보여주기 위한 배려다.

운동 삼아 시작한 청소는 깨끗해 진 거리를 보고 감사를 전하는 동네 주민들의 인사에 보람을 느낀다.

황씨는 “처음 운동 삼아 시작한 청소가 여기까지 온 것”이라며 “누구에게 칭찬을 받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삼겹살 거리가 조성돼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나와 이웃 주민,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 청소하는 것이라 생각돼 뿌듯하다”고 겸손해 했다.

옛 서문시장은 ‘청주시 삼겹살 거리’로 제2의 전성기를 꿈꾸고 있다. 황씨의 노력도 한 몫 한 것이다.

황씨는 이웃사촌과 의기투합해 삼겹살 거리에 ‘삼남매 생 삼겹살’가게를 시작했다. ‘삼남매’란 가게 이름은 친척보다 더욱 가깝게 지내 온 이웃 3명이 뭉쳐 시작했기 때문.

청소로 시작된 일과는 자정이 넘어서야 끝난다. 황씨의 평균 수면 시간은 길어야 4시간이다.

황씨의 고집스런 청소에는 이유가 있다.

황씨는 “쓰레기라는 것이 한 번 쌓이면 계속해서 쌓이게 된다. 삼겹살 거리로 다시 태어나는 서문시장의 음식점들은 무엇보다 깨끗해야 손님들이 많이 찾아온다”며 “이곳의 상인들도 일주일에 한번씩 대청소를 하는 등 거리 가꾸기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청소는 나 혼자 희생으로 상인은 물론, 손님들까지도 기분이 좋아지는 등 1석 3조의 효과를 얻는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청소는 계속 할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청소를 마치고 돌아 서는 황씨의 뒷모습은 자신을 희생하고, 남을 배려하는 모습으로 더욱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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