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공예비엔날레 40일간의 공예여행 100배 즐기기<4>

“작품에 명제표가 없어요~.”

2011 청주 국제공예비엔날레의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커다란 모험이 눈길을 끌고 있다.

전시장내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명제표가 이번 비엔날레 행사장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관람객들의 원성(?)이 자자함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실험은 계속 되고 있다.

대신 명제표를 부착하지 않고 전시된 공예미술품에 대한 정보(작가명, 국적, 제목, 재료, 사이즈 등)를 책자에 담아 전시장 곳곳에 비치하고, 필요하고 궁금한 관객들은 직접 찾아보도록 제공함으로써 미술 감상에도 단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

비엔날레 관계자는 “사실 지금까지 미술 감상 교육의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아는 만큼 보인다는 명제는 사실 아는 것 만 보는 결과를 낳았다. 이러한 전근대적인 감상법을 개선 하고자 하는 명제표를 없앤 시도는 신선하고 혁신적이며 향후 대한민국의 미술교육과 미술관 문화를 일거에 바꾸어 놓을 새로운 혁명이기도 하다”며 “사실 대부분의 관객들이 작품을 보기보다는 작품의 정보 즉 작품 제목과 작가명을 보고 확인하는 수준에 머물러 왔던 것이 우리 미술 감상법의 현 주소였던 만큼 감상방법에 대해 변화를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우리의 생각을 제한하고 규정하는 선입견 없이 미술품을 감상하도록 하는 시도는 사실 한국에서는 생소하지만 이미 문화선진국의 현대미술 전문미술관에서는 일상화된 일이다.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현대미술관(MMK)이나 뒤셀도르프의 인젤홈브로이 미술관 등에서는 이미 십수년전부터 관객들의 상상력을 제한하는 명제표를 부착하지 않고 있다.

또 일부 미술관의 경우 상설전시가 아닌 기획전시의 경우 명제표를 부착하지 않고 관람객들이 자유롭게 상상하고 생각하도록 배려하고 있기도 하다.

정준모 전시감독은 “유명한 피카소의 작품이라 해서 모두 감동을 받고 그 아름다움에 전율할 이유는 없다. 사람에 따라 경우에 따라 그리고 때와 장소에 따라 그 감동과 이해가 다르기 때문이다”며 “이번 비엔날레가 대한민국에서는 최초로 시도하는 명제표를 없애는 이런 파격적인 실험은 습관적이고 관행적인 미술 감상법과 교육에 대한 신선하고 새로운 도전이라는 점에서 60년 넘은 담배공장에 문화로 새로운 불을 지핀 것 보다 더 의미 있는 시도이자 실험이라 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 정준모 감독이 제안하는 창의적인 공예미술품 보는 방법 12가지

 1. 작품의 제목에 연연하지 말고 스스로 제목을 붙여보세요.

2. 다른 친구는 같은 작품에 어떤 제목을 붙였는지 이야기를 나눠 보세요. 그 친구의 제목이 틀린 것일까요. 아니면 다른 것 일 까요.

3. 같은 작품을 보며 서로 왜 다른 제목을 붙였을까요.

4. 이름을 몰라도 아름다운 꽃은 그냥 예쁩니다. 그 이유는 뭘까요?

5. 잘 그렸다는 것과 잘 만들었다는 것은 다릅니다. 나의 잘 그린 것, 잘 만든 것 의 기준은 무엇인가 자신에게 물어 보세요.

6. 처음 만난 사람과 서먹서먹하듯이 처음 본 공예미술품도 그렇습니다. 모든 것을 처음보고 단박에 알 수 없습니다. 천천히 보면 보입니다

7.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 아니라 아는 것만 보는 것 아닐까요.

8. 작품을 보며 떠오르는 느낌이나 생각을 명사 말고 형용사나 부사로 표현 해 보세요

9. 공예미술 감상은 지식을 주는 것이 아닌 지혜를 얻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10. 도슨트나 설명에 연연하지 마세요. 당신의 상상력이 제한됩니다. 왜 남의 손으로 떠주는 밥을 먹나요. 제 손으로 떠먹어 보세요.

11. 모든 작품이 명작이며 감동을 주는 것은 아닙니다. 공감하는 작품 한 점만 발견 해도 이미 당신은 성공적인 관객입니다.

12. 공모전을 보면서 자신이 심사위원이 돼 대상작을 정해보세요.

  ‘우생순’ 주인공 윤병순씨 운영요원 활동

 1984년 LA올림픽 은메달 주역이자 영화 ‘우생순’의 주인공이기도 한 윤병순씨(50). 한국 올림픽 역사상 구기 종목에서 처음으로 메달을 따는데 일등공신이었던 윤씨가 공예비엔날레에서 운영요원으로 활동하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윤씨는 일신여중 1학년때 핸드볼을 시작, 3년 후인 일신여고 1학년에 국가대표팀에 합류했다. 왼손잡이인 그녀는 중장거리슛을 쏘면서 대표팀을 이끄는 주역으로 활동했으나 LA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전에 두고 신장병으로 고생하면서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이후 윤씨는 일본 실업팀에서 선수활동을 하다 최근에 고향을 찾았다. 귀국 후 그녀가 선택한 첫번째 일은 2011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에서 운영요원으로 일하는 것. 윤씨는 특별전인 ‘의자, 걷다’에서 작품 안전 관리와 손님들이 편안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관람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일을 맡고 있다. 특히 20여년간 일본 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레 얻은 일본어 솜씨를 발휘하고 있다. 일본에서 온 방문객이나 일본작가, 일본 기자들까지 직접 전시내용을 설명하고 꼼꼼하게 안내해 주고 있다. 핸드볼 국가대표 시절의 열정과 투혼을 비엔날레 행사장에서 다시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윤씨는 “오랫동안 일본에서 활동하다 보니 우리 지역에 세계적인 공예축제가 있다는 것을 몰랐었다”며 “고향 발전에 도움이 되고 나 자신도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힘을 얻기 위해 비엔날레 운영요원을 신청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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