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예비엔날레에서 충북 지역 작가를 만나다<1>--#원광식 작가

종은 금속으로 만든 타악기다. 은은하고 맑은 긴 여운의 종의 울림은 ‘듣는 이의 잠자는 영혼을 깨운다’는 말처럼 신비로운 소리를 자아낸다.

불교 문화 속 꽃피웠던 종 주조기술은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전통기법이 말살당하고 그 맥이 끊어진다.

소멸된 한국 전통주조기법인 밀랍주조기법을 재현한 한국의 대표적 주철장으로 국내 범종제작 1인자이자 중요무형문화재 112호로 지정된 원광식씨(70).

그는 2005년 화재로 소실된 낙산사 동종을 비롯, 그동안 20여구에 달하는 옛종들을 복원 및 복제하는 등 한국 범종의 보존과 발전에 힘쓰고 있다. 특히 밀랍주조기법에 현대 소재를 접목시켜 개발한 그만의 독특한 주조기법으로 제작되는 범종은 표면이 매우 깨끗하고 문양이 섬세해 전세계 불교권 국가로 수출되고 있다.

결혼 후 석달만에 종을 만드느라 한쪽 눈까지 잃으면서 50여년 평생을 종에 미쳐 살아온 그다. 그래서인지 주위 사람들에게 ‘종에 미친 사람’으로 불린지도 오래다.

경기 화성에서 태어난 그는 평생 종 제작을 업으로 살아온 할아버지 원덕중씨와 8촌형 원국진씨에게서 기술을 전수받았다. 중학교를 마치고 자동차 정비를 잠시 배웠으나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17살 무렵, 할아버지와 8촌형이 운영하던 성종사에 들어가면서 종과의 질기고 긴 인연을 시작했다. 원씨는 현재 충북 진천군 덕산면 합목리에 2.5t짜리 용광로 22개를 갖춘 성종사 대표를 맡고 있다.

처음에 그가 배웠던 종은 일본식 종이었다. 중국으로부터 종 주조술을 들여와 독자적인 방법으로 재탄생시킨 우리 나라만의 전통기법이 그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았다. 어느 순간 종을 만드는 그에게 큰 과업처럼 중요한 숙제가 생겼다. 어떤 종을 만들어도 옛 장인들이 만들어낸 신비의 소리를 재현하지 못한 까닭에 ‘한국의 종’을 복원하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갖게 됐다.

한국의 범종은 종신의 외형이 마치 항아리를 거꾸로 엎어 놓은 것 같은 형태로 매우 안정감이 있는게 특징이다. 세계 어디도 따라올 수 없는 은은하게 넓게 퍼지는 우리 범종만의 신비한 소리를 지니고 있다.

복원의 해답을 찾기위해 일본에 남겨져있는 우리나라 종 60구 중 4구를 복제해 이 중 1개를 주물기법으로 복원했지만 우리 나라 종 소리와는 다른 소리였다.

그래서 옛 조상들이 사용했던 밀랍주조 기법 연구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 기법은 조선중기 이후 맥이 끊겨 어느 문헌에서도 기록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스스로 비법을 찾아내야만 했다. 7년간의 연구 끝에 마침내 신라시대에 사용됐던 흙틀을 재현하는데 성공했다. 또 쇳물을 견딜 수 있는 내화도를 결정해주는 돌가루를 찾는데 오랜시간이 걸렸다. 그가 찾아낸 이 돌가루가 핵심 기술로 종 소리를 좌우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렇게 찾아낸 밀랍주조 기법을 사용해 1992년 일본 시마네현 광명사에 있는 신라 종을 처음 복원했으며 산불로 망가진 보물 479호 낙산사 동종(보물 479호)을 이 기법으로 만들었다. 지금까지 그의 손에서 탄생한 종으로는 대산 상원사 범종, 광주 민주의 종, 충북 천년대종, 조계사 종, 싱가포르 복해선원 종 등 7천여개가 넘는다. 특히 전통 기술로 복원된 종들을 외국에 수출하는 또 다른 과제를 갖고 추진중이다. 형태는 외국종으로 만들돼 소리는 우리나라 종소리가 나게 된다. 언젠가 그는 우리나라 종소리가 세계 어디서든 울려 퍼질 그 날을 고대하고 있다.

또 더 우수한 도구가 만들어지는 현대에 발맞춰 전통을 기반으로 현대의 도구를 사용해 더 좋은 종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 교육할 예정이다.

그는 “우리 나라 전통 공예도 보면 매 시기마다 똑같은 전통 공예기법을 고수한 적이 없다. 고려시대에는 고려청자를 조선시대에는 백자를 만들었듯이 옛 것을 그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발전시켜 온 것이 우리나라의 전통 공예”라며 “종도 전통기법을 복원했으니 후세 사람들이 전통을 기반으로 나 때처럼 어렵고 아주 힘들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도구를 사용해 좋은 종을 만들 수 있는 길을 만들어 발전하는 우리 전통 종의 모습 또한 후세들에게 물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선조들이 보여준 끊임없는 장인정신으로 만들어낸 변화와 발전이 지금의 전통문화를 만들어갔듯이 그가 앞으로 보여줄 전통과 현대의 혼이 깃든 종소리가 후세와 전세계에 퍼져나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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