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8일 금융위원회는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이 1%미만이거나 부채가 자산보다 많은 7개 저축은행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하고 6개월간의 영업정지를 포함한 경영개선명령 조치를 부과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때 저축은행 예금자는 5천만원까지 원리금 전액을 보장받게 되지만, 후순위채권자는 아무런 원리금보장을 받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요? 그것은 바로 은행에 맡긴 돈에도 서열이 있기 때문입니다.

고객이 은행에 맡긴 돈의 서열은 은행이 정상 영업할 경우에는 드러나지 않다가 파산했을 때 분명하게 나타나게 됩니다. 파산채권은 우선적 파산채권 일반파산채권 후순위파산채권으로 나뉘어지는데, 우선적 파산채권은 조세채권, 임금채권 등 법률에 의하여 다른 채권보다 우선권이 있는 경우를 말하며 후순위파산채권은 채권자와 채무자가 다른 채권보다 후순위로 하기로 정한 채권, 즉 은행발행 후순위채 등을 말합니다. 일반파산채권은 위에서 언급한 우선적 파산채권과 후순위파산채권을 제외한 대부분의 채권이 이에 해당됩니다.

예금은 원래 차입금 등과 함께 일반파산채권에 속하지만 국민경제의 근간이 되는 가계의 주요자산이기 때문에 정부가 특별히 1인당 5천만원을 한도로 최우선적 대지급(은행을 대신하여 지급)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후순위채는 말 그대로 채권자 중에서 후순위라는 뜻입니다. 후순위채권자는 예금자보다는 하위이고 주주보다는 선순위가 됩니다. 물론 주주는 기업의 소유자로 간주되기 때문에 은행 파산시 주식 액면금액의 한도 내에서 마지막까지 손실을 부담하게 됩니다. 이하에서는 예금과 후순위채의 서열을 보다 구체적으로 따져 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예금의 경우 1인당 5천만원(원리금 기준) 이하는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전액 보장을 받게 됩니다. 보장대상이 되는 5천만원은 예금에서 대출금을 차감한 금액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1억원 예금자가 6천만원 대출금을 동시에 보유하는 경우 4천만원 예금자로서 보호받게 됩니다. 다만, 예금보험공사가 가지급금을 지급하는 경우에도 5천만원 전액이 아닌 일부금액(예, 2천만원)에 대해서만 우선지급하고 잔여금액(예, 3천만원)은 부실은행 정리절차 완료 후(통상 6개월 소요)에 지급하게 되므로 어느 정도의 불편함은 뒤따르게 됩니다.

그리고 예금중 5천만원 초과금액은 예금자보호대상이 아니므로 일반채권자로서 파산재산에 가입하게 됩니다. 5천만원 초과금액 중 얼마를 더 받을 수 있을지는 전적으로 파산배당액에 달려 있습니다. 따라서 9천만원 예금을 보유한 사람의 경우 A은행에 전액 예치하기 보다는 A·B은행에 각각 4천500만원씩 분산 예치하는 것이 보다 안전합니다.

마지막으로 후순위채권자는 예금보험공사, 5천만원 초과예금자, 기타 돈을 빌려준 일반채권자 등에 대한 배당이 끝나고 나서야 비로소 배당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거의 주주와 맞먹는 손해를 부담하게 됩니다. 물론 은행이 후순위채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예금보장상품인 것처럼 속였다면 후순위채권자는 분쟁조정이나 법원의 판결을 받아 일반채권자로서 배당에 참가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2009년 9월 저축은행 예금의 평균금리(1년만기 정기예금)가 5.03%였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굴지의 저축은행 한 곳이 연 8.50%의 이자지급을 보장하며 후순위채(무보증, 5년만기)를 발행한 바 있습니다. 자유시장경제 하에서는 동일한 위험에 대해 더 높은 수익을 보장하는 금융상품이 존재할 수 없습니다. 후순위채가 예금보다 높은 금리를 제시하는 것은 그만큼 더 큰 위험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신상준 충북본부 기획조사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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