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릉 경포대의 ‘사공의 노래’ 시비

지난 5월, 필자의 가곡 에세이집 ‘사랑의 시, 이별의 노래’가 출간되기 직전 고교 선후배와 저녁을 함께 한 일이 있다.

새로 나올 책이 화제가 되었는데, 내용이 가곡 이야기라니까 후배 한 사람이 내게 물었다.

“그 책에 ‘사공의 노래’도 들어있습니까?”

“없는데…?”

“그 노래 작사자가 우리 후배의 아버지예요.”

작사자의 아들이 필자의 고교 후배가 된다는 이야기였다.

“작사자가 아주 옛날 분일텐데, 생존해 계신가?”

“돌아가셨을 겁니다. 그 친구(후배)가 막내라고 들었습니다. 강릉 경포대에 노래비가 있는데 그 아들이 세운 겁니다.”

“그 분 한번 만나봐야겠네…”

“제가 그쪽에 전화를 해 놓겠습니다.”

‘사공의 노래’ 작사자 함효영(咸孝英) 선생 유족과의 만남은 이처럼 우연한 기회에 찾아왔다. ‘사공의 노래’는 유명 가곡임에도 작사자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이름조차 악보집마다 달라서, 함효영이라고 제대로 되어있는 것이 있는가 하면 함호영으로 되어있는 악보집도 많다.

필자가 가지고 있는 1967년에 나온, 당시 우리나라의 주요 가곡을 수록한 악보집 ‘한국가곡전사’에도 함호영으로 잘못 인쇄되어있다. 이 노래를 작곡한 홍난파는 워낙 유명하지만 작사자는 지금까지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이튿날 당장 작사자의 아들 함태헌씨에게 전화를 했다. 함씨는 사업가다. 그는 나의 전화를 받고 반가워했다. 음성이 굵직했다. 필자에 대한 전화를 받았노라고 했다.

함씨는 ‘사공의 노래’ 시비가 강릉의 경포대 바로 아래 경포호숫가에 있으며, 10년전인 2001년에 자신이 경비를 부담해 세웠다고 했다.

필자는 이날 그에게 인터넷에 ‘‘사공의 노래’ 저작권 양수자를 찾는다’는 공고가 떠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한국가곡연구소에서 ‘외국인을 위한 한국가곡집’을 펴낼 계획인데, ‘사공의 노래’는 저작권 연고자가 저작권협회 등에 등록되어 있지않아 찾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날 전화는 길지 않았다. “가까운 시일내에 한번 만납시다”하고 통화를 마쳤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흘렀다. 지난 7월 5일 필자는 경포대에 있었다. 강원도 평창이 2018년 동계 올림픽 개최지로 결정 발표되기 하루 전날이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유치기원 10만 국민대합창’ 행사를 이끈 ‘사단법인 월드하모니’의 이사장이기도 한 필자는 평창을 둘러볼 생각으로 이날 서울을 떠났다. 그처럼 목적지는 ‘평창’이었지만 또 다른 목적은 경포호수의 ‘사공의 노래’ 시비를 보는데 있었다.

‘사공의 노래’ 시비는 함씨가 가르쳐 준 그 자리에 있었다. 다른 시비도 몇 개 눈에 띄었다.

시비는 호수 안쪽으로 길쭉하게 뻗어있는 잔교(棧橋) 입구에 양쪽으로 나뉘어져 나지막하게 서 있었다. 특이한 형태다.

호수쪽을 바라보며 오른쪽 입구에 희고 둥근 돌기둥을 어린이 키만한 높이로 비스듬하게 자른 듯한 형태의 시비가 서 있고 맞은 편에 시비를 세우게 된 내력을 간략하게 뒷면에 쓴 검은색 석비가 세워져있다.

        사공의 노래

 

       함효영 작시, 홍난파 작곡

 

두둥실 두리둥실 배 떠나간다.

물 맑은 봄 바다에 배 떠나간다.

이 배는 달 맞으러 강릉 가는 배

어기야 디어라차 노를 저어라

 

순풍에 돛달고서 어서 떠나자

서산에 해지며는 달 떠 온단다.

두둥실 두리둥실 배 떠나가네

물 맑은 봄 바다에 배 떠나간다.

 

이렇게 노래가 새겨진 시비의 건너편에 있는 검은색 석비 앞면에는 ‘사공의 노래’라는 제목만 적혀있고, 뒤에는 2001년 10월 1일자로 이렇게 새겨져 있다.

“작사가 함효영의 시선은 강릉을 향해 열려 있었다. 달빛을 실은 배처럼 강릉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한 그의 노랫말은 오래도록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강릉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윤천금, 김남중, 권상탑, 진재중은 그의 예술혼과 맑은 인품을 기리고자 노래비를 세우기로 뜻을 모은다. 선생의 에술혼과 강릉에 대한 애정을 조각작품으로 현상화한 것은 최옥영이 맡았다. 함효영 선생의 차남 함태헌이 노래비 제작에 소요되는 모든 경비를 충당하고 강릉시장 심기섭이 뜻을 같이해 강릉을 상징하는 경포호수에 또 하나의 달을 맞는 배의 모습으로 이 노래비를 띄운다.”       

 이정식(청주대 신문방송학과 객원교수·전 CBS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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