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산책> 도둑 이야기(3)
<문화가산책> 도둑 이야기(3)
  • 충청매일
  • 승인 2011.09.22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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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도(大盜)는 없다 -
▲ 청송교도소에서 출소할때의 조세형씨(1998년 11월)

‘대도(大盜) 조세형 출소하자마자 2년전 절도혐의로 다시 체포’(A신문)

‘어제 출소 73세 대도 조세형 30만원 훔친 죄로 또 체포’(B신문)

2011년 9월 9일과 10일 대도 조세형이란 이름이 다시 신문, 방송에 나타났다. 기사 제목에서 보듯이 대도라고 하기엔 너무 초라해진 조세형이다.

기사 내용은 장물알선 혐의로 2010년 5월 수감됐던 조세형씨가 9일 오전 0시5분께 안양교도소에서 만기 출소하자마자 2년전 금은방 주인 강도사건의 범행에 가담한 혐의로 기다리고 있던 경찰에 체포됐다는 것이다. 경찰은 조씨가 출소 후 외국으로 도주할 것이라는 첩보를 입수하고 사전에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이날 조씨가 출소하기를 기다렸다가 영장을 집행했다고 한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는 2009년 4월13일 오후 8시께 공범 2명과 함께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소사동의 금은방 주인 유모씨 집에 들어가 일가족 3명을 위협하고 현금 30만원, 금목걸이 1점, 금은방 열쇠 등을 빼앗아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씨는 2005년 3월에도 서울 마포의 한 치과의사 집을 털다가 경찰이 쏜 공포탄에 놀라 검거되어 절도죄로 3년간 복역한 뒤 2008년 출소했고, 2010년 다시 수감되는 등 70이 넘은 나이에도 감옥을 계속 드나들고 있다.

한때 명 강사였던 조세형씨

필자가 조씨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 것은 CBS청주방송 본부장 시절인 1999년 11월 10일 밤이었다. 조씨는 이날 청주 분평동에 있는 중부명성교회에서 열린 간증집회에 강사로 왔다. 간증의 제목은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요한복음 8장32절)였다.

단상의 조세형씨는 허여멀건한 얼굴에다 비교적 큰 키에 건장한 체격이었고 목소리도 우렁찼다.

범죄의 길로 빠지는 사람들을 보면 어려서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 많다. 조씨 역시 고아로서 학교 문턱에도 가 본 일이 없는 철저한 무학자이다. 그러나 그는 감옥에서 한글을 깨치고 한문을 익혔으며 영어와 일어도 공부했다. 이날 본인의 주장으로는 8천권 정도의 책을 읽었을 정도로 독서열이 남달랐다. 감옥은 그의 학교였다. 범죄수법을 익히는 학교이기도 했지만 책 읽을 많은 시간을 준 학교였다. 또한 성경을 접하고 예수를 믿게 된 곳이기도 했다. 그는 1998년 출소때까지 소년원에서부터 11차례에 걸쳐 31년간을 감옥에 있었다. 인생의 절반을 감옥에서 산 셈이다. 출소 이후 간증 등으로 무척 바쁜 생활을 하고 있었다.

이날 그는 이렇게 말했다.

“IMF사태 이후 수많은 배운 사람들이 실업자가 됐는데 자신은 무학자인데도 엄청나게 바쁘다. 예수님을 영접한 덕이다. 공무원들 앞에서, 기업체의 직원 연수회에, 때론 학자들 앞에도 불려가 강연을 하고 간증을 한다. 말세적 세상에 하나님께서 나같은 사람을 세운 것은 세상에 대한 경고의 의미가 아니겠는가?”

조씨는 이날 간증에서 자신이 도둑질을 하는데는 세가지 원칙이 있다고 했다.

그 첫째는 어떤 경우에도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 둘째는 도둑질 해오면 30%는 불우이웃 돕기를 한다. 셋째는 한국에 대한 나쁜 이미지를 갖지 않도록 외국인 집은 털지 않는다. 이렇게 삼원칙을 지켰다고 주장했다.

간증은 오후 7시30분에 시작되어 밤 11시30분이 다 되어 끝났다. 무려 4시간 가까이 쉬는 시간도 없이 간증을 한 것이다. (필자는 이날 저녁식사를 못한 채 집회에 갔다가 밤 12시가 다 되어 근처 포장마차에서 냄비우동으로 겨우 저녁을 해결했다.)

조씨는 다소 어눌한 듯 하면서도 말을 재치있게 잘 하였다. 표현은 좀 거칠었으나 간간히 유머를 섞어가며 씩씩한 말씨로 피곤한 기색도 없이 말을 이어갔다. 내용이 흥미진진하니 조는 사람도 자리를 뜨는 사람도 없었다.

“1982년에 자신을 잡아 넣은 이민웅 수사과장이 지금은 삼성그룹의 계열사인 에스원(S-1)의 범죄예방연구센터에 고문으로 있는데 자신은 에스원의 이사급 자문위원이니 뒤늦게 직장동료가 되었다”, “삼성이 이병철 회장집 금고를 턴 자신의 실력을 인정해 이제는 금고를 지키는데 앞장서라는 의미로 범죄예방연구소 자문위원을 맡긴 모양”이라고 말하는 등 사람들을 웃겨가며 이야기를 풀어갔다. 그는 자신같은 범죄인에게 사회는 ‘범죄 실습장’일 뿐이었으며 돈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부자집 금고 속의 돈을 갖다 쓰면 되니까 자신이 제일 부자라고 착각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그가 저질렀던 도둑질에 대해 많은 시간을 할애했는데 특히 고관집과 재벌집 금고털이  이야기를 많이 했다. 어떤 고급 공무원집에서는 보석이 30~40억원어치나 나온 적이 있다면서 자신이 대도가 아니라 그 사람이 바로 대도가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조씨는 자신이 아무리 금고털이를 잘 해도 몇백억은 털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일부 전직 대통령들처럼 재벌들을 공갈, 협박해 수천억을 울궈내는 재주는 없다면서 그 사람들이 진짜 대도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정식(청주대 신문방송학과 객원교수·전 CBS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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