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망사(春望詞)에서 나온 동심초(同心草)

춘망사’(春望詞, 봄을 기다리는 노래)는 중국 당대(唐代)의 여류시인 설도(薛濤,770-830) 의 5언절구 한시(漢詩)이다. 우리나라의 기생과 비슷한 처지였던 설도가 다시 만날 길 없는 떠나간 님을 그리며 지은 시다. 헤어진 님을 꿈 속에서 찾아 나서는 조선시대 황진이의 한시인 ‘꿈(夢)’과 비슷하다고 할까. 우리가 즐겨 부르는 가곡 ‘동심초’는 이 ‘춘망사’에서 나왔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 된 노래 가사는 ‘동심초’가 아닐까 한다. 1200년 전의 한시를 원전으로 했으므로.

‘춘망사’는 모두 4수로 돼 있다. 1930년대에 김억(金億, 호는 안서, 1896-1950) 시인이 이 가운데 3번째 수를 따로 떼어내어 시 속에 있는 ‘동심초’를 제목으로 번역시를 발표했다. 1940년대에는 나머지 1,2,4 수에도 각각 제목을 붙여 개별 번역시로 내놓았다. 김억이 우리 시 스타일로 번역한  ‘춘망사’ 1-4수 전문(全文)을 소개한다.

춘  망  사

 

                                     설도 원작, 김억 번역

1. <꽃은 피고지고>
花開不同賞(화개부동상) 꽃피여도 그님은 만날길 없고
花落不同悲(화락부동비) 꽃이져도 그님은 아니오시네.
欲問相思處(욕문상사처) 그리운 이생각은 언제나 풀꼬
花開花落時(화개화락시) 피고지고 꽃송이 끝이 없다면.

2. <새들만 지죄지죄>
攬草結同心(람초결동심) 싱숭생숭 이내맘 풀닢에 엮어
將以遺知音(장이유지음) 이내속 아는님께 들어나 볼까.
春愁正斷絶(춘수정단절) 봄 시름 하도 심해 맘둘곳 없건
春鳥復哀吟(춘조부애음) 지죄지죄 새들만 서러이 우네.

3. <동심초>
風花日將老(풍화일장로) 바람에 꽃이지니 세월 덧없어
佳期猶渺渺(가기유묘묘) 만날 길은 뜬구름 기약이 없네
不結同心人(불결동심인) 무어라 맘과 맘은 맺지 못하고
空結同心草(공결동심초) 한갓되이 풀닢만 맺으려는고.

4. <봄바람>
那堪花滿枝(나감화만지) 가지마다 가득이 피인 꽃송이
飜作兩相思(번작양상사) 이 상사 풀길 없어 쉬는 긴한숨,
玉筋乘明鏡(옥근승명경) 거울속에 비최인 세인 이머리
春風知不知(춘풍지부지) 휘도는 봄바람야 어이 알으리.

김억은 1943년 펴낸 그의 시집 ‘동심초’에서, ‘춘망사’를 가지고 1수는 ‘꽃은 피고지고’라는 제목으로, 2수는 ‘새들만 지죄지죄’로, 3수는 ‘동심초’로, 4수는 ‘봄바람’이라는 제목의 별개의 4개 시로 번역, 발표했다. 여기에서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필자가 한데 모아 놓은 것이다.

그런데 ‘봄바람’이라고 제목을 붙인 4수가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한시 원본과 달리 김억의 시집에는 제4수 2행 ‘번작양상사’의 번(   , 원본)이 번(飜)으로 되어있고, 또 3행도 원본에는 ‘옥저수조경(玉箸垂朝鏡)’인데 그의 시집엔 ‘옥근승명경(玉筋乘明鏡)’으로 나와 있다. [여기에서 그의 시집이란 1943년 판 ‘동심초’원본이 아니라 1987년에 나온, ‘안서김억전집(岸曙金億全集), 한국문화사’의 ‘한시역집(漢詩譯集)’에 실린 것을 말함.] 왜 한자가 그렇게 바뀌었는지 이유는 알 수 없다.

원본의 경우 마지막 2행은 대개 이렇게 번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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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玉箸垂朝鏡(옥저수조경) 눈물이 아침거울에 떨어지네

  春風知不知(춘풍지부지) 봄바람은 아는지 모르는지.

 

아무튼 필자가 앞서 소개한 전문이 김억이 번역시로 최종 발표한 것인데, 3수 ‘동심초’는 이보다 9년 전인 1934년에 펴낸 그의 시집 ‘망우초(忘憂草)’에 다음과 같이 달리 번역되어 있다.

 

  꽃잎은 하염없이 바람에 지고

  만날 날은 아득타 기약이 없네 

  무어라 맘과 맘은 맺지 못하고

  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1946년 어느날 작곡가 김성태(1910-  )가 시집 ‘망우초’에 실린 ‘동심초’번역시를 1절로, 나중 나온 시집 ‘동심초’의 최종 번역을 2절로 하여 만든 것이 지금까지 널리 사랑받고 있는 가곡 ‘동심초’이다. 원작자인 설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으나 여기서는 김억 시인이 그의 번역시집 옥잠화(1949)에 실어 놓은 것을 소개한다.

“설도는 당조인(唐朝人, 당나라 사람). 자(字)는 홍도(洪度). 아버지가 돌아간 뒤에 어머니의 양육을 받다가 기생(妓生)이 되어 명사(名士) 주연에서 시(詩)를 지어 재자(才子)의 이름이 높은 분. (시를 짓는 재주로 이름이 높았다는 뜻.) 75세 향수(享壽). 시가집으로는 설도집(薛濤集) 한 권)

이정식(청주대 신문방송학과 객원교수·전 CBS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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