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예비엔날레에서 충북 지역 작가를 만나다<2>--#삼베장 최문자

“삼베의 제작과정은 재배한 삼베를 수확해 잎을 훑는 데서 시작한다. 이를 삼단이라 하는데, 삼단의 껍질을 삶은 뒤 벗기고 햇볕에 말린다. 다시 물에 적셔 가늘게 쪼갠 삼 올을 한 올 한 올 길게 잇는다. 쌀뜸물과 쌀겨로 담가 말리고 헹구기를 수십 회 반복한 뒤 베 한 필의 길이와 몇 올이 들어갈지를 정하고, 풀 먹이기 과정을 거친 다음 베틀로 짠다. 삼베는 대마 껍질을 벗기고 쪼개는 기술에 의해 가늘기와 곱기가 결정된다.”

굵직 굵직한 과정만 50여가지가 될 정도로 수확한 삼이 옷감의 재료로 변신하기까지의 과정은 멀고도 험하다.

이 과정들을 25년째 한올 한올 수련하듯 삼베에 자신의 영혼을 담고 있는 보은의 ‘삼베짜는 아낙네’ 삼베장 최문자씨(44).

충남 서산시 성연면 ‘베짜는 마을’이 고향인 최씨는 어려서 부터 할머니와 어머니로 부터 베짜는 기술을 머리맡에서 틈틈이 배우며, 까실까실하고 오묘한 베의 매력에 빠져 지금까지 베틀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어린 시절에는 이웃의 아주머니와 아저씨들도 스승이 되었고, 가족들도 스승이 되어 삼베와 함께 자랐지만, 지금은 그녀만이 전통 삼베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19살부터 본격적으로 삼베 작업에 집중을 한 그녀는 너무나도 고단한 과정에 20대에는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자신이 손수 쓰던 베틀을 제자에게 물려준 82세의 스승 이강순씨의 가르침과 다 짜여진 비단같은 삼베의 아름다움에 반해 마음을 스르르 접곤한다.

그는 “완성된 삼베 원단을 보면 나 자신이 대견스럽고 감격스러워진다. 베틀에서 한 올 한 올 조금씩 만들어지는 삼베를 보면 나만의 예술품이 탄생되는 것 같아 묘한 매력에 빠져 들기도 한다. 이미 나의 일부분이 되어서 지금에서는 수많은 과정들이 내 삶의 일부분이 되어 손쉬워지고 척척해내고 있어 즐겁게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베는 사람의 손을 떠나면 견고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기계화가 안된다.

과거나 지금이나 여전히 사람의 손을 통해서만 그 아름다운 살결을 드러낼 수 있다.

그의 장인정신과 예술혼을 통해 완성된 삼베 원단들은 베개, 발, 보자기, 도포 등으로 만들어지고 있으며, 최근 웰빙바람을 타고 그가 짠 삼베를 구입하기위해서 예약을 할 정도로 그 실력을 높이 인정 받고 있다.

특히 삼베로 만든 제품들은 손으로 비비지 말고 조물조물해서 깨끗이 행궈서 탈수해 그늘에 말리면 돼 손질 방법도 간단하다.

형태를 똑바로 유지하고 싶을 경우는 밀가루풀을 묻혀 탈수를 해 모양을 잡은후 수건에 담아서 발로 밟아주고 그늘에 말려주면 된다.

충북도내에서는 유일하게 삼베의 맥을 잇고 있는 그에게도 어깨를 무겁게하는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삼베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키고, 생활 속에 삼베바람을 불어넣기위한 고민이 끝없다.

먼저 그는 스스로 ‘삼베전도사’가 되어 좋은 작품을 사람들 앞에 내놓았다. 다음에는 사람들이 삼베를 쉽게 접할 수 있는 통로가 필요했다.

삼베를 널리 알리기위해 그는 2년전부터 ‘짚풀공예’를 배워 짚풀공예로 망석을 엮듯 삼베로 카페트 만들기를 도전할 계획이다. 돌아오는 겨울에 오방색으로 천연염색을 해 화문석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삼베카페트를 처음으로 시도하게 된다.

또 모든 사람이 쉽게 삼베를 짤 수 있도록 작은 베틀 도구를 만들 예정이다.

그는 “잊혀지고 있는 삼베가 널리 사용되게 하고 싶다. 친환경적이고 아토피와 같은 환경병에도 향균효과가 탁월해 삼베는 꽤 유용하게 실생활에서 사용이 가능하다”며 삼베 자랑을 늘어놓았다.

‘삼베에 반했다’고 스스로 고백하는 그녀는 만드는 과정이 힘들고 늦지만 삼베를 사람들과 함께 만들고 공유하는 것이 꿈이다.

 자연의 향기와 장인 정신이 깃든 그녀의 삼베 속에는 빠른 것만을 고집하는 현대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은 늦추고 건강한 생활로 인도하는 묘한 매력이 있어 눈길과 손길이 간다.

그의 열정과 손길을 통해 잊혀지고 있는 삼베가 친환경 공예로 다시 한번 재탄생되는 그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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