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공예비엔날레 무형문화재·명장 워크숍 인기

2011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에서는 세계 각국의 공예작품만 관람하지 않는다. 마음에 두는 작품을 직접 구입할 수 있는 페어관과 옛 청주연초제조창의 역사와 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스토리텔링관이 있으며, 20여개의 공예체험과 릴레이 명사 특강을 비롯한 공연이벤트도 함께 할 수 있는 문화예술의 종합 선물세트다.여기에 관람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코너가 있다. 무형문화재와 명장 등 장인들의 창작과정을 엿보고 우리 고유의 삶과 멋을 이해할 수 있는 워크숍이 펼쳐지고 있는 곳이다.

공예워크숍에는 낙화장 김영조, 옻칠명장 김성호, 필장 유필무, 옹기장 박재환, 삼베장 최문자, 악기장 조준석, 궁시장 양태현, 배첩장 홍종진, 한지장 안치용씨 등 모두 9명이 참여한다. 충북지역에서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공예명장과 무형문화재들이다.

 낙화장 김영조- 인두·화로·숯으로 모든 그림 소화

 낙화(烙畵)는 종이나 나무, 가죽, 비단 등의 표면에 불에 달군 인두로 글씨나 그림, 문양을 새기는 전통예술을 말한다.

충북도무형문화재 제22호 낙화장 김영조씨는 국내 유일의 낙화분야로 지정된 장인이다. 보은읍 대야리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김씨는 인두, 화로, 숯 세 가지만 있으면 풍경화, 인물화, 동물화 등 어떤 그림이든 소화해낸다.

불의 온도와 순간의 터치기법을 통해 살아있는 느낌의 작품을 만든다. 한 번 실수하면 수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신을 몰두하고 섬세한 손길과 영혼의 울림으로 전통의 미학을 펼치고 있다.

  옻칠명장 김성호- 붙이고 깎고… 소반·장롱 등 완성

 나전칠기란 나무로 짠 가구나 기물위에 옻칠을 한 뒤 아름다운 전복이나 조개껍질을 갈아 문양을 오려 붙여 작품을 만든 것을 말한다.

한국의 옻칠은 1천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세계 최고 기술을 자랑하지만 임란과 일제, 그리고 근대화 과정에서 맥이 끊겨 사장 위기에 처해 있었다.

최근에는 원주와 통영지방 등 일부 자치단체에서 옻칠을 복원하고 세계화하기 위한 노력이 한창인데 청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옻칠명장 김성호씨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몇 안되는 옻칠장인이다.

김씨는 옻칠을 하고 말리며 자개를 입히고 목련이나 석류 문양을 내는 등 수백번의 고단한 과정을 거쳐 소반, 장롱, 예물함 등 최고의 작품을 만들고 있다.

지난해에는 한중일 3개국의 옻칠 고수가 펼치는 ‘한중일 옻칠대전’의 초대작가로 참여한 바 있다.

 필장 유필무-붓은 나의 운명

 증평군 도안에서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유필무씨는 16세의 어린 나이에 붓과 인연을 맺으면서 40년 가까이 붓쟁이로 살아오고 있다.

동물의 털로 붓을 만드는 기술과 태모필 작업에 심혈을 기울여 왔으며 볏짚이나 칡뿌리 등의 천연소재를 활용한 초필작업에 남다른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초필은 사람의 손으로만 오천번을 두드려야 붓의 총이 만들어진다. 한 자루의 초필이 만들어지는데 걸리는 시간은 무려 3개월이나 된다. 작가의 모필기법 역시 빼어나다. 갓 태어난 아이의 머리털을 잘라 붓으로 만드는 모필은 원모선별, 지방질제거, 초벌정모, 재단, 배합, 재벌정모, 작편, 물끝보기, 팔관맞추기, 접착, 풀먹이고 빼기 등 30여 과정을 거쳐야 하며 250여회의 손길이 필요하다. 장인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고단하지만 혼을 다해 만든 작품들이다.

최근 비엔날레 행사장을 방문한 설치미술가 강익중씨와 미국 퀸즈미술관장도 그의 솜씨에 반했다.

 옹기장 박재환- 숨 쉬는 그릇 ‘옹기’와의 만남

 숨 쉬는 그릇인 옹기는 그 종류가 무려 250여 가지에 달한다. 고운 흙으로 만든 청자나 백자와 달리 작은 알갱이가 섞여 있는 점토로 만들었기 때문에 가마에서 소성될 때 점토가 녹으면서 미세한 구멍이 생긴다. 이곳에서 공기나 미생물, 효모 등이 드나들 수 있다고 해서 숨쉬는 그릇이라고 부른다. 옹기장 박재환씨는 청원군 강외면 점촌마을에서 6대째 전통 옹기 도공의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 점촌마을은 질 좋은 흙이 매장돼 있어 자연스레 옹기촌이 형성될 수 있었다. 근대 이전에는 이 마을에 수많은 옹기도공이 있었으며 프랑스 선교사들이 옹기공방을 만들고 선교활동과 옹기제작을 함께하기도 했다. 일흔이 넘은 박씨의 불꽃같은 옹기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삼베장 최문자- 수련하듯 짜낸 자연의 이야기

