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아열대지역으로 바뀌고 있다는 말이 사실인가 보다. 6월말부터 시작된 장마가 8월 중순인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으니 말이다. 오래 전부터 큰 물난리를 겪어 온 보은군은 치수사업 만큼은 완벽에 가깝다. 그래서 웬만한 비에는 끔쩍도 안한다. 지난 6월 말 300mm 비가 하루 종일 오던 날도 걱정이 되어 보청천에 나가보니 힘찬 물소리와 함께 누런 황톳물이 잠시의 머뭇거림도 없이 보청천을 잽싸게 빠져 나가고 있었다.

며칠 전에도 밤새도록 내린 비가 걱정이 되어 아침 일찍 이평교에 나가보니 나처럼 걱정이 되어 나온 사람들이 이미 5∼6명이나 되었다. “물 한번 잘 흘러간다. 옛날 같으면 물난리 한 번 치를 비인데…”하며 먼저 오신 노인이 한 마디 하시자 모인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그렇고 말고요. 세상 참 좋아 졌어요. 옛날 같으면 어디 다리 위에서 한가롭게 물 구경을 해요. 지금 쯤 정신없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난리가 났을 텐데”하며 맞장구를 치신다.

빗줄기가 좀 자자지기에 이왕 나선 발걸음을 운동 삼아 풍취교를 지나 중동교까지 걸어가 보았다. 새벽 일찍 나온 농부들이 이쪽저쪽에서 논의 물고를 보기도 하고, 세찬 비에 넘어진 깨며, 콩을 조심스럽게 세우고 계셨다. 저런 농부의 수고스러움이 있기에 우리의 식탁이 풍성하게 되는 것인가 보다.

까치 소리가 하도 시끄러워 하늘을 보니 조금 전부터 보청천을 이리 저리 날아다니는 백로들이 까치들의 영역을 침범 했는가 보다. 까치 두 마리가 시끄럽게 울어대며 자기 영역을 지키기 위해 하늘을 오르내리고 있었다. 먹이 사슬이 달라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자기보다 몇 배가 큰 백로를 향해 목숨을 걸고 공중전을 펼치는 까치의 용맹을 보며 독도가 생각나는 것은 우연의 일치는 아닐 것이다.

중동교를 반환점으로 하여 다시 뒤돌아 오려는데 무언가가 신발에 떨어지기에 자세히 보니 청개구리다. 조그마한 놈이 하도 앙증맞아 손으로 잡아보니 저도 놀랐는지 손 안에서 가만히 숨을 고르고 있다. “아하 이놈은 엄마 산소가 걱정이 되어 나왔나 보구나. 이놈아, 그러니 평상시 효도를 잘 해야지”하며 혼자 중얼거리다 잠시 생각을 달리 해 보았다. 요사이 인간사를 보면 그래도 청개구리가 효자인 것 같다. 과거지사야 어쨌든 청개구리는 어머니의 유언을 지켰고, 늦게나마 어머니의 사랑을 알아 비만 오면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울고 있지 않는가? 몇 푼의 돈 때문에, 또 모시기 귀찮다는 이유로 인간이기를 포기한 자식들이 근래에 얼마나 많은가? 나는 청개구리를 논둑 옆에 있는 깻잎에 가만히 내려놓고는 혼자 중얼거린다. “임마, 너의 어머니는 네 가슴에 묻으면 돼. 그리고 이따금 어머니를 생각해 봐. 아마 지금도 어머니는 너에게 많은 말씀을 하고 계실 걸. 까짓 육신이야 다시 흙으로 돌아가면 되는 거고.”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출근 준비를 하고 있으려니 전화벨이 울린다. “작은 아버지 저예요. 아침에 TV를 보니 보은에 많은 비가 왔네요? 아버지 산소는 괜찮겠지요? 봄에 심은 나무며, 잔디가 아직 땅심을 못 받았을 텐데…”

“아하 우리 집에도 청개구리가 있었구나. 걱정하지마라. 어제 네 형이 먼저 전화를 했기에 내가 가 보았다. 많은 비에 산소 옆으로 물길이 나기는 났지만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그래, 이제는 청개구리가 효자다. 비가 온다고 부모님 산소 걱정하는 자식들이 몇이나 되겠느냐? 그렇치 않냐?” “예에? 작은아버지 갑자기 무슨 말씀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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