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일 청주예술의전당 대공연장에서 열린 청주남성합창단의 ‘연광철 교수 초청 무료공연’에 출연한 베이스 바리톤 연광철 서울대 교수의 공연모습. 사진=이정호 사진작가

2010년 12월 10일 금요일 오후, 청주 예술의전당에서는 청주남성합창단 (단장 남기창·전 청주대 교수)의 2010년 정기연주회가 열렸다.

많은 관중이 모여들었다. 사람들의 관심은 특별출연하는 서울대 연광철 교수에게 가 있었다. 그가 충북 출신이기 때문에 특히 그러했다.

연 교수는 이날 전반 무대에서 한국 가곡 4곡을 부르고, 인터미션 후 후반에는 오페라 ‘운명의 힘’, ‘노르마’, ‘일 트로바토레’의 각 제1막의 극중 바리톤 곡을 청주남성합창단과 협연했다.

프로그램에는 최현석 곡 ‘상당산성’등 합창단이 부르는 세 곡의 창작가곡 연주 후에 연광철 교수가 ‘선구자’와 ‘신고산 타령’ 등 가곡 두 곡만 부르는 것으로 나와 있었다. 그러나 청중들의 끊이지 않는 박수 때문에 ‘그 집 앞’과 ‘아무도 모르라고’ 두 곡을 더 불렀다. 그래서 4곡이 된 것. 그는 세 차례의 ‘오페라 곡 중 솔로’ 후에도 아담스의 성가곡 ‘축복’을 앙코르로 불렀다.

이날 연광철 교수는 힘과 부드러움이 잘 조화를 이룬 베이스 바리톤의 중후하고 풍부한 성량으로 관객들을 한껏 매료시켰다. 객석을 가득 채운 청중들은 고향을 떠나 유럽에서 명성을 날리다 서울대 교수가 되어 청주를 찾은 연 교수를 열렬한 박수로 환영했다. 그야말로 금의환향(錦衣還鄕)이다.

청주남성합창단 정기 연주회에 연 교수가 특별 출연하게 된 것은 남기창 단장의 초청에 따른 것인데, 연 교수는 청주대 사범대학 음악교육과 출신이다.

이번 음악회는 연 교수가 ‘무료 출연으로 고향에 노래를 선물을 하고 싶다’는 뜻을 밝혀와 입장료를 안 받는 대신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에 쓰기 위해 관객들로부터 라면 1봉지씩을 기증 받았다.

1965년 충주 출생인 연 교수는 충주에서 대원공업고등학교를 마치고 청주대에 진학했는데, 지방대학 출신임에도 탁월한 실력으로 재학 중 전국성악경연대회에서 문공부 장관상을 수상하였으며 동아콩쿠르, 중앙콩쿠르 등 전국적인 명성이 있는 콩쿨에 입상하여 주목을 받았다.

연 교수는 1990년 유럽으로 유학을 떠나 불가리아 소피아 국립음악원, 독일 베를린 국립 예술대학교 음악대학 성악과 등에서 성악공부를 계속했다.

그는 베를린 국립예술대학 성악과에 재학중이던 1993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플라시도 도밍고 제1회 국제성악콩쿨에서 우승하면서 유럽무대에서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그 결과 1994년 졸업과 동시에 베를린 국립오페라 극장에서 솔리스트로 활동을 하게 됐다.

세계 빅3 테너 중 한 명인 플라시도 도밍고는 연광철을 ‘세계 오페라 무대에 떠오르는 보석’이라고 칭찬했다. 연광철은 2002년 독일 바이로이트 축제에서 바그너의 오페라 ‘탄호이저’의 헤르만 영주로 출연한 후 현지 언론으로부터 ‘바그너가 찾던 바로 그 목소리’라는 찬사를 받았다. 독일에서는 차세대 3대 베이스 중 하나로 기대를 모아왔다.

국내에서는 1996년 서울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있은 플라시도 도밍고 내한 공연 때 함께 출연하여 첫 선을 보이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연 교수는 올해부터 서울대 음대 성악과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정년으로 퇴임한 바리톤 김성길 교수의 후임인 셈이다. 지방대 출신인 연 교수의 서울대 교수 채용은 서울대로서는 하나의 파격이었다.

연주회 후에 간단한 리셉션이 있었다. 필자가 갑자기 축사를 하게 됐다. 필자는 이날 연주회에서 청주남성합창단이 아마추어 합창단임에도 매우 수준이 높은 연주 실력을 보여주었다는 것과 ‘연광철 교수를 서울대 교수로 영입한 것은 서울대가 잘 한 일 중의 하나라고 한다’는 이야기를 전하며 축하인사를 했다.

당초 연 교수가 공고를 졸업하고 청주대 음악교육과에 들어간 것은 -타고난 음악적 재능도 있었지만- 고교 졸업 후 건축기능사 자격증 시험에 떨어지고 음악교사가 되기 위해 선택한 길이란 이야기도 있다. 어찌되었건 그는 지방대 출신이면서도 유럽으로 유학을 떠나 자신의 노력과 실력으로 유럽 무대에서 최정상급 성악가로 활약했고 마침내 서울대 교수가 되어 귀국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는 남에게 호감을 주는 겸손한 인품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충북도는 물론 한국의 커다란 자랑거리다.

이정식(청주대 신문방송학과 객원교수·전 CBS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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