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예비엔날레에서 충북 지역 작가를 만나다<2> -#이승원 작가

차가운 금속으로 생활을 빚다.

금속을 두드리며 한국적인 혼을 불어넣고, 옷칠로 차가운 쇠에 따뜻한 감성을 불어넣고 있는 금속공예가 이승원 작가(66).

금속공예란 금, 은, 동, 아연, 주석, 납 등을 녹여 주형에 부어 굳히고, 금속을 두드리고 펴고, 깎거나 구부려 요철을 만들고, 용접하는 가공기술이다. 차갑게만 느껴지는 금속이 사람의 손에 의해 아름다운 작품으로 승화되는 모습은 과히 예술의 극치라 할 수 있다.

그녀는 금속공예의 또 다른 이름으로‘중독’이라 명한다. 무시무시한 도구들과 기계들의 굉음소리, 사로잡힐듯한 시뻘건 높은 온도의 불덩이 등과 맞서 싸우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금속에 그는 왜 그토록 빠져들었을까.

1960년 공예과가 별도로 신설되지 않은 시절 덕성여대에 들어가 미술의 다양한 장르를 경험한다. 경험을 할수록 한 분야에 집중적으로 공부를 하고 싶은 욕심에 선택한 것이 ‘금속공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제대로된 교육을 받을 수 없어 1972년 3월 독일로 유학을 떠나 8년동안 공부를 하며 반 작가 활동을 하게 된다.

전업작가로 살겠다고 다짐하며 귀국했지만 우리나라 최초로 금속공예과를 만든 원광대에서 뜻하지 않은 교수 생활을 시작하면서 외국생활을 하는 동안 잊고 지냈던 한국의 멋과 혼이 깃들어져있는 소재들이 그의 머릿속에 들어왔다.

모시, 창호지 등 한국 문화에 흥미를 가지게 되면서, 한국적 재료를 모티브로 작업을 시작하게된다. 한편으로는 유럽의 금속공예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면서도 한국적인 느낌을 놓치지 않는 그만의 독특한 작품세계가 시작된 것이다.

그는 “금속공예는 무겁고 차갑고 융통성 없는 도구들을 유연하게 다루고 섬세한 결과물을 이끌어낸다는 대비적인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차가운 금속에 영혼을 불어넣고 있는 그의 작품들은 생활속에서 고스란히 사용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처음으로 만든 은주전자는 아직도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금속공예의 매력을 생활을 통해 증명하고 있는 그다.

그래서인지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본전시에 출품한 그의 작품을 살펴보면 ‘주전자’들이 많다. 36년간 이끌어온 주전자 작품들의 마지막 단계에 속하는 작품들로 주전자로만 인식되기보다는 사용하고 싶은 유혹을 느끼면서 사용의 체험을 통한 기쁨과 행복을 느끼게 해준다.

주전자는 금속공예의 기본이자 정수다. 금속공예의 모든 것이 들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은주전자를 만들면서 그는 공기와 만나 산화돼 검게 변하는 금속의 특징으로 인해 서서히 은주전자가 생활속에서 쓰임의 기능을 잃어버리고 있는 것이 안타까워 고민했다.

이때 산화를 막기위해 착안한 것이 바로 ‘옻칠’이다. 매끄러운 느낌이 드는 기존의 금속공예 작품과는 달리 독특한 질감과 은은한 채색감이 느껴지는 작품들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옻칠을 금속에 하기위해 3년동안 전문가들에게 기술을 배우고 흡수가 되지 않는 금속의 특징 때문에 적절한 온도를 찾아내고 금속에 옻칠을 밀착시키기위해 한번 굽기까지 해야했다.

그는 “옻칠은 담기는 성분을 정화, 순화시키는 작용 때문에 담긴 차의 향이나 맛이 달라져 최근에는 주전자 안에다는 칠하지 않고 바깥에만 칠하고 있다”며 “문화적인 차이 때문에 옻칠을 한 금속공예를 세계에 알리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꾸준한 작업을 통해 널리 세계인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소망을 내비쳤다.

그는 생활속에서 공예의 쓰임을 증명하는 삶을 살고 있다. “공예를 생활권으로 끌어들여서 특정분야의 선물이 아니라 인간생활을 풍요롭게 하는 물건이 되어야 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한국적인 소재로 공예를 만들고 세계인들의 생활속에 깊숙이 자리잡고 싶다는 그녀의 꿈은  아직도 진행중이다.

그는 “열정은 필수이나 해가 거듭할수록 뿌리가 깊어지면 좋겠고, 내가 하는 작업들이 일상생활과의 친숙한 연결고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