 삼베의 제작과정은 재배한 삼베를 수확해 잎을 훑는 데서 시작한다. 이를 삼단이라 하는데, 삼단의 껍질을 삶은 뒤 벗기고 햇볕에 말린다. 다시 물에 적셔 가늘게 쪼갠 삼 올을 한 올 한 올 길게 잇는다. 쌀뜨물과 쌀겨로 담가 말리고 헹구기를 수십회 반복한 뒤 베 한 필의 길이와 몇 올이 들어갈지를 정하고, 풀 먹이기 과정을 거친 다음 베틀로 짠다. 삼베는 대마 껍질을 벗기고 쪼개는 기술에 가늘기와 곱기가 결정된다.

보은에서 30년째 삼베를 만드는 최문자씨는 이처럼 고단한 과정을 거쳐 베개, 발, 보자기, 도포 등을 만들고 있다. 삼베장 최씨가 한 올 한 올 수련하듯 짜낸 수수하면서도 자연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삼베의 또 다른 모습을 만나볼수 있다.

 악기장 조준석- 한국의 소리와 혼 엿보기

 우리의 옛 악기들은 어떻게 만들었으며, 그 악기에 대한 옛 사람들의 생각은 어떠했을까.

우리의 전통 악기는 대부분 일상에서 구하기 쉬운 재료들로 만들어졌으며 인위적 가공을 배제한채 자연스럽고 꾸밈없는 소리를 내고 있다.

영동 난계국악기제작촌에서 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조준석씨는 30년 넘게 국악기 제작과 대중화의 외길 인생을 걸어오고 있다.

가야금, 거문고, 해금 등 현악기 제작의 신비를 만날 수 있으며 한국의 소리와 혼을 엿볼 수 있다.

한국의 악기가 서양 악기와 달리 영혼의 소리이고 자연의 소리를 담았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다.

 궁시장 양태현-45년 전통 화살 만든 달인

 충북도 무형문화재 제16호인 궁시장 양태현씨. 그는 16살이던 1966년부터 지금까지 45년을 전통화살 만드는 외길을 걸어왔다. 전통화살은 곧고 가벼우면서도 강하고 비행성과 항구성이 뛰어나다. 그만큼 좋은 재료만을 고집하고 철저한 장인의 혼과 기예를 담았기 때문이다. 화살을 만들기 위해서는 화살대인 대나무를 고르고 손질하는 것에서부터 불에 굽고 사포질하고 날개를 심은 뒤 화살촉을 끼우는 등 수백번의 손길을 거쳐야 한다.

양씨는 이러한 모든 과정을 달인처럼 소화해내면서 드라마 ‘왕의 남자’와 영화 ‘최종병기 활’에 사용되는 화살을 만들고 있다.

양씨가 만드는 화살의 종류와 쓰임도 다양해 학습효과로 인기 만점이다.

 배첩장 홍종진-직지상 두루마리 상장 제작

 배첩이란 서화에 종이·비단 등을 붙여 족자·액자·병풍 등을 만들어 미적 가치를 높임은 물론 실용성 및 보존성을 높여주는 전통적인 서화처리 방법이다. 배첩장은 조선 초기부터 제도화돼 도화서 소속으로 궁중의 서화처리를 전담하는 장인을 말한다. 요즘에는 표구라고 불리는데 이는 일제강점기에 일본인에 의해 들여온 용어다.

배첩장 홍종진씨는 16세인 1966년부터 35년간 배첩의 삶을 살아오고 있다. 기계로 만든 획일적인 책이나 액자와는 달리 아름다움과 실용성, 그리고 뛰어난 보존성까지 갖추었으며 세월이 흘러도 변색이나 훼손되지 않는 최고의 것을 만들겠다는 집념이 돋보인다.

유네스코에서 시상하는 직지상의 두루마리형 상장을 직접 만들기도 했다.

  한지장 안치용- 한지 제작 과정·문화상품 소개

 한지를 천년의 종이라고 표현한다.

종이의 원료로 닥나무를 사용하는데 중국과 일본의 그것과 다르다.

섬유의 조직방향이 서로 90도로 교차하면서 질기고 균일하며 섬세한 입자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한지제작 과정에서 원료에 들어있는 전분, 단백질, 지방 등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기술을 갖고 있으며 종이의 입자를 섬세하게 하고 얇게 뜰 수 있도록 하는 독특한 기법을 갖고 있다.

괴산군 연풍면 신풍한지를 운영하고 있는 한지장 안치용씨는 전통 기법을 통해 한지를 만들고 다양한 문화상품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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