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오후 충북도의회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의정비 인상과 관련해 ‘고견’을 듣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고 했다. 충북도의정비심의위원회가 하루 전인 28일 의정비 심의 4차 회의를 열어 충북도의회가 당초 원했던 141만원보다는 약간 줄었든 120만원을 인상키로 결정한 것을 두고 동결, 인상 철회, 인상분 기부, 인상시기 유예 등 네 가지 중에 어떤 게 좋으냐고 물었다.

충북도내서 유일하게 의정비 인상

여러 군데 알아보니 동결 의견이 많다는 친절한 설명이 뒤따랐다.

의정비 인상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갖은 욕을 먹어가면서까지 강행한 마당에 이제 와서 의견을 듣겠다고 하니 이 무슨 해괴한 망동이란 말인가. 그래도 굳이 의견을 듣겠다고 해 나름대로 성실히 답변했지만 기자이기 이전에 도민의 입장에서 부화가 치밀었다.

충북도내에 충북도의회를 포함해 13개 지방의회가 있는데 12개 의회는 장기간의 경기침체로 인한 주민들의 고통을 나누겠다며 동결을 선언한 마당에 유독 충북도의회만 의정비를 올리겠다고 한 것은 결코 칭찬 받을 행동은 아니었다. 충북도의회 말고 청주시의회도 인상을 추진했었다. 그러나 청주시의회는 의정비심의위원회가 동결을 권고하자 이를 선뜻 받아들였다. 결국 충북도의회만 돈 욕심을 내고 있는 꼴이 됐다.

어찌됐든 충북도의회의 의정비 인상여부는 오늘 중 확정된다. 그 결정을 짓는 주체는 다름 아닌 충북도의회 본인이다. 그래도 일말의 염치는 있는지 사전에 여론을 떠보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동결이 됐든, 인상 철회가 됐든, 인상분을 기부하든, 인상시기를 유예하든 그 어떤 결론이 나와도 욕을 먹기는 매한가지인 듯 싶다.

충북도의회가 인상분을 기부하는 황당한 방안까지 고려대상에 포함한 것을 보니 그래도 선출직이라고 비판적 여론이 조금은 신경 쓰이나 보다. 애초부터 여론을 따랐더라면 될 일을 스스로 일을 꼬이게 만든 장본인은 충북도의회다.

충북도의회는 올해 의정비 4천968만원이 만족스럽지 못한 모양이다. 그러나 의정비 심의 4차 회의가 열리기 전 CJB청주방송에서 여론조사를 해보니 도민 80%가 인상을 반대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의정비심의위원회의 주민의견 조사에서도 응답자 절반이 현행 의정비 수준이 높다고 밝혔다. 이런 결과가 나왔으면 주민의 대표라는 충북도의회가 뒤늦게라도 스스로 인상 요구를 철회하는 액션을 취했어야 했다. 선거에 나와 유권자에게 표를 달라 구걸할 때 무슨 말을 했는지 단 한번이라도 생각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낯두꺼운 짓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단돈 1원을 올려도, 1천만원을 올려도 모두 인상이다. 이 금전적 ‘인상’은 주민들에게 액수의 다소(多少)를 떠나 이질감 또는 위화감 그 자체다.

경기가 좋다면 120만원 앞에 ‘겨우’를 붙일 수 있지만 ‘남편 봉급과 애들 성적 빼곤 다 올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서민들의 살림이 팍팍한 상황에서 얼만큼의 폭이 됐든 의정비 인상은 스트레스다.

주민에게 스트레스 주고 무얼 얻나

앞으로 충북도의원들은 의회 안팎에서 ‘존경하는 도민 여러분’이라는 말을 하지말기를 바란다. 여론을 무시하는 존경은 어폐(語弊)다. 이 말을 내뱉으면서 부끄럽지 않은 도의원이 있다면 그는 천상 정치인이다.

충북도의회는 몇 푼 욕심에 스스로 함정에 빠졌다. 나름 효율적 의정활동을 위해선 돈이 더 필요하다고 하소연할 수 있겠지만 매월 10만원 더 받는다고 더 나아질 것 같지 않다. 오히려 행태가 가관이라는 덧칠만 하게 될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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