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배 충주시장이 당초 공약한 대로 시장실을 폐쇄한다고 한다.

이 시장은 선거 과정에서 열린 시정을 위해 “시장실을 없애고 민원실에서 일하겠다”며 “시민들이 시청을 방문하면 시장이 직접 민원을 처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 시장은 기존 시장실은 민원인들이 시장에게 직접 민원을 낼 수 있는 직소민원실과 고충처리실로 운영할 계획을 밝혔었다.

이는 이 시장이 시민의 생생한 소리를 귀담아듣고 이를 시정에 반영하는 열린행정, 민주행정의 상징적 의미로 평가된다. 그러나 시장실을 폐쇄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시민과 직접 소통하고 민심을 헤아리겠다는 마음가짐을 실천하는 일이다.

시장실을 폐쇄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득과 실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시장실을 과거 권위주의와 밀실행정의 주요인이라는 부정적 시각에만 집착해서도 안된다.

민원이라는 것은 반드시 합리적이고 타당성을 갖춘 것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때론 이기주의에 함몰되고 ‘떼법’ 논리에 치중한 것도 적지 않다.

특히 행정은 계통과 절차가 중요하며 행정을 집행하는 공조직은 위계와 질서가 생명이다. 시장이 민원실에서 직접 민원인을 상대한다면 어느 누구도 민원 해결을 위해 실무담당자와 논의하기보다는 시장과 직접 대면하려 할 것이다.

다소 비약해서 말하면 시장이 9급 말단 공무원에서부터 시장 고유 업무까지 모두 혼자서 담당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조직이 필요없다. 스스로 조직 내부의 질서와 행정 계통·절차의 필요성을 훼손하고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우를 범할 수 있다. 말도 안되는 민원을 들고 막무가내로 시장을 만나겠다고 하면 이를 어찌 막을 것인가.

집단이기주의에 치중한 집회나 시위자들도 시장을 만나기 위해 민원실로 몰려들 것이 뻔하니 정상적인 행정업무와 민원실을 찾은 충주시민들이 민원을 볼 수 없는 지장을 초래 할 수 있다.

‘촌진척퇴(寸進尺退)’라는 말이 있다. ‘한 치를 나아가나, 한 자를 후퇴한다’는 뜻으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수 있다는 말이다. 시장실 폐쇄가 그러하다.

물론 공약은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지역과 시민의 입장을 반영한 전체적인 행정 여건과 득실을 따져 잃는 것이 더 많다면 과감히 포기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 시장은 자신이 약속했듯 시장실을 폐쇄하는 마음가짐으로 현장 중심, 주민 중심의 행정을 펼쳐 나가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런 모습을 잃지 않는다면 충주시민들도 시장실을 폐쇄하지 않았다고 해서 비난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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