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카로운 경계의 빛을 보이고 있는 검정 야크.(왼쪽) 티벳족 유목민의 천막.

야크는 우리에게 생소한 동물이다. 검은 색의 긴 털이 있는 고원지대에 사는 소의 한 종류 정도로 알고 있다.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등을 통해 가끔 보긴 하지만, 티벳을 비롯 중앙아시아 고원지대에 가기 전에는 직접 만나볼 일이 거의 없다.

그 말로만 듣던 야크를 지난 7월 26일 처음 만났다. 중국 사천성의 ‘아바 장족(티벳족) 강족(챵족)자치주’로 가는 길에서였다. 산은 온통 높고 가파랐고 골짜기는 좁았다. 계곡물은 빠르게 아래로 흘렀다.

차는 고원지대를 향해 한 없이 올라갔다. 성도 북쪽에 위치한 문천에서 아침에 출발해 천주사를 거쳐 홍원대초원에 있는 와체로 가는 길이다. 성도에서 보면 북북서 방향이다. 여기서부터 펼쳐지는 고원지대를 동티벳이라고 부른다. 이곳까지 가는 도로는 새로 잘 포장돼 있었다. 옛날 같으면 몇 달씩 걸려 오르내리던 곳이다.

최근 중국의 경제력이 좋아지면서 도로 등 사회간접시설의 확충이 잘 이뤄지고 있는 듯 했다. 티벳인들의 자치요구가 거세어서 소요가 일어나면 언제든지 군대를 쉽게 이동시키기 위해 길을 잘 닦아 놓은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해발 3천500m라는 도로 표지를 본지 얼마 안되어 멀리 산 등성이 아래에 검은 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야크의 무리다. 여기서부터 조금 올라가니 몽골 평원 같은 대초원 지대가 펼쳐진다. 야크의 개체수도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야크는 짐을 운반하는 운송수단에 머무는 동물이 아니었다. 초원에 대규모로 방목이 되고 있었으며, 이 지역 유목민들이 생계를 걸고 있는 최대의 재산이었다.

야크는 생각보다 많이 눈에 띄었다. 초지도 풍부했다. 안내자는, 야크 덕에 티벳족 유목민들의 살림이 그렇게 궁색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야크는 티벳을 중심으로 해발 4~6천m에 이르는 고원에 사는데, 야생 야크와 가축화된 야크, 두 종류가 있다고 한다. 우리가 본 것은 가축화된 야크다. 눈으로 보기엔 크기가 우리 한우보다 조금 작은 듯했다. 허긴 우리 소들도 초원에 펼쳐 놓으면 그렇게 보일지도 모른다. 야생 야크는 가축화된 야크 보다 훨씬 크다.

돌아와서 자료들을 찾아보니 야생야크 수컷은 몸길이가 약 3.25m, 어깨높이가 약 1.8~2m, 몸무게 500~1천㎏이라고 나와있다. 필자가 본 가축화된 야크의 무게는 보통 350~580㎏이라고 하니 야생 야크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한우의 경우는 수소의 어깨높이가 평균 1.35m, 무게 460㎏이고, 암소는 1.25m, 370㎏이다. 가축화된 야크의 크기와 엇비슷 할 듯 하다. 야생 야크는 멸종 위기에 있다고 한다.

야크를 티벳에서는 그냥 야(YA)라고 부르는데, 중국어로는 모우(   牛)라고 한다. 일종의 들소라는 의미다.

야크는 버리는 것이 없다고 한다. 젖은 물론이고, 고기, 가죽, 털, 뿔 등 모든 것을 이용한다.

젖은 매우 진하며 버터를 만든다. 고기는 말리거나 구워서 먹는다. 아바주에서는 말린 야크고기, 즉 육포를 파는 상점이 가끔 눈에 띄었다. 야크 스테이크도 맛이 매우 좋다는데 먹어보지는 못했다.

부드러운 털은 옷을 만드는데 쓰고 길고 거친 털로는 끈이나 돗자리, 천막 덮개 등을 만든다. 꼬리털로는 파리채를 만들기도 한다. 가죽으로는 안장, 채찍, 장화 등을 만든다고 한다.

똥은 귀중한 땔감이 된다. 나무가 없는 티벳 초원에서 유목민들은 여름동안 야크 똥을 모아 말렸다가 겨울에 연료로 사용한다.

말린 야크 똥은 화력이 세다고 한다. 필자가 티벳족 유목민의 천막 주변에서 보니 야크 똥을 피자 처럼 납작하게 만들어 말리고 있었다. 야크는 거의가 검은 색이지만, 가끔 흰색이 더 많은 야크도 있었다.

몽골의 유목민들이 키우는 가축이 양과 염소, 소와 말을 위주로 한 것이라면 티벳의 유목민들은 야크가 중심이었다. 야크는 높은 고원지대에 펼쳐져있는 대초원의 주인이었다.

이정식(청주대 신문방송학과 객원교수·전 CBS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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