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산책> 동무생각 (2)
<문화가산책> 동무생각 (2)
  • 충청매일
  • 승인 2012.01.12 19: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 송이 백합 같았던 짝사랑 여학생
▲ 동무생각의 무대 청라언덕의 100년 된 선교사 사택. 뒤에 보이는 첨탑 건물이 제일교회.

2011년 5월 어느 날 한 TV 프로그램에서 박태준과 ‘동무생각’에 대한 프로그램을 방영하는 것을 중간에 본 적이 있다. 제목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이 프로그램은 내레이션 사이 사이에 배역을 써서 연기도 삽입했는데, 이은상 역을 맡은 배우가 작곡가 박태준 역의 배우에게 그의 첫사랑에 대해 묻자 그(박태준 역)는 이렇게 대답했다.

“말 한마디 못해 봤지요. 제가 계성고에 다닐 때 얼굴이 유난히 하얀 이웃 신명여고 학생이 있었어요. 우리는 함께 제일교회에 다녔는데 어느 날 그 소녀가 들어오더니 합창연습하는 단원들에게 과일을 나눠주는 거예요. 저는 그 소녀가 제게 다가올까봐 가슴이 두근두근해져서 피아노 뒤에 숨었는데 나중에 보니 그 과일을 예쁜 손수건 위에 두고 갔더라구요. 결국 그 여학생은 일본으로 유학을 갔습니다.”

나는 아직까지 이러한 방송 내용의 출처에 대해 확인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후 인터넷 속에서 위와 비슷한 내용을 담은 다음과 같은 세 분의 글을 읽게 됐다.

“박태준은 계성학교에 다닐 무렵 역시 동산동에 소재한 같은 기독교 계통의 학교인 신명학교에 재학 중인 한 여학생을 무척 사모했으며 등교 길에 지나치는 그녀를 바라보기만 하는 소위 짝사랑을 했는데, 그 여학생은 마치 백옥과도 같은 흰 피부를 지닌 절세미인으로 한 송이 흰 백합화를 보는 것 같았다고 한다. 하지만 내성적인 성품 탓에 말 한마디 못 했으며 졸업 후 그녀는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고 만다.” (이혁우, 음악가, 동국대 외래교수, 의료선교박물관 사이트, 2011년 5월 5일)

다음 이야기는 그 여성에 대해 더 구체적이다.  

“박태준이 계성학교 다닐 적(1911~1915) 좋아했던 여학생과의 내용을 담은 노래가 바로 ‘동무생각’이다. 얼굴이 예쁜 미인이었던 그 여학생을 생각했던 박태준은 후에 자신의 사돈이 될 이은상 시인에게 그 이야기를 하여 (‘동무생각’이) 탄생된 것이다. 한편 이 여학생은 용모가 뛰어나 인기가 있었으며, 결혼 후 일본에서 생활하다가 귀국해 다시 법조인과 결혼했으나 안타깝게 경주에서 대구로 오는 고속도로에서 그만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하고 말았다고 한다.” (손태룡, 한국음악문헌학회 대표, “박태준의 ‘동무생각’에 얽힌 이야기” 2010년 12월)

그런데 ‘다시 결혼했다든지’,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든지 하는 이야기가 조금  혼란스럽다.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된 것은 1970년이어서 언제적 이야기인지를 잘 알 수 없다.

박태준과 이은상이 사돈이라는 것은 박태준이 이은상의 소개로 이은상의 고종사촌 여동생인 김봉렬과 결혼하게 된 것을 말한다.

또 다른 글 속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블로그 속의 문장을 그대로 옮긴다.

“(그 신명학교 여학생과) 같은 교회에 다녔고, 등교 길에 지나치는 그녀를 바라보기만 하며 짝사랑을 하게 되었지요. 마치 백옥 같이 흰 피부를 가진 한 송이 흰 백합꽃을 보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어느날 그 여학생이 자두를 한 바구니 교회로 들고와 사람들에게 나누어 줄 때 (박태준은) 수줍어 오르간에서 자리를 피할 정도로 내성적이었으며 오르간 위에 놓은 자두를 날마다 바라보기만 한 박태준은 썩고 말라버리고만 자두 꼭지를 종이에 싸서 보관했다고 합니다.

-----

이후 그는 말 한마디 못 하고 일본으로 유학을 떠난 그녀를 그리워만 했다고 합니다. 멀리 파도 속으로 백합같은 소녀의 흰 얼굴과 유학 중 폐결핵에 걸려 돌아와 24살의 나이로 아름답던 생을 마감한 저녁 조수처럼 떠난 흰 새 같은 형의 얼굴이 썰물처럼 밀려왔다가 사라지곤 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이은상은 박태준이 작곡한 곡에 아름다운 노랫말을 쓰기 시작합니다.”

(사진 작가 석천(石川), 다음 블로그, 2011년 6월 24일)

어느 이야기가 맞는 것인지는 잘 알 수 없지만, 그 여자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는지, 폐결핵으로 사망했는지 그런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아무튼 이 노래의 가사를 보면, 마산 출신인 이은상이 대구에 있는 청라언덕을 잘 알리 없으니 박태준이 이은상에게 소년 시절 마음에 두었던 어떤 여학생의 이야기를 하면서 청라언덕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고, 이은상이 그 상황을 이 노래 가사 속에 담아낸 것은 분명해 보인다.

박태준이 이야기한 그 소녀를 이은상은 대구의 청라언덕 위에 핀 백합으로 상상한 것 같다. 그리고 “네가 내게서 피어날 적에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고 마무리 했다.

소년같은 아름다운 감수성이 가사 속에 잘 표현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중·고등학교 시절 이 노래를 배운 모든 이들이 오랫동안 잊지 않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정식(언론인·청주대 신문방송학과 객원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