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인구가 70억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얼마 전 대륙마다 이를 기념해 70억명째를 상징하는 아이들에게 선물을 안기며 떠들썩한 행사를 치르는 모습이 TV에서 방영됐다. 내 삶에서 한 번도 ‘억’이라는 단위를 가져본 적이 없는지라 70억명이 실제로 얼마나 많은 숫자인지 가늠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구라는 행성이 이제 포화상태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만은 어렴풋하게나마 짐작할 수 있다.

각종 개발에 파괴되는 자연

지구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다행이겠으나, 우리나라는 최근 결혼적령기가 늦춰지고 출산을 기피하는 현상이 늘면서 인구감소에 따른 경제력과 국력 저하를 걱정해야만 하는 지경에 놓였다. 한때 산아제한 정책을 펼치던 때에 비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요즘은 주변에서 갓난아이를 보는 게 쉽지 않다. 그리고 젊은 사람들이 모두 도회지로 떠나버린 농촌엔 노인들만 남아 쇠락해가는 촌락과 더불어 저물고 있을 뿐이다.

인간 세상에서는 무엇인가 넘치거나 모자라면 반드시 문제가 뒤따르게 된다. 부족하면 이를 채우기 위해 무모한 행동을 하기 일쑤고, 넘치면 그 가치가 떨어져 비교 우위를 점하기 위한 다툼이 벌어지곤 한다. 그렇다 보니 욕망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간 세계에서는 분쟁과 갈등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반면, 인간의 간섭이 배제된 상태에서의 자연계는 넘치거나 모자람 없이 스스로 조화를 이루며 존재한다. 부족하면 이를 대체할 무언가가 빈자리를 메우고, 넘치면 스스로 개체수를 조절해 전체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오늘날 자연계의 균형이 깨지는 것은 순전히 경제적 이익을 좇는 인간들의 욕망이 개입되면서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야기된 우리 국토의 훼손 상태는 심각한 단계에 이르렀다.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수천, 수만 년 흘러온 강을 파헤친 게 그 대표적인 사례다. 그리고 이제는 그것도 모자라 전 국토에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든다며 여기에 국민들의 혈세를 쏟아 붓고 있으니 참으로 통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마구잡이로 자연을 훼손한 결과 생태계는 많은 문제점이 생겨나고 있다. 먹이사슬이 끊어진 뒤 최상위에 군림하게 된 멧돼지가 급속히 증가하면서 농작물을 파헤치거나 민가에 뛰어들어 인간을 공격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산속에서 자신들의 영역을 구축하고 살아야 할 멧돼지가 인간의 영역을 넘나드는 것은 인간에 의해 그들 삶의 영역이 침해당한 데 따른 필연적인 결과이다.

또한 자연생태계의 훼손은 기후변화를 통해 갖가지 재앙으로 이어져 그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자연상태의 식물계는 아직은 위태롭게나마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인간의 간섭과 통제 아래 놓이는 순간 그 균형은 삽시간에 깨져버리게 된다. 우리나라는 인간이 살아가기에 알맞은 기후와 자연상태가 오랫동안 유지돼 왔다. 그리고 이 축복스러운 자연환경을 이어올 수 있었던 요인은 생태계의 자정 능력과 자연에 기대고 순응하며 살아온 조상들의 순박한 마음에서 찾을 수 있다.  

그대로일때 가장 아름다워

이제부터라도 파헤친 자연을 원상태로 돌리고 더 이상의 훼손을 막는 노력이 절실하다. 선조들로부터 물려온 이 아름다운 국토를 고스란히 보존해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이야말로 우리에게 주어진 의무다.

자연은 자연상태 그대로 존재할 때 가장 아름다운 법이다. 우리는 이 땅을 잠시 빌려 쓰는 객(客)이지 결코 주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진정으로 깨달아야 한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