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를 인정한다는 뜻은 내안에 있는 해동네와 달동네 모두를 인정하는 것을 말한다.

해동네는 나의 장점이고, 달동네는 나의 단점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내안의 달동네, 즉 단점을 보는 것이다. 흔히 남의 단점은 잘보지만 막상 나의 단점은 잘보지 못하고 심지어 내안에 단점이 없다고까지 생각을 한다. 장점을 계발하려면 단점을 인식할 때 가능하다. 밤이 지나지 않으면 새벽이 오지않으며, 불행을 안지 않고 행복이 오지 않듯이 단점을 넘어서지 못하면 장점은 계발되지 않는다. 마치 스포츠를 할 때 틀린자세를 알아차려야 좋은자세로 교정이 되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내가 가지고 있는 달동네 정서는 무엇일까?

첫째는 무지(無知)이다. 무엇이 나에게 이로운 것인가를 알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필요이상의 욕심을 일으켜 나를 해치고, 이해받으려 고민하는 마음에 상처입고, 티끌만큼도 손해안보려는 마음에 늘 긴장하며 살아 가는 것은 내가 무엇이 이로운가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무능(無能)이다. 바라는 마음은 원대하나 내가 쌓은 실적이 없는 것을 말한다. 자신에 대한 과대한 망상만 가지고 있을 뿐, 나의 부족함을 모를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마지막으로 고집(固執)이다. 바른길을 일러주어도 습관에 취해 지난 과거의 불행했던 기억과 미래의 헛된 몽상, 주장, 주의, 관념을 붙잡고 헤어나지못하는 것을 말한다.

이 세가지 나의 단점을 알고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을 피하고 감춘다고 없어지지 않으니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다. 꾸준한 자기성찰을 통해 반성하고 경계하면 극복할 수 있다. 인정하는 것으로 이미 단점으로부터 자유롭게 된다.

맹자의 사단지심 중에 의(義)란 수오지심(羞惡之心)으로 부끄러워하고 미워하는 것이라 표현했는데 나의 단점을 부끄러워하고 미워한다기보다, 자신의 단점을 인정치 않고 위장하는 그 마음을 부끄럽게 여겨야 한다는 말이다.

단점이 없다면 어찌 우리가 경계할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단점을 없애려고 한다면 이 또한 역행이다. 단점을 멀리할 수는 있어도 존재의 또 다른 양식이기에 완전히 없앨수가 없다. 단점을 인정하는 길은 단점과 거리를 두고 겸손함을 찾아가는 작업이다. 장점만을 내세우다 보면 교만과 자만에 빠져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소외되기 쉽다. 따라서 단점에 대해 철저히 반성하고 경계해서 고칠것은 고치고 고쳐지지 않는다면 더욱 겸손하게 자세를 낮추어서 살면 어찌 단점이 단점으로 남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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