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SBS ‘시티헌터’로 배우 입지 다진 이민호

여전히 배우 이민호(24)에게는 ‘꽃보다 남자’ 구준표가 남아있다. 큰 키에 부리부리한 눈, 또렷한 이목구비를 가진 그는 상대 배우가 “너무 잘생겨 몰입하기 어렵다”는 불만 아닌 불만을 감당해야 할 만큼 훤칠한 외모를 가졌다. 그 외모 덕에 오히려 그의 ‘연기’나 ‘열정’이 가려졌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는 조급하지 않다. 보여주고 싶은 것도, 앞으로 보여줄 것도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그의 필모그래피 세 번째 칸에 당당히 적어 넣을 드라마 ‘시티헌터’를 막 끝마친 배우 이민호를 지난 5일, 서울 강남의 한 레스토랑에서 만났다. 작품 시작 때보다 눈에 띄게 마른 얼굴이었지만, 표정만은 밝았다. “아쉽지만 후회는 없기” 때문이다.

지난 5월 25일 첫 방송을 시작해 7월 28일 종영할 때까지 꼬박 두달, 아니 준비기간을 포함해 5개월이 넘는 시간을 오로지 ‘시티헌터’만을 위해 살았다. ‘꽃보다 남자’와 마찬가지로 또 한번 일본 인기 만화의 주인공으로 분했지만, 이번에는 더 ‘현실적’인 주인공을 만들어냈다.

“남자 원톱 장르물이라고 하면 묵직하고 센, 30대 남자주인공을 중심으로 한 작품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시티헌터’는 20대 중반의 남자가 보여줄 수 있는 장르물이란 생각이 들었다. 밝고 유쾌하지만, 아픔이 있는 장르물로써 20대 중반의 남자배우가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원작의 인기가 보장된 작품을 두 번 이상 한다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민호는 자신있었다. 아니 적어도 기존과는 다른 이민호를 보여줄 자신이 있었다.

“원작이 있고 없고는 부담이 되지 않았다”는 이민호는 “‘꽃남’은 분명 나를 대중에게 알린 작품이었다. 이번에도 워낙 원작이 유명한 작품이었지만, 그 전과는 다른, 판타지가 아닌 어느 정도 현실감 있으면서 센 캐릭터도 소화할 수 있는 이민호를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 ‘원작’이란 굴레는 한편으로 장애물이 되기도 했다. 초반만 해도 ‘시티헌터’는 원작과는 너무나 다른 설정과 인물들의 캐릭터로 언론과 대중의 불만 섞인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민호는 “이미 드라마가 시작하기 전부터 예상하고 있었다”며 “원작 그대로 나오지 않고, 분명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주인공 캐릭터 역시 드라마로 나올 수 있는 부분과 없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원작을 참고 하지 않았다. 내가 처음부터 원작에 치중해 연기를 펼쳤으며 그런 반응에 대해 신경이 쓰였겠지만, 그렇지 않아서 원작과는 다른 드라마 ‘시티헌터’를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 이민호는 강도 높은 액션을 무리없이 소화해내면서 큰 호평을 받았다. 드라마 촬영 도중 교통사고를 당하기도 할 만큼 쉽지 않은 촬영의 연속이었다.

“무술팀이 미리 (액션)합을 짜왔지만 그 합을 맞출 시간조차 없었고, 그대로 촬영하는 것도 무리가 있었다. 그러나 보니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바꾸고 새로 만들어서 촬영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때문에 잔부상도 많이 당했지만, 액션신과 무술에 대해 애착이 많이 간다.”

드라마는 끝이 났지만 팬들 사이에서는 ‘시티헌터’ 시즌 2에 대한 요청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시즌 1과는 완전히 다른 내용이라면 하고 싶다”는 이민호는 “만약 시즌 2가 나온다면 사건을 의뢰받고 하나하나 해결해 가는 에피소드를 묶는 형식이 될 것 같은데…. 그 속에 새로운 ‘꺼리’가 있다면 시즌 2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그렇다면 ‘시티헌터’는 배우 이민호에게 어떤 의미일까.

“얻은 것이 있다면 기존의 이미지보다 배우에 조금 더 가깝게 다가선 것 같다. 나의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할까. 잃은 것은 만신창이가 된 몸과 마음(웃음)? 신체적인 것도 있지만, 정신적으로도 제 자신을 너무 피곤하게 하면서 달려온 것 같다. 원래 예민하지 않은 편인데 이번에는 작품을 하는 동안 너무 예민해졌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신경이 항상 곤두서있어 힘들었다.”

이제 이민호는 ‘시티헌터’의 이윤성을 씻어내기 위해 혼자만의 휴식과 재충전을 시간을 가질 것이다. 일부러 시간을 두고 작품을 선택하거나 ‘일 년에 한 작품’만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한 작품이 끝나고 적어도 3개월의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는 이민호는 “새로운 것을 접할 준비를 하고, 그 전의 감정을 버리는 시간을 갖게 되는 것 같다. 나는 연기할 때 내 마음상태나 감정에 따라 연기를 하는 편이다. 근데 그 시간이 짧으면 정리도 새로운 것을 접할 준비도 안되는 것 같다. 내 마음을 다 잡는 후에 하는 것이 ‘꺼리’가 더 많이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애에 대한 바람도 전했다. 이민호는 “앞으로는 사람도 더 많이 만나고, 연애도 열렬히 하고 싶다”고 전했다. 단 연애는 비밀로.

“(열애사실이)알려지면 서로에게 너무 힘든 일인 것 같다. 다음에 만나는 사람한테도 안 좋을 것 같다. 물론 헤어짐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그래서 연애는 무조건 비밀로 할 것이다.”

‘시티헌터’에서 극 중 이민호는 세 명의 여배우와 호흡을 맞췄다. 겉은 밝지만 아픔이 있는 나나, 대통령의 딸이자 철부지로 자신을 짝사랑하는 다혜, 위험에 처한 자신을 구해주는 세희까지. 이 중 이상형을 묻자 “아무도 아니다”라고 답했다.

“정신적으로 성숙한 사람”이 이상형이라는 이민호는 “겉으론 밝아도 속으로는 나를 감싸줄 수 있는 성숙한 여성이 끌린다. 그렇게 따지면 세 명 모두 내 이상형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나나는 결국 아무것도 모르고 있고, 다혜는 너무 생각이 없다. 세희 같은 스타일이 이상형일 수 있지만 만나면 재미가 없을 것 같다. 굳이 꼽자면 다혜의 통통 튀는 매력 속에 세희 같은 진지함을 가진 여자였으면 좋겠다”고 욕심많은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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