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년(壬辰年)의 날이 밝았다. 모두가 새로운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기업가에게는 올 한해가 어떻게 다가올지 궁금하다. 중소기업청 비즈니스 지원단에 근무하면서 중소기업 CEO분들에게 몇 가지를 부탁드리고자 한다.

실패를 두려워 하지 마라

1990년대 중반, 두루마리 형태의 현대식 필름을 처음 시판했던 코닥이 이제 프린터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실패를 맛보았다. 전자공학으로 기술 이전작업을 벌이면서 전자 영상으로 기술이전을 가속화할 것인가, 아니면 기존의 화학영상 사업을 계속 유지할 것인가를 결정해야만 했다. 당시 코닥은 수익성이 보장되는 안정된 화학 영상 사업을 기반으로 필름 제조분야에서 세계 제일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에 반해 전자 영상 분야는 미래 사업 성장성은 뛰어나지만 많은 불확실성과 위험을 갖고 있었다. 전자 영상 사업으로의 진출은 기존의 방식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경영방식을 요구한다는 면에서 경영진에게는 도전적인 과제였다. 신중하고 방어적인 경영이 필요한 화학 영상 사업과는 달리, 전자 영상분야는 공격적인 신투자와 위험부담, 실패를 용인할 수 있는 실험 정신 등이 요구됐기 때문이다. 여기서 코닥의 경영진들은 ‘모든 것이 잘 돌아가고 있는데 굳이 새로운 모험을 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반문을 던지며, 화학 영상 사업에 주력하기로 결정했다.

그로부터 5년여 뒤, 전자 영상 기술의 급발전으로 디지털 카메라와 손쉽게 사진을 인쇄할 수 있는 프린터가 대중화되면서 새로운 실험과 도전을 거부했던 코닥이 설 자리는 날로 좁아졌다. 한 때 회사 수익의 90%정도를 차지했던 필름 사업은 재봉틀, 라디오처럼 사양 업종의 길로 진입했다. 2004년 4월에는 미국 다우존스의 산업평균 지수를 구성하는 종목에 탈락되는 수모를 겪었다. 새로운 돌파구를 위해 의료 영상과 디지털 카메라, 프린터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추진하면서 다시 부활의 기지개를 켜기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오늘날 역경에 빠진 코닥은 기업가정신이 발휘되지 못한 기업의 미래가 어떻게 되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불확실성이 높은 경영환경 아래에서 기업가정신이 발휘되지 않는 기업은 혁신 마인드가 소멸하게 되고 결국 늙어 사라질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 기업들의 현 주소는 어떠한가? 안타깝게도 최근에 기업가정신의 쇠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부쩍 늘고 있다. 기업들의 위험 기피 성향이 점점 확산되고 있어 심지어 ‘무기력 증후군’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는 이들도 있다.

기업가의 책무를 ‘창조적 파괴’라고 이야기했던 슘페터는 어려운 시기일수록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기업가정신의 발현이라고 강조하였다. 오늘날의 경영여건을 볼 때 기업가정신의 발목을 잡는 요소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지금이야말로 그런 외부여건 탓만을 하기 보다는 기업가 본연의 임무인 도전과 혁신에 매진해야 할 때인 것 같다. 기업가 정신은 첫째,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로 새로운 고객을 창출하려는 이노베이션 마인드, 둘째, 실패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적극적으로 새로운 기회를 찾아 도전하는 자세, 셋째, 기존의 관행을 깨는 창조적 발상과 행동이다.

도전과 혁신에 매진해야

물론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추진하는 데에는 불확실성이 뒤따르기 때문에 기업가정신의 발현은 기본적으로 위험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미래에 도전하는 기업과 현재를 지키려는 기업은 위험을 바라보는 관점과 시각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시장의 여건이 점점 나빠지는 상황에서 신사업, 신시장을 개척하면서 이를 공격적으로 극복해 나갈 수 있는 기업가형 리더가 그 어느때 보다도 절실하게 필요한 시기이다. 바람도 없고 언덕도 없는 평탄한 길은 비즈니스 세계에 더 이상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작금의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 아닌 현실을 적극적으로 받아 기업가정신을 발현하고 기업가정신이 충만한 미래를 꿈꾸며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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