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집단 속에도 규율이라는 것이 있다.

때로 이것은 아이에게 있어서 부모의 명령보다도 엄격한 것이기도 하다.

대개 부모들은 아이들만의 세계는 비교적 관심이 없으며, 어른 대 어린이의 세계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자기가 자녀와 정한 약속은 어떻게 하든 자녀로 하여금 지키게 하는 사람도 자녀가 다른 아이들과 말한 약속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고방식을 갖는 것도 이런 생각에서 비롯된다.

예를 들어 집안 식구가 어디를 간다고 할 때, 자녀가 이렇게 말했다고 하자. “친구하고 놀자고 약속했지만 온 식구가 놀러간다면 나도 가겠어요” 보통 이럴 때 부모들은 당연한 것처럼 “그래!” 하고 맞장구를 친다. 부모가 생각하고 있는 정도로 자녀의 심리가 단순한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

교장이나 내빈이 인사말을 하는 동안은 재잘거리고 떠들고 있던 신입생들이 재학생 대표가 신입생을 맞이하는 축사를 읽기 시작하면 갑자기 식장이 조용해지는 경우를 종종 본다. 어른들의 말이 사실상 지루하다고 느끼는 이유도 있지만 이 사실은 아이들이 자기네들의 동료의 발언에 대해서
만 비로소 진지한 태도를 취하게 된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아이들은 자기들끼리만이 대등한 관계가 성립한다고 여기며 거기서부터 경쟁심이나 대립감정과 같은 관계가 발생한다.

부모-자녀의 관계에만 사로 잡혀서 아이들끼리의 관계에 관심을 쏟지 않는 부모는 중대한 성장의 계기를 빼앗는 수가 종종 있다.

아이들의 집단 속에는 그 집단 내부의 ‘규율’이라는 것이 있으며 이것은 아이에게 부모의 명령보다도 엄한 규칙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어른의 입장에서 보면 아이들끼리의 약속 내용이 우스운 것일지라도 아이에게는 그 나름대로 진지한 것이며 그것을 지키는 것이 바로 ‘규율’인 것이다. 이것을 부모의 주장대로 어긴다는 것은 아이에게 있어서 매우 괴로운 것이다.

부모들은 흔히 아이의 세계를 가볍게 알기 쉬우나 이 ‘규율’을 잘 이용하면 아이의 자립심을 길러 줄 수 있다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 오히려 부모와 자녀와의 약속보다는 아이들끼리의 약속을 우선적으로 지키도록 지도해야 하며 또 그렇게 하는 것이 부모의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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