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라언덕에 서 있는 ‘동무생각’ 노래비

청라언덕을 찾아서

이 노래의 1절에 두 번이나 등장하는 ‘청라언덕’은 과연 어디에 있는 어떻게 생긴 언덕일까? 필자는 ‘청라언덕’이 있다는 대구의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을 향해 지난해  8월 31일 길을 떠났다. 아직 무더위가 남아있는 여름의 끝자락에 떠난 여행이었다. 내리쬐는 늦여름 햇살이 매우 따가웠다.

네비게이션를 따라 동산의료원에 들어서 언덕길로 조금 올라가자 의료원 서쪽편에 붉은 벽돌로 지어진 오래된 선교사 주택이 몇 채 서 있었다. 차도 옆에는 ‘의료선교박물관’이라고 화강암에 검은 글씨로 새겨진 큼지막한 표지석이 보였다. 그리고 그 안 쪽 옛 사택들 사이에 화강암에 새겨넣은 ‘동무생각’ 노래비가 서 있었다. 그곳이 바로 ‘청라언덕’이었던 것이다. 청라(靑蘿)란 푸른 담쟁이를 가리키는 말로서 언덕 위에 세워진 선교사들의 붉은 벽돌 사택을 푸른 담쟁이가 덮고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노래비는 오래된 것이 아니었다. 세워진 때가 2009년 6월로 되어있었다. 대구 중구 문화원과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이 함께 세운 것으로 새겨져있고, 글씨는 여지 추진호 선생이 썼다고 적혀있다.

노래비는 오른쪽면에 동무생각 가사 1절이, 왼쪽면에 청라언덕에 대한 다음과 같은 설명이 새겨져 있다.

“청라언덕”

대구가 고향인 작곡가 박태준(1901~1986)이 곡을 짓고 노산 이은상이 노랫말을 붙인 가곡이 ‘동무생각(思友)’이다.

바로 이곳이 푸른(靑) 담쟁이(蘿) 넝쿨이 휘감겨 있던 청라언덕이고 백합화는 그가 흠모했던 신명학교 여학생이란다.

박태준의 꿈과 추억이 서린 이곳에 노래비를 세운다. 이 언덕을 찾는 이들의 가슴에 청라언덕의 노랫 소리가 울려퍼지길 기원하면서….

2006년 6월, 대구 중구 문화원,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 ”

(주: 박태준의 생년월일은 공식적으로는 1900년 음력 11월 22일이다. 1901년 1월 11일로 되어있는 기록도 있는데 이는 양력을 말하는 것 같다. 여러 자료에 1900년 혹은 1901년으로 되어있는 것은 이처럼 음력 또는 양력으로 달리했기 때문이다. 사망시는 양력으로 기록하였다.)

청라언덕을 과거에는 동산(東山)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어느 쪽에서 볼 때 동편에 위치한 구릉이었기 때문이었을까? 이 청라언덕의 가장 중심에 자리잡은 것이 제일교회이다. 두 개의 십자가 첨탑을 가진 커다란 흰 화강암 건물인 제일교회  동쪽편으로 박태준의 백합이었던 그 여학생이 다녔다는 신명학교(현재는 신명여고)가 있고, 교회 바로 뒷편과 오른편에 3채의 선교사 사택이 있다. 제일교회 오른쪽 선교사 사택 앞에는 동산맨션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계성학교는 신명여고에서 북쪽으로 큰 길 건너에 있는데 그렇게 먼 거리가 아니다. 동산의료원은 두 학교 사이에 위치해 있다.

세 채의 선교사 사택은 내부를 박물관으로 개조하여 일반에 개방하고 있다. 선교사 스윗즈 주택은 선교박물관으로, 선교사 챔니스 주택은 의료박물관으로, 선교사 블레어 주택은 교육역사박물관이 되어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다. 이 사택건물들은 모두 2층으로 되어있는데 서양식에 한식을 가미하여 지은 것이라고 한다. 1906년에서 1910년 사이에 지어졌으니 100년이 넘은 건축물들이다.                  

이정식 (언론인·청주대 신문방송학과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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