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혈투’ 오는 24일 개봉

전쟁에서 겨우 살아남았다. 그런데 왠일. 폐허가 된 만주벌판의 객잔에 아군들끼리 모였는데 각기 다른 이유로 서로에게 칼을 겨눈다.

마치 ‘부당거래’의 사극판을 보는 것 같다. ‘부당거래’ 시나리오 작가로 이름을 떨친 박훈정 작가의 감독 데뷔작이란 부연 설명이 더해지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혈투’가 15일 오후 서울 왕십리CGV에서 언론에 첫 공개됐다.

‘혈투’는 광해군 11년, 청과의 전쟁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죽마고우 헌명(박희순)과 도영(진구) 그리고 탈영병 두수(고창석)가 숨막히는 적의 추격 속에 적이 아닌 서로를 겨누게 되면서 지독한 혈투를 벌이게 되는 이야기.

전쟁 사극처럼 보이지만 ‘혈투’의 근간은 밀실 스릴러다. 전쟁터에 버려진 객잔이란 공간에서 벌어지는 세 인물 간 극한의 대립을 다루고 있다. 헌명, 도영, 두수는 각기 서로에게 칼을 겨눠야만 하는 뚜렷한 이유를 지녔다.

당시 계급 사회에서 오는 부조리를 통해 ‘악연’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설득력있게 표현한다.

또 서로에 대한 경계심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힘을 모아 적군을 물리쳐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통해 극적 긴장감을 유지시킨다.

박희순, 진구, 고창석 등 첫 사극에 나선 배우들의 열연은 극의 재미를 더했다.

각기 다른 신분, 각기 다른 상황, 각기 다른 이유로 전쟁터에 끌려 온 각 캐릭터 특징에 맞춰 배우들은 저마다의 개성을 드러냈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앙상블은 제법 신선하다.

다만 세 인물 간의 균형감은 ‘부당거래’에 비해 다소 약하다.

‘부당거래’는 인물 간 연결고리가 명확하고, 복잡하게 얽힌 인물 관계를 차근차근 풀어가면서 긴장감 넘치는 드라마를 연출했다.

‘혈투’는 과거 회상에 너무 의존했고, 인물 간 연결고리도 포괄적이다. 헌명과 도영 그리고 두수의 관계는 여러 설정 등을 통해 복잡하게 꾸며놨지만 알고 보면 단순한 편이다.

한 언론관계자는 “부패한 관리, 연줄로 묶인 조정,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는 배신 등 언뜻 ‘부당거래’ 조선시대 버전같다”이라며 “데뷔 감독의 전체적인 조율 능력은 다소 아쉽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언론 관계자는 “제한된 공간에서 모든 게 진행되지만 각기 다른 캐릭터가 주는 재미가 쏠쏠하다”며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낸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인다”고 밝혔다. 2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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