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는 아니지만<41>]--장소영<청주시립도서관>

‘고의는 아니지만’이라는 이 책은 제목이 주는 무게감과 함께 작가는 어떤 이야기를 하려는 걸까 하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7개의 단편으로 구성돼 있는 이 책은 전작 ‘위저드 베이커리’처럼 환상적이고 미스터리한 분위기로 작가의 독특한 상상력을 통해 부조리한 현실을 풍자해서 보여준다.

7편의 단편 중 ‘타자의 탄생’은 자고 일어나보니 정체불명의 금속 구멍에 하반신이 꽂힌채 굳어버린 남자 이야기다. 그를 구조하려는 모든 시도들은 실패하게 되고, 그는 타인들의 눈에 처음에는 죄인, 그다음엔 더러운 동물, 그 다음엔 박제된 시체, 그러다가 마침내 나무의 버섯과 같은 곰팡이 같은 존재로 여겨지게 된다. 호기심어린 연민에서 무관심과 외면으로 변해가는 타인의 시선 변화를 보며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 얼마나 냉정하고 잔혹한지 보여준다.

‘고의는 아니지만’은 아이들을 차별하지 않고 골고루 잘 지도하기 위해 애쓰는 유치원 교사의 이야기다. 자신의 원칙대로 아이들을 잘 지도하려다 보니 본의 아니게 아이들은 풍족한 양부모 가정과 풍족하지 않은 편부모 가정의 아이들로 분류하는 상황이 오게 된다. 최선을 다해 지도했으나 결국 돌아오는 건 불만과 항의뿐이다.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유치원 교사는 편부모 가정 아이들에게 치명적인 말실수를 하게 되고 그 여파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소소한 일상에 불과한 일도 때에 따라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 외에도 다른 이야기를 통해 현대사회와 인간의 냉정함, 무관심이 우리의 평범한 일상에 어떻게 관여하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사회와 인간의 평범한 일상이 내포하고 있는 공포를 환상적인 이야기를 통해 내 주변 어딘가에서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사건들이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와 한번쯤은 내가 잘 살아가고 있는지 돌아보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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