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영화 ‘아이들…’ 강지승역 ‘박용우’

“사람들 대다수가 남들 얘기 많이하고 소문엔 관심많지만 정작 남의 고통에는 무관심한 경우가 많다. 저 스스로도 이 작품하면서 반성 많이 했다. 사실 홍보도 조심스럽다. 흥행을 언급한다는 자체가 실례 같다.”

1991년 대구 ‘개구리소년실종사건’을 소재로 한 미스터리 실화극 ‘아이들…’에서 가상의 인물인 방송국 PD ‘강지승’을 연기한 박용우는 인터뷰 내내 조심스런 태도를 견지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사건은 ‘화성연쇄살인사건’ ‘이형호 유괴살인사건’과 함께 대한민국 3대 미제사건 중 하나로 손꼽힌다. 피해 아이들의 부모들은 사건 발생 11년 만에 자식들의 생존 여부를 알게 됐을 정도로 오랫동안 고통스런 시간을 보냈다. 또 이 사건을 계기로 ‘전국 미아ㆍ실종 가족찾기 시민의 모임’이 발족됐다.

박용우는 처음 출연 제의를 받았을때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큰 책임감 없이 역할을 수락했다. 하지만 막상 촬영에 돌입해 몰랐던 여러 가지 진실을 알게 되면서 사건이 지닌 무게감을 절감하게 됐다.

박용우는 최근 인터뷰에서 “제가 연기한 강지승 PD처럼 저도 이번 영화를 통해 많은 것들을 깨닫게 됐다”며 “피해 부모님 심정의 만분의 일도 안 되겠지만 촬영하면서 진심으로 마음 아팠다. 또 (실종사건이) 비단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영화에 대한 부담감과 책임감이 커졌다”고 토로했다.

박용우가 연기한 강지승 PD는 처음엔 단순한 뉴스거리로 개구리소년실종사건에 접근한다. 하지만 사건에 근접할수록 달라지기 시작한다. 세월의 무게도 무시할 수 없다. 실제로 개구리소년실종사건이 발생한지 20년이 지난만큼 처음엔 20대 후반이던 강지승 PD는 40대 후반으로 나이가 든다.

박용우는 “강지승도 나이를 먹고 나중엔 결혼해 한 아이의 아빠가 된다”며 “급기야 피해 부모와 비슷한 경험을 겪으면서 더욱 아픔에 공감하게 된다. 배우 박용우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크게 충격가설을 제시한 극중 황우혁 교수의 이야기를 다룬 전반부와 유력 용의자가 등장하는 후반부로 나뉜다. 강지승 PD는 극중 류승룡이 연기한 황우혁 교수의 가설을 적극적으로 취재한다. 이후에는 베일에 가린 유력 용의자와 몸싸움을 벌인다. 특히 황우혁 교수 캐릭터는 그야말로 충격적이다. 그는 아이들의 부모 중 한명을 범인으로 지목한다. 그 과정에서 실종된 한 아이의 할머니의 행동에 주목한다. 치매에 걸린 그 할머니는 손가락을 브이자로 그린 뒤 다른 손으로 그 브이자를 자르는 행위를 보였다.

박용우는 “과연 그게 치매인지 아니면 다른 의미가 있는지 의심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지 않느냐”며 “사실 이런 에피소드들을 보고 처음엔 영화적으로 각색된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다 실화를 근거로 했더라”며 다시 한번 영화에 대한 부담감을 강조했다. 또 박용우는 극중 유력 용의자가 진짜 범인이라고 가정할 경우 그야말로 소름끼칠만한 장면을 찍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는 “그 장면 찍고 혼자 샤워하는데 털이 곤두서는 느낌을 받았다”며 오싹해했다.

박용우는 극중 인상깊었던 대사를 들려주며 영화에 대한 따뜻한 관심을 당부했다. 그는 “부모님 대사인데, 우리 아이들에 대한 얘기가 잊혀질까 봐 가장 무섭고 두렵다고 한다”며 “포스터 카피처럼 이 사건은 타살이고 분명한 범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1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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