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각이 가장 세분화된 민족으로는 한민족(韓民族)과 동(東)아프리카의 보디족을 든다. 소고기 먹는 방법에 있어서는 영국·프랑스·미국 사람들은 35가지로 분류해 먹고, 일본사람들은 15가지 분류밖에 하지 못한다. 반면 보디족은 51가지로 분류해 먹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120가지로 분류해 먹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소고기를 주로 먹고 살아온 구미사람들보다 오히려 소고기 문화가 발달한 것이다.

지역 대표음식으로 소개

한민족의 미각문화는 무서울 만큼 발달했다. 소를 도축해 먹는 부위를 살펴보면, 등심·안심·갈비·사태·차돌막이·제비추리 등 살코기는 물론, 양·간·곱창·염통·콩밭·피 등 내장부위, 우랑·우신·혀·젖통살·소머리·소꼬리·우족, 그리고 우족으로 불리는 소다리의 관절인 도가니까지 발라내고 소가죽에 붙은 수구레까지 긁어먹으며 척추 뼈 속에 든 등골까지 빼 먹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어쩌면 이렇게 이름조차 생경한 부위까지 삶고 구어 먹는지 참으로 경이롭기까지 하다. 한민족의 미각이 이처럼 대단히 뛰어나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발달한 미각은 다 이유가 있다. 선조들은 소는 코로 소리를 듣는다(執牛耳)하여 소코를 삶아먹으면 귀가 밝아진다고 믿었다. 또 소귀를 잡고 약속이나 맹세를 하고 소귀를 삶아먹으면 정직해진다고 믿다보니 소 부위를 먹는 것이 상당히 발달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소의 담(膽) 속의 결석(結石)인 우황(牛黃)은 약으로 쓰고, 우각태(牛角胎)는 소뿔 속에 들어 있는 아교 같은 골질(骨質)까지 파내 고아먹는다. 소를 신성시하는 힌두 문화권에서는 놀라 자빠질 일이다.

우리가 흔히 먹고 있는 시중의 해장국이나 설렁탕 국물 맛을 내는 탈지방성(脫脂肪性)의 구수한 맛이 바로 소 뼈다귀에서 우려낸 맛이다. 전 세계적으로 구수한 맛을 나타내는 어휘를 표현하고 쓰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외국 사람들은 소를 도축하면 뼈다귀를 모두 버리는 반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하게도 소 뼈다귀를 삶아먹고 고아 먹는다. 어느 한 부분도 허투루 버리는 것이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한 때 힌두 문화권처럼 금육국가였다. 불교의 살생(殺生) 계율을 국책으로 폈던 신라 법흥왕(法興王)이 금육령(禁肉令)을 내린 연휴로 고려와 조선시대에는 소고기를 먹지 못하게 하는 금육국가였다. 다만 국가적 규모의 큰 제사나 경사·명절 등 특별한 상항에 한해 왕명으로 금육령을 시한부 해제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미각이 발달하게 된 것은 소는 어느 한 부분도 버려서는 안 된다는 신성설(神聖設)과 농경민족의 경우(耕牛), 농사일에 없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짐승이기에 어느 한 부분도 버릴 수 없다는 희귀설(稀貴說)에서 출발한다. 한국인들이 소를 사람이상으로 대우를 한 것이다.

황희(黃喜)정승 고사(故事)에는 소를 부를 때 가족과 같은 ‘생구(生口)’로 불렀다는 기록만 봐도 그렇다.

소를 도축하거나 장사꾼에게 넘길 때조차도 소에 대한 섭섭한 말이 들리지 않도록 귓속말을 한 것만 보더라도 소는 잡아먹는 짐승이상의 높은 ‘격’으로 인정해온 것이다. 그래서 한 솥에 소고기국을 끓여 가족이 먹고 마을사람이 함께 나눠먹음으로써 왁자지껄 어울리고 싶은 공동체의식을 강화하는 민속관행도 한국인의 소고기에 대한 의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보면 된다. 

이런 연유에서 그런지 유난히 청주에는 소고기 해장국집이 많고 문전성시를 이뤘다. 최근에는 대물림에 이어 여러 체인점까지 등장했다. 그런데 이런 한국인의 정서적인 음식인 청주의 한 해장국집이 병든 소고기를 해장국에 사용했다가 된서리를 맞았다. 그 양도 무려 13만 명이 먹을 양이었다고 하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이 유명 해장국집은 고객의 건강과 위생에는 거들떠보지 않고 돈벌이에만 급급했던 것이다.

건강은 뒷전, 돈벌이만 급급

음식점은 명성이 높을수록 기본적인 국물 맛을 내는 소뼈와 살코기는 물론이고 밑반찬 하나라도 안전한 먹을거리를 사용해야 함은 너무도 당연하다.

안타까운 것은 그동안 이 해장국집을 제집 드나들듯이 이용했고 외지 손님에게는 대표적인 청주음식으로 소개하며 자랑까지 했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 해장국집은 사건 발생이후의 행태를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당사자들은 사건을 서둘러 덮기 위해 간판을 떼어내고 문 닫는 데에만 급급했다. 결국 책임회피 등으로 미적거리다 여론의 뭇매를 맞자 마지못해 사과에 응했다. 부끄러운 것은 이 해장국집이 병들어 죽은 소를 불법 도축해 그 고기를 해장국용으로 썼다는 비난을 받는 것 못지않게 청주시민들 역시 그 오명을 함께 뒤집어쓰게 됐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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