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주 선프라자 컨벤션센터에서 시민들이 떡국을 먹고 있다.

새해 한 살 더 먹는 것을 ‘떡국 한 그릇 더 먹었다’고 한다. 그래서 고래(古來)로 떡국을 ‘나이 먹는 떡탕’이라고 하여 한자로 ‘첨세병탕(添歲餠湯)’이라고 썼다. 조선시대에도 어른이 아이들에게 나이를 물을 때, “너 떡국 몇 그릇째 먹었느냐?”고 했다고 한다. 그런 풍속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누구나 새해 첫 날엔 떡국을 먹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도 대개는 그렇게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한다. 떡국을 먹는 이유는 ‘새해를 흰 색의 음식으로 깨끗하고 엄숙하게 시작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육당 최남선(六堂 崔南善, 1890~1957)은 그의 저서 ‘조선상식문답(朝鮮相識問答)’(1947)에서 “설날에 떡국을 먹는 풍속은 매우 오래 됐으며 상고시대 이래 신년 제사 때 먹던 음복음식(飮福飮食·제사 후 나누어 먹던 제사에 쓴 술이나 음식)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했다. 또 떡국을 먹는 이유는 “흰 색의 음식으로 새해를 시작함으로써 천지 만물의 부활 신생을 의미하는 종교적 뜻이 담긴 것이기도 하다. 새해 첫 날 1년을 준비하는 깨끗하고 정결한 마음가짐을 갖고자 해 흰 떡국을 끓여 먹는데 떡국은 순수무구한 경건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썼다.

가래떡을 먹기 시작한 시기를 고구려 유리왕(琉璃王·기원전 38년~기원 후 18년, 고구려 제2대왕) 이전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보아, 떡국의 역사는 우리 민족의 역사와 같이 했다고 해야할 것 같다.

떡국은 이처럼 새해 첫 날을 대표하는 음식이다. 차례상에 빠지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세배 온 사람들에게도 떡국은 당연히 대접해야 하는 음식이 됐다. 여기에 만두, 식혜, 수정과, 과일, 나박김치 등이 곁들여지기도 한다. 떡국에 만두를 넣어 먹기도 하는데, 이는 만두를 좋아하는 북쪽 사람들 풍습에서 비롯된 것이다.

떡국에 쓰는 떡은 멥쌀로 만든 가래떡을 비스듬하게 타원형으로 얇게 잘라 쓴다. 가래떡은 엽전처럼 둥근 원형 단면의 긴 떡이므로 무병장수와 풍요로움을 기원하는 의미도 담고 있다고 한다. ‘가래’라고 하는 것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둥글고 길게 늘여 놓은 토막을 가리킨다. 그러므로 농기구인 가래의 기다란 줄에서 유래했다고 하는 일부의 주장은 좀 맞지 않는 것 같다.

지금은 가래떡을 기계로 뽑지만, 옛날에는 흰 떡을 손으로 비벼 둥글고 길게 늘려 만들었다. 그것을 요즘처럼 비스듬하게 썰지 않고 엽전모양으로 얇게 썰어 떡국으로 먹었는데, 둥글게 썬 것은 태양을 의미하는 것이었다고 전해진다.

육수도 지금은 대개 사골이나 양지머리, 쇠고기로 만들지만, 옛날엔 쇠고기나 꿩고기를 썼는데, 쇠고기는 비싸고, 꿩은 잡기 힘들어 닭고기로 대신하곤 했다 한다. 그래서 ‘꿩 대신 닭’이란 말이 생겨났다는 얘기도 있다.

한편 충북 청주에서 벌써 8년째 시민들과 떡국을 나누는 곳이 있다. 나눈다는 것은 무료로 제공한다는 뜻. 각종 행사와 예식장 등으로 유명한 상당구 용정동의 선프라자 컨벤션센터가 그 화제의 장소다. 새해 아침에 떡국을 먹기 위해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의 수가 몇 십 몇 백명이 아니라 몇 천명 수준이니 그 규모가 예사롭지 않다.

필자도 언제부터인가 매년 새해 아침을 선프라자 컨벤션센터에서 제공하는 떡국으로 시작하고 있다. 첫해엔 500명 정도였는데, 소문이 나면서 해마다 사람이 늘어나 지난 해부터는 5천명을 넘어섰다. 오전 8시를 조금 넘어 갔는데, 아침 일찍부터 떡국 먹으러 온 사람들로 컨벤션센터의 주차장이 다 차는 바람에 인근 도로 양편에까지 차들이 줄을 서 있었다. 하는 수 없이 멀찌감치 도로 주변에 주차를 하고 들어갔다.

10시 가까이까지 밀려드는 시민들로 북적댔다. 떡국을 먹고 나오는 사람들에겐 고소한 콩버무리떡도 한 덩어리씩 선물로 주었다. 커피와 대추차 등도 역시 무료 제공.

선프라자 김요식 회장은 “동네 주민들과 새해 첫날 떡국을 함께하고 싶어서 8년 전 시작한 것인데, 세월이 가면서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 이젠 5천명에 이르게 됐다”면서 “지역에서 사업을 하면서, 연초에 주위 분들에게 작은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일 뿐”이라며 겸손해 했다.

이정식(청주대 신문방송학과 객원교수·전 CBS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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