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고영진 사회부 차장

요즘 경찰 위상이 말이 아니다. 학교폭력 사례를 적발해 수사결과를 발표하니 학부모들의 거센 항의가 이어졌고, 곧이어 ‘조작수사’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그들 입장에서는 정말 억울하고 분하지만 이를 악물고 참아내며 꿋꿋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대한민국 경찰의 진면모다.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높일 수 있는 기품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페이스북에 자신의 잠복근무사실을 올렸다가 시간과 위치, 장소 등이 알려져 언론에 오른 한 경찰관은 분명 잘못이 없다.

고된 경찰업무 중에서도 가장 힘들다는 잠복근무를 서다 내뱉은 푸념일 뿐이다.

다만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속성을 모두 알지 못해 벌어진 해프닝일 수도 있다.

경찰 내부에서도 적절한 지적이었다고 말한다. 

반면 이러한 보도내용과 기자, 해당 언론사까지 맹비난하는 경찰도 있다. “보도 논리대로라면 경찰관은 페북도 하지 말고…”, “왜 확인전화 한통 없이 친구들과 주고받는 얘기를 엿듣고…”로 시작해 “이젠 참 별게 다 태클을 거네”, “제목을 꼭 저렇게 ‘정신 나간 충북경찰’이라고 써야 되나. 뭐 그리 정신 나간 짓을 했다고” 등의 글을 남겼다.

동료의 실수를 감싸기 위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보도된 기사의 요지와 거리가 먼 지적으로 본질을 흐리며 비난하기에만 바빴다.

“뭐 그리 정신 나간 짓을 했다고”라는 대목에서는 “잘못이 없는데 왜 괜한 억지를 부리냐”는 메시지도 느껴졌다. 정말 실수한 것이 없는지 스스로에게 엄정한 잣대를 드리우는 기품 있는 경찰의 모습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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