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기본적으로 생각과 감정의 복합체다. 이미 한 생각이 일어나서 마음의 종을 때리면 후차적으로 감정이 일어나서 일정시간 몸을 지배한다. 마음을 다스릴 수 없는 것은 감정의 영역이다. 이미 일어난 불안, 우울, 두려움 등의 감정을 다스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마음 다스리기는 철저히 생각의 영역이라고 보면된다.

기쁨과 슬픔, 평온과 두려움, 욕망과 귀찮음, 우울과 환희, 노함과 놀람 등의 모든 감정들은 모두 내 몸의 정상적인 변화들이다. 내 안의 감정에 대해서도 내가 적절한 대처를 한다면 문제가 아니다. 지나치게 우울하면 음악과 시를 통해 해소하고, 기쁘면 소리도 질러본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레저나 스포츠 활동을 통해 적절한 해소를 하고, 사랑의 욕망이 끓어오르면 연인을 만나 발산한다. 이 모두가 건강한 삶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

감정은 하루에도 날씨처럼 수십 차례 변화하기에 내게 필요한 것은 그에 따라 적절하게 대처하는 것뿐이다. 그러나 감정이 지나치게 증폭이 된다면 이것은 나의 인위적 의지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흐르는 감정에 대해 부정하며 싸우기 때문이다. 그러면 우울은 우울증으로, 불안은 불안증으로, 두려움은 공황장애로 바뀌게 된다.

이때부터는 정상적 감정이 아니라, 생활에 심각한 저해를 주는 병적 감정이 된다. 즉 자기가 원하는 대로 이 세상이 흘러가기를 고집하는 데서 감정적 어려움이 생겨난다.

예컨대 게으름을 피우다가 출근 시간이 늦어지는 날에는, 교통신호가 빨리 초록색으로 바뀌고 교통 흐름이 원활해야한다고 마음속으로 주장한다. 그러다가 뜻처럼 진행되지 않으면 버럭 화를 내버린다. 그렇게 화가 터지기 시작하면, 하루의 흐름이 크게 흐트러질뿐더러 주변사람들에게도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하여 결국 스스로 소외되기에 이른다. 따라서 화나는 감정이 올라오면, 무심히 바라볼 뿐 대응하지 않는 게 낫다. 화가 나는 이유는 자기의 고집일 뿐, 아무런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생각이 감정을 일으키고, 감정은 다시금 생각을 왜곡시킨다. 이미 일어난 감정을 다스리기는 힘들다.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할 분야는 어떻게 내 생각을 바르게 가다듬느냐의 문제다.

마음을 다스린다는 뜻은 감정을 흘려보내고, 생각을 바로 잡는 부분이다. 세상을 부정하는 생각은 우울과 불안, 성냄을 증폭시킨다. 이와 달리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는 생각은 이성적이다. 이성적인 생각은 세상에 대한 믿음으로 나타난다. 나만의 편향적인 생각과 좋지 않는 감정에서 벗어나, 바른 판단을 내리는 이성과 믿음으로 나아가는 길이 곧 마음 다스리기의 전부다. 이것을 옛 사람들은 본성 회복이라고 불렀다.

마음은 시공을 초월한다. 2000년 전이나, 현대 사회나 마음의 구조는 같다. 감정은 다스릴 수 없다. 그냥 흐르게끔 내버려두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러나 생각은 충분히 다스릴 수 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