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45>]--이주화<청주시립도서관>

현대사회에서 ‘풍요로운 삶’이란 곧 ‘부와 소유’로 평가될 정도로 현대인들은 집착한다.

이런 사회에서 소유를 통해 빈곤을 해결하려 하지 않고 소박함과 겸손함을 통해 ‘자발적 가난’을 통해 삶의 풍요로움을 느끼는 이들의 일상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지리산을 벗 삼고 터전 삼아 하루 하루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나누면서 살아가는 사람들. 주어진 상황에서 불평 불만 하지 않고 자급자족 만족하며 살아가는 꽁지(공지영) 작가의 주변인물들 이야기를 담고 있다

모여든 사연은 제각기 다르지만 지리산에 모여 사는 그들은 모두 필연과 우연으로 엮이고, 서로를 의지하며 지리산과 섬진강을 바라보며 살아간다. 버들치 시인의 친구인 최도사는 주차관리요원으로 연봉은 200만원이다.

서울로 떠나 비워진 빈 집을 거처로 삼고 기거하며 꽃을 심어, 연못까지 만들었다. 그리고 산을 오르내리며 약초를 캐고 술을 담근다.

그의 친구 버들치 시인은 제법 유명한 시인이지만 지리산에서 살면서 슬픔을 잃어, 이제는 시를 쓸 수 없단다. 그는 닭을 키우고, 버들치를 돌본다. 두 사람은 각각 스쿠터를 타기로 하고 원동기 면허 시험을 보기도 한다. 어느 날 버들치 시인은 원고료를 받아 식당에서 밥을 사려하는데 최도사는 시인이 무슨 돈이 있냐면서 한사코 ‘사리’를 주문한다.  1차원적인 개그 같아 보이지만 책을 읽으며 각 등장인물들의 개성을 알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 낙장불입 시인의 시 한편이 소개된다. 삶이 팍팍해지고 괴로워질때면 누구나 일탈을 꿈꾼다. “일상의 삶에서 우릴 옥죄던 모든 것을 버리고 그저 변함없는 자연과 벗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하지만 행여 견딜 만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충분히 행복해 보이지만 도시에서 누리고 있는 많은 것들을 포기하며 그들처럼 살 수 없기 때문에 이런 삶이 더 부러운지 모른다. 다만 이 책을 읽으면서 소유와 부만이 행복한 삶을 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조금이라도 알면 현재의 삶도 충분히 만족하며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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