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오브 더 월드 고별호 표지.

 ‘뉴스 오브 더 월드’의 폐간

발행부수 280만부를 자랑하던 영국의 대표적인 타블로이드 일요판 대중지 ‘뉴스 오브 더 월드(News of the World)’가 지난 10일 문을 닫았다. 1843년 창간돼 168년의 긴 역사를 가진 신문이 경영상의 문제가 아닌 도덕성 문제로 스스로 폐간 결정을 내렸다.

이 신문은 일요일인 10일 마지막 호 전면에 큰 글씨로 ‘THANK YOU & GOOD BYE’라고 독자들에게 고별인사를 했다. 1면의 바탕은 그간 발행된 이 신문의 특종기사들이 실린 1면들을 꼴라주(collage)한 것이었다. 종간호는 평소의 두배 가량인 500만부를 발행했지만, 가판대에 나가자 마자 동이 났다.

이 신문은 세계적인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80) 소유의 신문 가운데 하나이다. 영국에서 머독 소유의 언론은 후계자로 알려진 둘째 아들 제임스 머독이 이끄는 ‘뉴스 인터내셔널’이란 미디어 그룹의 산하에 있다. ‘뉴스 인터내셔널’ 산하에는 ‘뉴스 오브 더 월드’외에 ‘더 선’, ‘더 타임스’, ‘선데이 타임스’ 등이 들어있다. 이들 신문들의 영국내 전체 독자수는 약 800만으로 알려져있다. 막강한 영향력이다.

제임스 머독은 지난 7일(현지시각), 10일자 신문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이 신문을 발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최근의 의혹들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비인간적이고 존재할 이유가 없다. ‘뉴스 오브 더 월드’는 다른 사람들의 책임을 묻는 사업이지만 스스로를 책임지는데 실패했다”고 폐간 이유를 밝혔다.

이 신문이 스스로 폐간 결정을 내린 이유는 도청 문제 때문이다. 정치인, 연예인은 물론 일반인들의 휴대전화까지 도청해 기사를 써 온 사실이 드러났다. 대중의 흥미를 유발시키는, 즉 돈이 되는 내용이라면 수단을 가리지 않았다. 황색 저널리즘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보여 주었다.

도청 사례가 한두 건이 아니었다. 지난 4월 이 신문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주공격수 웨인 루니의 휴대전화를 도청해 온 사실이 밝혀지기 전에도 2006년에는 영국 왕실의 전화를 도청한 사실이 밝혀져 이 사건에 관련된 왕실전담기자와 공모했던 사설탐정이 구속됐다.

윌리엄 왕세손의 무릎부상에 대한 보도 내용이 지나치게 상세한데 대해 도청을 의심한 왕실이 수사를 의뢰한 결과 그 사실이 밝혀졌던 것이다. 또 2002년 납치됐다 살해된 10대 소녀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됐다가 전사한 병사 가족들의 휴대전화 음성메시지를 도청했다는 의혹도 계속돼왔다.

‘뉴스 오브 더 월드’의 다른 기자들도 전화도청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2009년 7월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의해 보도됐다. 2010년 9월에는 미국의 ‘뉴욕타임스’가 ‘뉴스 오브 더 월드’의 조직적인 도청사실을 보도하기도 했다. 어떻게 휴대전화 도청이 가능했는지 기술적인 내용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휴대전화가 그만큼 도청에 취약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 신문의 도청 사실에 대해 영국 내 여론은 악화될대로 악화됐다. 지난 7월 5일 포드, 르노, 미쓰비시 등 주요 광고주들이 이 신문에 대한 광고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튿날, 대서양 건너 미국에 있는 전세계 루퍼트 머독 소유 언론사들의 지주회사라고 할 수 있는 ‘뉴스 코퍼레이션’(뉴스코프)의 주가도 급락했다. 마침내 머독은 그의 미디어 제국을 지키기 위해 ‘폐간’이란 초강수를 쓰지 않을 수 없었다. 머독은 현재 영국의 위성방송 B스카이B(British Sky Broadcasting)의 경영권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뉴스 오브 더 월드’의 폐간은 B스카이B 인수문제를 앞두고 있는 머독 일가가 더 이상의 여론 악화를 피하기 위해 취한 고육지책이란 분석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7월 8일, ‘뉴스 오브 더 월드’의 휴대전화 도청 사건에 대해 국정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B스카이B 방송 경영권 인수 문제에 대한 결정을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머독이 인수 직후 ‘킬러 회고록’으로 부수 대폭 늘려

‘뉴스 오브 더 월드’는 1969년 호주출신인 루퍼트 머독이 영국 언론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삼기위해 사들였다. 이 해 ‘뉴스 오브 더 월드’는 6년 전인 1963년 전 세계를 시끄럽게 했던 초대형 섹스 스캔들 ‘프로퓨모-킬러 사건’의 후속 스토리라고 할 수 있는 ‘킬러 회고록’을 전격 게재함으로써 획기적으로 신문 부수를 늘린 일이 있다.

이정식(청주대 신문방송학과 객원교수·전 CBS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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