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가족돌보는 엄마와 같다

이금형 광주지방경찰청장(54)은 경찰내부에서 아동ㆍ청소년문제·학교폭력·성폭력 관련 업무의 1인자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붙는다. 충북 청주 출신인 그는 지난해 11월 경찰 창설 66년, 65년 여경 역사상 첫 치안감에 올랐다. 이 청장은 실무와 이론(경찰행정학 박사)을 겸비한 프로경찰이다. 경찰조직에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추진력을 갖춘 그를 ‘대처(전 영국수상)’, ‘불도저’라고 부른다.

▶경찰 창설 역사상 첫 여성 최고위직에 올랐는데.

경찰역사상 첫 여성치안감으로 승진돼 개인적으로 영광스럽고 책임감을 느낀다. 여경지휘관으로서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최선을 다해 조직의 기대에 부응하겠다.

▶지방청장으로서 지휘방침과 특수시책 등은.

사회적 약자와 서민을 위해 봉사하는 경찰이다. 취임 이후 먼저 장기 근무자들을 경찰서 간 교류인사를 실시해 조직의 역동성을 확보했다. 범죄 취약지역을 치안올래길로 선포해 주민들과 걸으면서 민경협력치안을 활성화시켰고, 수사과정의 편파시비해소 및 피의자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쌍방향 조사시스템을 구축했다. 파출소 등에 방치돼 있는 싸이카 등을 활용한 사이카 기동대를 발족했다. 특히 지구대 파출소에 체력단련실을 설치해 일선 직원들의 체력연마는 물론 매주 목요일 지구대 형사·교통 등 대민부서 근무자들과 아침 식사를 하면서 내부고객만족을 위한 고충을 듣고 격려도 하고 있다.

▶경찰조직에 어떻게 기여하고 싶나.

경찰하면 민생치안보다는 시국치안에 주력한다는 국민들의 선입견을 갖고 있다. 1977년 순경으로 임관한 이후 34년간 수사·교통·생활안전 등 민생치안 부서에서 잔뼈가 굵어 민생치안에 강한 경찰조직으로 발전하는데 기여하겠다.

▶직업에 대한 철학은.

경찰의 역할은 가족을 보살피는 어머니의 역할과 같다. 어머니 같은 마음으로 경찰에 봉사하는 것이다. 그리고 국민과 경찰조직에서 신뢰받는 진정한 프로경찰이다.

▶최근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학교 폭력에 대한 해법이 있다면.

2005년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학교폭력으로 자살한 학생들이 노트에 남긴 고통스런 경험과 유언 등을 모아 사례집을 만들었고 각종 치안시책과 법제도개선을 주도해왔다. 중요한 것은 보복과 학생전과자를 만들지 않는 학교폭력대책이다. 학교폭력의 해법은 복합적이나 피해신고와 함께 경찰수사단계에서 가해학생의 자진신고유도로 선도조건부훈방을 하면 보복과 소년전과자를 양산하지 않고 학교폭력예방이 가능하다. 가해학생 1명 선도는 수 십 명의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2001년 경찰청 초대 여성실장으로 근무할 때 경기 광명에서 초등학교 여자어린이가 2인조 범인에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어린이는 대학병원 등 4곳을 전전하다 사건연류를 우려한 병원들이 진료를 거부해 목숨을 잃을 뻔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여성경찰관이 24시간 병원에 연중무휴로 상주하면서 증거채취 등 피해자 수사와 의료지원을 한 번에 끝내는 성폭력피해자 원스톱지원센터를 만들었다. 그는 이 사건으로 성폭력 2차 피해와 사각지대에 눈을 뜨게 됐고 원스톱지원센터 개설을 주도하면서 불도저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여성경찰의 강점은.

대부분 사건사고의 피해자는 여성·아동·청소년·노인들이다. 여경들이 이들의 입장을 헤아리는 모성애는 남성들이 가질 수 없는 강점이다. 또 강력사건이나 집회시위 관리에도 여성 특유 섬세함과 치밀함이 오히려 장점이 되고 있다.

▶여경의 대모로서 어떤 선배로 남고 싶나.

실무와 이론을 겸비하고 프로경찰이라는 자부심을 가졌으며 역경에 굴하지 않는 사회적 약자와 서민을 위해 열정적으로 헌신했던 선배로 기억되고 싶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정치 등에는 관심이 없다. 기회가 된다면 후진양성을 위해 대학교수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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