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옛날에는 하인이나 종을 하나의 재산으로 생각하고 자랑삼아 거느리고 다녔는데, 현대 여성중에도 바깥 출입을 할 때 시종들을 데리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고 비꼬는 우리의 소원의 작사자 안석주 선생의 ‘만문 만화’.

‘우리의 소원’ 노래비는 2006년  5월 10일 청강문화산업대학 개교 10주년 기념 사업의 하나로 세워졌다. 노래비 제막식에는 안병원 선생이 캐나다에서 귀국해 참석했다. 노래비를 만들면서 학교측은 안병원 선생에게 친필로 악보와 가사를 써 보내달라고 했다. 그래서 안 선생의 친필 악보가 노래비에 새겨지게 되었다.

안 선생은 이때 보낸 악보에 초기의 가사를 써서 보내주었다. 3행의 일부(“이 나라 찾는데 통일”)가 지금의 가사 (“이 나라 살리는 통일”)와 조금 다른 이유이다.

안 선생은 필자에게 “교과서에 실려있는 것이 현재의 가사로서 맞는 것이고, 노래비의 가사는 초기의 것”이라고 말했다. 아마 최초에는 “내 나라 찾는데 독립”이란 가사였을 것이다. ‘우리의 소원’은 이곳에 세워진 노래비가 유일하다.

이 대학에 ‘우리의 소원’노래비가 세워지게 된 것은 학교에 만화과가 있어 우리나라 신문 만화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는 안석주 선생의 신문 삽화 등을 교재로 쓰면서 인연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학교측에서는 안석주 선생이 삽화가이면서 유명한 ‘우리의 소원’ 작사자이기도 한 업적을 기리기 위해 개교 10주년에 맞춰 노래비 건립을 추진했다. 노래비 건립과 관련하여 일부 기사에 이 대학 설립자인 청강 이연호 선생과 안석주 선생이 친구인 점 등 여러 가지 인연에 따른 것이라고도 되어있는데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안병원 선생은 밝혔다. 두 분이 아는 사이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안 선생은 노래비 제막식 때도 참석자들이 함께 부른 ‘우리의 소원’을 지휘했다.

우리나라 삽화계의 선구자 안석주

검은 돌로 된 노래비의 앞면에는 악보와 가사가, 옆면에는 “‘우리의 소원’ 노래말을 쓴 안석주의 아들 작곡가 안병원의 청원으로 청강 십주년 개교기념일에 이 노래비를 세우다” 라고 새겨져 있었다. 뒷면에는 작사 작곡자를 소개하는 다음과 같은 글이 간결하면서도 아름다운 글씨체로 새겨져 있다. 다소 중복되지만 비에 새겨진 내용을 그대로 소개한다.

“석영 안석주(서울 1901년 10월 10∼1950년 2월 24일)는 1921년 동아일보에 연재되던 신문소설의 삽화를 그려 우리나라 삽화계의 선구자가 되었다. 일본 동경 미술학교를 마친 그는 동아일보 조선일보 학예부장을 거치면서 본격적인 만문(漫文) 만화시대를 개척했다. 해방 후 서울중앙방송국에서 삼일절 기념 특집 어린이 노래극 대본을 부탁받아 ‘우리의 소원은 독립’ 노래말을 쓰고 이것을 당시 서울음대학생이던 아들 안병원이 작곡하였다. 남북이 갈라지면서 노래말은 독립이란 말대신 통일로 바뀌었고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림으로써 남북 칠천만이 함께 부르는 민족의 노래가 되었다. 이천육년 오월 진성 이동렬 짓고 쓰다.”

여기서 말하는 동아일보에 연재되던 신문소설이란 나도향의 ‘환희’인데 이 소설의 삽화를 안석주 선생이 그렸다. 그는 1916년 휘문고등보통학교 다닐 때부터 그림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졸업 후 모교인 휘문고보의 미술교사로 재직했으며 이때부터 신문소설의 삽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는 1924년 일본 도쿄로 건너가 미술공부를 한 뒤 이듬해 귀국하여 동아일보 학예부장이 되었다가 몇 년 후 조선일보로 옮겼다. 그는 1934년 자신이 쓴 소설 ‘춘풍’이 박기채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지자 조선일보를 그만두고 시나리오 작가와 영화감독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는 이처럼 문화 예술 전반에 걸쳐 다재다능한 인물이었다.

노래비의 작사자 소개글 중에 ‘만문 만화’란 익숙하지 않은 단어가 나온다. ‘만문 만화’란 한 컷의 삽화 옆에 간단한 설명을 붙인 형태의 만화를 가리킨다.

한편 안병원 선생은 “서울대 성악과 1학년 때인 1947년 아버지로부터 ‘우리의 소원은 독립’이라는 가사를 받고 한달간 고민하던 중 갑자기 악상이 떠올라 한시간만에 곡을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정식 (청주대 신문방송학과 객원교수·전 CBS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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