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관령 황태덕장의 모습.

“검푸른 바다 바다 밑에서/ 줄지어 떼지어 찬 물을 호흡하고/ 길이나 대구리가 클대로 컸을 때/ 내 사랑하는 짝들과 노상/ 꼬리치고 춤추며 밀려다니다가/ 어떤 어진 어부의 그물에 걸리어/ 살기 좋다는 원산 구경이나 하고~”

양명문 작시, 변훈 작곡의 가곡 ‘명태’ 가사의 일부다. 바리톤 오현명 선생이 불러서 유명해졌다. 2009년 오현명 선생이 작고함으로써 세 분 모두 고인이 됐다.

명태는 이처럼 노래로도 불릴 만큼 우리 민족에게 친근한 생선이다. 고등어, 오징어와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어종의 하나다. 고래로부터 우리 제사상에 명태는 빠지지 않는다. 그 명태가 우리 연안에서 잘 잡히지 않은 지가 오래 됐다. 동해 수온의 상승으로 1981년부터 어획량이 급감해 요즘엔 희귀생선이 됐다. 요즘의 명태는 대부분 우리 어선이 원양에서 잡아 온 것이거나 러시아, 일본 등에서 들여 온 수입산이다.  

‘명태’로 통칭되긴 하지만 잡아서 얼리기 전, 얼렸을 때, 반쯤 말렸을 때, 바짝 말렸을 때 등 상태에 따라 이름이 가지가지여서인지 명태식당이라고 하는 곳은 거의 없고, 황태식당, 동태식당, 생태집 등으로 간판을 붙여 놓고 영업을 한다.

2010년 12월 26일, 대관령에 갈 일이 있었다. 저녁에 들른 횡계리 황태식당에는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밀려드는 손님들로 주인은 연신 싱글벙글이다.

이튿날 찾아 간 횡계리 황태덕장. 수천평은 족히 될 듯한 이 황태덕장에는 혹한 속에 가는 눈발이 계속 흩날리고 있었다. 줄지어 서있는 덕대위엔 멀리 북태평양 바닷속에서 노닐던 명태들이 차가운 한국의 겨울 칼바람을 맞으며 서서히 황태로 몸을 바꿔가고 있었다. 두 마리씩 엮인 명태가 통나무 덕대에 끝간데 없이 주렁주렁 달려있다.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명태는 80% 이상이 러시아 수역에서 잡히는 것이다. 명태들은 현지에서 배로 곧바로 고성항 등 동해의 항구로 들어온다. 여기에서 배를 갈라 내장과 몸체를 분리하는 작업이 이뤄지는데, 알은 명란젓, 창자는 창란젓 공장으로 보내진다. 그리고 속 빈 명태는 맑은 민물에서 하룻밤 세척 작업을 마친 후 이곳 대관령 황태덕장으로 온다.

주민들에 따르면 대관령에서 황태를 건조하기 시작한 것은 대체로 1958년 경부터라고 한다. 대관령이 동해안보다 춥고 일교차가 크기 때문에 황태 건조에 알맞기 때문이다. 명태가 황태가 되려면 낮에는 겉만 약간 녹았다가 밤이면 꽁꽁 얼기를 약 20회 이상 반복해야 한다. 그렇게 3개월 이상 건조 숙성해야 육질 좋은 황태가 되는 것이다.

백과사전에 실린 내용을 그대로 옮기면, ‘황태는 깊은 맛은 물론 우수한 약재가 갖는 갖가지 효능을 지녀 간장해독, 숙취해소, 노폐물 제거, 독사독 및 연탄가스 중독 해독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전설에는, 옛날 함경도 감사가 명천(明川)에 갔다가 태(太)씨 성을 가진 한 어부가 바친 생선을 맛있게 먹고 이름을 물었으나 이름이 없다고 하자 명천 어부 태씨가 바친 생선이니 명태(明太)로 하자고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명태는 이름이 하도 많아서 일일이 다 외는 사람이 드물다. 갓 잡은 생태에서부터, 얼린 명태는 동태, 대관령 덕장에서처럼 겨우내 얼렸다 녹였다를 반복해서 속살이 노랗게 되도록 말린 명태를 황태라고 하고, 그냥 건조시킨 명태는 북어라고 한다. 딱딱하게 말린 것은 깡태, 하얗게 말린 것은 백태, 검게 말린 것은 흑태라고 한다. 반쯤 꾸덕꾸덕하게 말린 것은 코다리, 새끼 명태는 노가리, 봄에 잡으면 춘태, 가을에 잡으면 추태, 그물로 잡으면 망태, 낚시로 잡으면 조태, 함경도에서 잡힌 것은 왜태, 강원도에서 잡힌 것은 강태, 진짜 동해안 명태는 진태, 원양 어선이 잡아 온 것은 원양태 등 그 이름이 대충 스무개가 넘는다. 명태는 또한 살, 내장, 고니, 알, 눈깔, 껍질 등으로 36가지 음식을 만든다.

세계에서 명태를 좋아하는 국민은 한국인 뿐이라고 한다. 중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명태는 선호하는 생선이 아니다. 한국인들만 명태 사랑이 유별나다. 이는 조선의 태조 이성계가 함경도 지방에 있을 때 명태를 매우 즐긴데서 비롯된 것이란 이야기도 있다.

2009년 11월,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가 인공수정을 하기 위해 ‘2kg이 넘는 살아있는 명태를 잡아오면, 도매가의 10배를 쳐주겠다’는 ‘명태수배전단’을 동해어민들에게 뿌린적이 있으나 넉달만에 별 소득없이 수배령을 거두고 말았다.

그러나 비록 동해에서 명태가 잘 잡히지 않는다고 해도 한국인의 명태에 대한 추억과 애착은 오랫동안 변치 않을 것이다. (블로그 : nocutkorea.egloos.com

이정식(청주대 신문방송학과 객원교수·전 CBS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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